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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월드컵 결승전이 벌어졌던 일본 요코하마는 여러 모로 우리 인천과 닮은 점이 많은 도시다. 인구 360만의 대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도쿄와 불과 30여㎞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경제활동인구의 약 25%가 도쿄로 출퇴근할 만큼 경제적으로 그 영향권 하에 있다는 점도 그렇거니와, 1859년 개항 이후 도시가 성장해 온 역사 자체가 또 그렇다. 우리 인천도 인구 300만에 육박하는 대도시임에 틀림없지만 지리적으로 서울에 인접해 문화적으로나 생활권적인 측면에서 서울에 의존하는 면이 적지 않고, 1883년 개항 이후 인천항을 중심으로 도시가 성장해 온 역사가 그러하다.

항만을 기반으로 수도권의 물류 베이스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낙후된 구도심이 혼재된 양태마저 똑같았던 두 도시는 지난 수십년간 도시의 주요기반시설이었던 항만재개발을 통해 도시 리모델링을 준비하고 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요코하마는 지난 1985년 시작된 '미나토미라이 21' 프로젝트를 통해 미래도시로 탈바꿈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성공적인 개발모델을 만들어냈다. 비록 요코하마 토지개발공사가 1500억엔의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끝내 파산절차에 들어가기는 했지만, 우리보다 30년 먼저 항만재개발에 나서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성장의 한계에 봉착해 있던 요코하마항을 세계적인 관광미항으로 변모시켰다는 점은 우리로서 한편으로는 참고해서 유의해야할 부분이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벤치마킹할만한 좋은 소재다. 미나토미라이 모델의 성공비결은 현상적으로 닛산자동차 글로벌 본사 같은 키테넌트를 유치함으로써 마케팅차원에서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데 있지만, 그 뒷배경에는 자본투자를 유치하고 입주를 지원하기 위해 지자체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또 시민들과 끊임없이 교감하면서 사업을 진행해 왔다는 점이 주효하게 작용했다.

그리고 여기에는 제3섹터 방식의 SPC, '㈜미나토미라이 21' 뿐만이 아니라, '마을만들기협정'에서부터 '시가지조성협의회'에 이르기까지 주민과 지자체, 기업이 동시에 참여하는 개발 거버넌스가 작동하고 있었다. 개발업자의 사적 이익이나 성과위주의 단기적인 승부에 연연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하는 모든 주체들이 상호 윈-윈 할 수 있도록 개발의 원칙과 가이드라인을 구축하고 상호 협의하면서 공익에 부합된 최선의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는 거버닝 시스템이 내항재개발에도 반드시 필요하다. 사업의 효율적인 집행을 위한 기업시스템 만큼이나 의사결정의 합리성 제고를 위한 거버넌스 시스템이 중요하다. 내항재개발은 프로젝트의 규모만큼이나 선결해야 할 과제들도 많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지역주민과 교감하면서 피드백해야 할 부분이 많다. 오랜 기간 소음과 분진 같은 환경공해에 시달려온 시민들에게 내항을 돌려줘야 한다는 여론만큼이나, 이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온 부두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보장해 달라는 요구도 높다. 그런가하면 개발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상업시설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만큼이나, 주변의 기존 상권을 보호하고 시민들의 삶의 질 제고를 위해 쾌적한 친수공원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여론도 높다.
어떤 부분에서는 상충되는 이익을 조정해야 하기도 하고, 또 어떤 부분에서는 근본적으로 서로 다른 인식의 차를 좁혀야 할 부분도 있다. 그리고 바로 이런 점에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업관리의 효율성이나 단기적인 이익조정이 아니라, 공익적 가치를 위해 서로 협의하고 타협하는 것, 그것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는 것, 그리고 이것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주민과 지자체가 상호협력적으로 참여하는 내항재개발 거버넌스를 구축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