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국 논설실장
'OBS 경인TV'가 개국했던 지난 2007년, 부천시 본사는 활기가 넘쳐흘렀다. 사무실은 물론, 사옥 앞마당은 밝은 표정의 사람들 물결로 출렁였다. 그들은 하나같이 어떤 강하고 유쾌한 '기운'을 발산하고 있었다. 인천·경기지역 시청자들 역시 기대어린 눈초리로 OBS의 개국을 지켜보았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난 2014년 가을 어느 날 찾아간 OBS는 을씨년스러웠다. 사옥 앞마당은 사람들 대신 마른 낙엽들만이 뒹굴고 있었다. 그 많던 사람들은 어디로 갔을까. OBS는 지금 어떤 일을 겪고 있는 것일까. 인천경기 시청자들은 또다시 지역민방을 볼 수 없게 되는 걸까.

지난 5일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선 한무리의 사람들이 집회를 가졌다. 'OBS 생존과 경인지역 시청권 사수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란 이름의 단체였다. 이들은 이날 "고사 위기에 빠진 OBS의 가장 큰 원인이 방송통신위원회 정책 차별정책"이라며 "OBS가 경인지역 시청자들을 위한 방송으로 거듭날 수 있는 경영기반을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름을 대면 알 만한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공대위에 참여하고 있었다.
1400억 원의 자본금으로 시작한 OBS의 현재 누적적자는 1380억여 원에 이른다. 97.1%에 이르는 자본잠식률이다. 이제 남은 돈은 20억 원. 증자를 통한 긴급수혈을 해야 하지만 가장 큰 걸림돌은 '정책적 배려'다. 최대 자본주(영안모자)의 지분이 40%를 넘겨선 안 된다는 규정이 있으나 '불균등 감자'와 같은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하면 얼마든지 증자가 가능하다. 하지만 정책적 배려가 없다보니 주주들이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OBS 쇠락의 한 가지 이유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 차별정책'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건 이런 배경에서다.

광고를 배정하는 주체가 '코바코'에서 SBS를 주축으로 하는 '미디어크리에이티브'로 바뀌면서 매출이 크게 떨어진 사실 역시 '정책적 배려의 부재'에서 기인한다. 민영미디어렙 제도가 시행되기 전인 2012년까지만 해도 OBS의 광고 매출은 연평균 50%씩 성장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민영미디어렙 출범 이후 매출은 급감했다. 방송정책을 주관하는 방통위의 입장은 그러나 싸늘하기만 하다. 방통위는 지난해 말 OBS에 '조건부 재허가'를 해주었으나 이는 사실상 제 풀에 쓰러질 때까지 방치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었다. 한 예로 '개국한 뒤 3년 안에 본사를 인천으로 옮겨야 한다'는 약속을 OBS가 지키지 않음에도 제재를 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관심이 없다'는 얘기인 것이다. 이 틈을 타서 혹자는 인천에 우리나라 최대 지상파 방송의 지국을 만들자는 의견을 내놓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바람직한 일도 아니다. 증자도 안 되고, 방통위의 정책전환도 없다면, 이제 남은 것은 오피니언 리더들과 시민들의 결단이다. OBS 위기의 원인을 '지역방송도, 그렇다고 전국방송도 아니 방송이었기 때문'이란 비판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잘 나가는' 비싼 연예인 한두 명 앉혀놓는다고 해서 전국방송이 되는 것은 아닌데 OBS는 가끔 '양복 입고 갓을 쓴' 것만큼이나 어색한 프로그램을 종종 방영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지금 프로그램을 조목조목 비판하기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분명한 사실은 OBS가 어려워질 경우 그 피해는 시청자들이 입는다는 것이다. 다매체, 다채널시대라고 하지만 지역민방은 또 다르다. 인천시민, 경기도민의 입장에서 OBS가 문을 닫으면 우리지역 방송이 사라지는 동시에 '지역시청자주권'을 상실하는 결과를 맞을 수 있다. OBS가 '모범적인 지역민방', '공익적 민방'으로 부활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