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호 국회의원(인천 부평구갑)
우리나라 이동통신요금이 2011년 기준 OECD 조사 26개 국가 중에 1위를 차지했다. 비싸도 너무 비싸다. 월평균 가계통신비(유선 전화 등 포함)도 148.39달러로 일본 160.52달러, 미국 153.13달러에 이어 3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1인당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통신비 비중은 4.3%(2011년 기준)로 OECD 34개국 중 가장 높다. 그 뒤를 멕시코, 칠레가 뒤를 잇고 있다.

2014년 10월 현재 개통된 이동전화는 5만6000여 대에 달한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에서 10세 미만의 영유아와 80세 이상의 고령층을 제외하면 가입 인구는 4500만명이니 125%의 보급률을 자랑한다. 이미 한 대 이상의 휴대폰을 쓰고 있는 셈이다. 버스나 택시, 지하철은 이용하지 않은 국민은 있지만 휴대전화를 이용하지 않는 국민은 거의 없을 정도다. 휴대폰은 생활필수재로 이미 국민생활 깊숙이 자리 잡았다.
그런데, 이동통신 요금은 여전히 휴대폰 보급 초기 일부 계층의 전유물일 때처럼 이통사들이 알아서 받으라는 통신시장에 맡겨져 있다. 물론 시장지배 사업자에게 '요금인가제'라는 정책수단으로 통신요금을 통제하고 있지만, 여태껏 시장지배사업자인 SK텔레콤이 신청한 353건의 요금인가를 거부한 적이 없다. 또한 이통사들끼리 경쟁을 유도해서 요금을 내리겠다고 하지만 SK텔레콤, KT, LG U+의 시장 점유율은 이미 5:3:2로 고착화되어있어 시장경제에 의한 요금인하는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이통사들은 단말기 보조금 확대를 통해 시장점유율 확보에만 관심을 쏟을 뿐이다. 보조금은 판촉비의 성격으로 시장 상황에 맞추어 유동적으로 쓸 수 있고 가입자 확보에도 훨씬 유리한 도구도 되기에 이통사들이 자발적으로 요금인하 경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동통신 요금은 이미 공공요금이라는 점이다. 전기, 수도, 가스요금과 같으며, 버스나 택시, 지하철 요금과 마찬가지로 국민들의 기초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동통신서비스 자체가 공공재인 '전파'를 이용하고 있는데 휴대폰에 할당된 주파수 대역은 한정된 국가자원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최근 우리 의원실 주최로 열린 '가계통신비 증가원인과 인하방안 토론회'에서도 많은 참석자들은 공공요금으로 인식하고 정책을 펼칠 것을 주장했다.
정책당국이 이동통신요금을 공공요금으로 인식하면 다양한 정책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대중교통요금처럼 회계사와 시민단체 등도 참여한 '요금 심의위원회'를 통해서 현재의 통신요금이 적절한 지 따져볼 수 있을 것이다.
지금처럼 이통사들이 제출한 자료만을 검토하고 요금을 인가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객관적으로 적절한 통신요금을 산출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이동통신서비스는 기업이 투자하여 영업과 영리 활동을 하는 것이므로 그들의 이익도 고려해야하지만 대중교통요금처럼 국가가 엄격히 관리해야한다는 뜻이다. 매년 초 여러 번의 논의 끝에 결정되는 최저임금 기준 역시, 기업이 개인에게 주는 임금이지만 국민의 기초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기에 국가가 관여하는 것이다.
또한 알뜰폰 사업자에게 빌려주는 이동통신의 망 임대료도 원가분석을 통해서 심의 결정한다면, 현재의 40%에서 20~25% 수준으로 인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른 알뜰폰 요금도 자연스런 인하를 기대할 수 있다.

최저임금을 공적인 심의기구를 통해 '하한선'을 정하듯이, 이통요금도 객관적인 잣대로 요금의 '상한선'을 정하고 그 안에서 이통사와 알뜰폰 사업자들이 경쟁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통요금은 이미 거부할 수 없는 '공공요금'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