[인천 정체성 찾기] 이영태의 한시로 읽는 인천 옛모습
20>이형상이 목격한 영종도 주민의 궁핍
영종도에서 이형상이 목격한 것은 주민들의 궁핍이었다. 소성속록에 등장하는 영종도 주민의 생활은 전반적으로 궁핍이라 할 수 있다. 자급할 만큼의 기름진 농토가 없는 게 가장 큰 원인이겠지만, 병와가 영종도에 거주할 무렵에 대기근(大饑饉)이 성행한 것도 한 이유가 될 것이다.
 
 鄕居乏食待田毛(향거핍식대전모) 마을 사람들 먹을 것이 떨어져 밭의 소출이나 고대하고 있는데
 里尹催租氣甚豪(이윤최조기심호) 마을의 벼슬아치 세금을 독촉하는 기세가 매우 등등하구나
 窓外聚蚊揮扇逐(창외취문휘선축) 창밖에서 모여든 모기 부채 휘둘러 쫓아내고
 寢中飢蝨隔衾搔(침중기슬격금소) 잠자리에 있는 굶주린 이는 이불로 막아도 소란스럽네
 蠅營暗嘬知探味(승영암최지탐미) 파리는 몰래 빨며 맛을 찾을 줄 알고
 客寓生涯如是苦(객우생애여시고) 객지의 생활이 이처럼 고달픈데
 蚤躍潛投覺噀膏(조약잠투각손고) 빈대는 기름이 있는 곳으로 몰래 튀어간다
 獨吟詩句不嫌高(독음시구불혐고) 홀로 시구를 읊조리며 불평하지 않으리라
 
 제목에 나타난 대로 「궁벽한 섬에서의 다섯 가지의 괴로움(窮島五苦)」이다. 화자는 괴로움(五苦)을 乏食[배고픔], 聚蚊[모기], 飢蝨[이], 蠅營[파리], 蚤躍[빈대]으로 지적하면서 '홀로 시구 읊으며' 불평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五苦'는 객지 생활하는 자에게 고달픈 일(客寓生涯如是苦)이기만 했다. 사람들이 먹을 게 떨어졌으니 밭의 소출이 풍족하지 않았고, 게다가 벼슬아치들의 세금 독촉하는 기세가 등등했으니 마을 사람들이 궁핍을 벗어날 방법이 딱히 서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부실한 몸으로 달려드는 모기, 이, 파리, 빈대 등을 막아내는 일 또한 고충이었을 것이다.

 먹을 거 떨어진 상황(乏食)과 관련된 한시는 소성속록에서 산견되는데, 아래의 시들도 이와 관련된 것들이다.
 
 今歲凶荒八路同(금세흉황팔로동) 올해도 흉년이니 팔도가 똑같아
 九重春色倍夏忡(구중춘색배하충) 하늘은 봄빛이건만 여름날이 더욱 근심이네
 初仍地啞耕收絶(초잉지아경수절) 처음 地啞日에 밭 갈기와 추수 끊기고
 更値天聾垤室空(갱치천롱질실공) 다시 天聾日에 개밋둑 같은 집들 비어 있네
 藁殣滿街山似窄(고근만가산사착) 마른 시체 거리에 가득해 산길 좁아졌고
 萑窺藏藪道難通(추규장수도난통) 초목이 우거진 길 다니기도 어려워라
 顔瓢抵處皆無巷(안표저처개무항) 顔回의 단표누항 이 거리엔 없으니
 孰枕蔬肱可樂中(숙침소굉가락중) 어느 누가 나물 먹고 팔베개 하며 즐거워하리
 
 제목이 「유민과 거지들이 거리에 가득하다(流丐滿巷)」이다. 단순한 흉년이 아니라 지옥을 방불케 하는 상황까지 연상할 수 있다. 땅과 하늘이 귀먹은 날이라는 지아일(地啞日)과 천롱일(天聾日)에 밭 갈기와 추수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개밋둑(垤室)처럼 허름한 곳에 거주해야 할 사람들이 마른 시체로 변해 산길에 쌓여 있고 통행이 끊긴 산길은 수풀이 무성해서 좁아져 있었다. '나물 먹고 팔베개 하'며 즐거움을 찾아야 한다(飯疏食飲水 曲肱而枕之 樂亦在其中矣)는 성현의 가르침이 개입될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참상은 인간에게만 국한된 게 아니었다.
 
 山野稀禽突未烟(산야희금돌미연) 산과 들에 짐승 드물고 굴뚝에 연기 오르지 않고
 閻村如沸亦堪憐(염촌여비역감련) 온 마을이 물 끓듯 하니 또한 가엾어라
 孫曾際此糠無厭(손증제차강무염) 이즈음 손자와 증손자는 술지게미 마다 않고
 獨有顔瓢不改前(독유안표불개전) 안빈낙도 몸에 배어 홀로 고치지 않으리라
 
 제목이 「닭, 개, 새, 참새 대부분 굶어 죽었고, 산 것은 또한 새끼 낳지도 못한다(鷄犬鳥雀多餓死存亦不孶)」처럼 흉년이 동물들에게 미친 경우이다. 다만 동물들의 피해가 구체적으로 적시되어 있지 않지만 인간의 피해가 심각했기에 '산 것은 또한 새끼 낳지도 못한다(存亦不孶)'는 제목으로 시를 지었던 것이다. 짐승들의 흔적은 물론 굴뚝의 연기도 사라졌다. 살아있는 대상들에게 뭐든지 입으로 넘길 게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때이다. 병와의 손자나 증손자도 술지게미를 마다하지 않고 있는 모습은 '어린 손자들은 죽이 싫어 간간이 배고픔을 호소한다.(稚孫厭粥間呼飢)'는 또 다른 한시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인천개항장연구소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