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일보 연중기획] '영종도의 미물' 습성 통해 군신 대의·인간 욕심 통찰
[인천일보 연중기획] '영종도의 미물' 습성 통해 군신 대의·인간 욕심 통찰
  • 김진국
  • 승인 2014.1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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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정체성 찾기] 이영태의 한시로 읽는 인천 옛모습
19>이형상과 영종도
병와(甁窩) 이형상(李衡祥, 1653∼1733)은 인천 죽수리(竹藪里) 소암촌(疏巖村)에서 태어났다. 본관(本貫)은 완산(完山)으로 효령대군 10세손이다. 1677년(속종 3년) 사마시에 합격하고, 1680년 별시 문과에 급제하였다. 성주목사, 금산군수, 청주목사, 동래부사, 양주목사 등을 역임했다.

 병와는 142종 326책의 방대한 저술을 남겼는데 말년에 집필한 게 ��소성록��과 ��소성속록��이다. ��소성속록��에는 266수의 시와 64편의 산문이 실려 있는데, 그 안에는 작자가 영종도에 머물며 소회를 읊은 한시(漢詩)가 전한다.
 
 巨髥乘潮斃海濱(거염승조폐해빈) 큰 수염의 고래가 조류를 타고 바닷가에 이르러 죽었나니
 只緣謀食不謀身(지연모식불모신) 먹을 것만 탐하고 자신은 돌보지 않은 까닭이네
 奔忙世道皆如此(분망세도개여차) 분주히 바쁜 세상의 도리도 모두 이와 같으니
 却把貪淫更戒人(각파탐음갱계인) 탐하고 음란한 우리 인간들에게 경계를 드리우네
 
 영종도 바닷가에 수염고래의 사체가 밀려왔다. 낯선 광경에 대해 기술하지 않고 고래가 죽은 원인을 '먹을 것만 탐하고 자신은 돌보지 않은 까닭'이라 하며 고래의 죽음을 인간에게 경계를 주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이른바 자신의 분수에 대해 편안하게 여기는 것(安分, 안분)이야말로 동물이건 인간이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찮은 개미라도 배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君臣大義爾先知(군신대의이선지) 임금과 신하의 대의를 네가 먼저 알았으니
 穴地潛藏亦不私(혈지잠장역불사) 땅속에 구멍파고 잠복하니 또한 사사로움이 없구나
 忠蓋已看趨役際(충개이간추역제) 너의 충성은 부역에 달려 나갈 즈음에 이미 보았고
 血誠尤識聚粮時(혈성우식취량시) 피 같은 성실함은 양식을 모을 때 더욱 알았네
 營生有垤丹心合(영생유질단심합) 날 때부터 개미집을 지으니 일편단심과 합치되고
 扺死无原素性推(지사무원소성추) 죽어서도 들판으로 나가지 않으니 본성을 미룬 것이네
 亂賊如今連歲發(난적여금연세발) 난신적자(亂臣賊子)는 지금처럼 해를 이어 봉기하니
 可憐人理獨何爲(가련인리독하위) 가련하다 사람 사는 이치를 홀로 어찌 하리오
 
 개미를 통해 군신의 대의를 읽어내고 있다. 개미의 성실한 부역에서 충성을, 개미집을 짓는 과정에서 일편단심을 읽어내고 있다. 개미가 몸을 낮춰 구멍을 파고 거주하기에 사사로움이 개입되지 않는데, 인간에 해당하는 '난적(亂賊)'들은 해마다 봉기를 하고 있다. 작자에게 그들은 단어 그대로 '가련(可憐)'한 존재들이다.

 이런 존재는 파리[蠅]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蠅習皆營不顧身(승습개영불고신) 파리의 습성이란 먹기 위해 자신을 돌보지 않는 것
 塵傷猶復却侵人(진상유복각침인) 더럽고 상처 나도 오히려 다시 사람에게 침입하네
 口腹由來如是急(구복유래여시급) 입과 배로 말미암아 이다지도 급한데
 可憐財慾亦堪顰(가련재욕역감빈) 가련하다 재물에 대한 욕심에 또한 얼굴 찡그릴 뿐이로다
 
 '먹기 위해 자신을 돌보지 않는' 파리의 모습이 가련할 뿐이다. 파리는 제 몸이 처해진 상황을 돌아보지 못하고 입[口]과 배[腹]가 요구하는 데로 급하게 날아다니고 있다. 욕심을 앞세우는 모습은 단순히 파리에게만 한정된 게 아니라 그와 유사한 인간들에게 겹쳐 나타난다. 파리의 습성에 기대 사람의 욕심을 견인하는 것은 단지 작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동양의 오랜 전통이었다.

구양수(歐陽修, 1007~1072)의 <증창숭부(憎蒼蠅賦)>를 통해 파리가 욕심장이, 아첨꾼, 모사꾼, 소인배와 결부된 경우를 확인할 수 있다. <증창숭부(憎蒼蠅賦)>에서 "그릇과 접시에 엉겨 붙은 놈, 술상에 온통 진을 치는 놈, 맛 좋은 진국 술에 취해 그대로 술 속에 몸을 던져 익사하는 놈, 국맛에 넋을 잃어 펄펄 끓는 국 속에 빠져 혼백을 날리는 놈(或集器皿 或屯几格 或醉醇酎 因之投溺 或投熱羹 遂喪其魄)"들이야말로 제 몸을 돌보지 않고 욕심을 앞세운 인간의 또 다른 모습일 수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일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잡다한 소재, 귀뚜라미의 특징을 도학(道學)으로 견인하여 한시를 남기기도 했다.

/인천개항장연구소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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