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연 수필가·인천시궁도협회장
한 때 모 단체의 지역회장까지 역임했던 이의 점포를 방문했다. 그는 대뜸 "후배들에게 물려주지 나이 들어 사비까지 써 가며 무슨 궁도협회 회장을 하느냐?"고 안부 인사를 대신했다. 홧김에 "환갑이 넘은 당신은 집에서 손주나 보지 그 나이에 좁은 가게에 쪼그리고 앉아 궁상을 떨고 있느냐?"고 지청구를 줄까 하다가 참았다. 또 다른 지인은 한약에 대해 물어본다며 전화를 건 후 용건이 끝나자 "그 나이에 무슨 궁도협회장을 맡고 있느냐?"고 혀를 찼다. 나이가 들어 궁도협회 회장도 못 할 사람에게 자신이 복용할 한약을 물어보는 것은 불안하지 않는지 궁금했다.
전국 궁도대회에는 65세 이상 선수들의 참여를 권장하기 위해 노년부 경기를 따로 운영하고 있으며 전국의 활터에는 80대 노인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 이제 60대 중반 문턱을 딛으려는 나이가 시 체육회 가맹 단체장으로서는 적합하지 않단 말인가. 아직은 활시위를 당길 수 있어 궁도의 발전을 위해 바쁘게 행사장을 찾아다니고 있으며 치매 걱정 없이 집필 활동을 하고 있기에 괘념 없이 던진 그들의 말 한마디가 촌철살인의 비수가 되어 내 가슴을 찌른다. 지난 달 17일,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국회 교육문화위원회 설훈 위원장이 관광공사 국정감사에서 78살의 윤종승(예명 자니 윤)씨에게 내 던진 말을 두고 시끄럽다. 설 의원은 "그 나이면 누가 봐도 쉬어야지 왜 일을 하려고 하나? 쉬는 게 상식이다!"라고 해 윤 씨와 노인 세대에 큰 충격을 안겨 주었다.
제17대 총선이 진행되던 2004년 3월, 당시 열린우리당 정동영 상임고문은 "60대 이상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다. 그분들은 집에서 쉬셔도 된다"는 발언을 해 노인 단체로부터 강력한 항의를 받고 사과한 적이 있었다. 설 의원은 나이가 들면 활동과 판단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정년 제도를 만든 것이라는 취지로 말을 했다는데 그렇다면 국회의원의 정년은 몇 살일까. 윤 씨는 "그렇게 느끼는 거야 위원장님 권리지만 최근 검사에서 제 신체나이는 64세로 나왔다. 저는 위원장님보다 팔굽혀펴기도 더 많이 하고 옆차기와 돌려차기도 하며 먹는 약도 하나 없다"고 대응했다. 윤 씨가 코미디언 출신으로 관광 관련 일을 해 본 적이 없고 회계나 감사 분야의 전문성도 없다는 지적도 공감을 얻을 수 없다.
국회의원이 사회 전반 분야에 박식해서 당선된 것이 아니고 국정감사를 위해 보좌관의 두뇌를 활용하듯 윤 씨도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되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 캠프에서 일한 데 대한 보은성 낙하산 인사를 문제 삼았다지만 이 또한 '죄 없는 자가 간음한 여인에게 돌을 던지라'는 성경구절처럼 어느 정권도 떳떳할 수 없다. 고 김대중 대통령은 72살의 연세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에 취임해 77살에 퇴임을 했지만 국민 누구도 나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강인한 의지로 끈질긴 민주투쟁을 해 온 결과에 대해 여·야와 정치 색깔, 나아가 인종을 초월해 세계인들이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나이는 본인의 의지에 따라 숫자에 불과할 뿐이므로 그 대상이 누구이든 더 이상 노인의 가슴에 못을 박는 발언은 삼가야 한다. 거역할 수 없는 세월의 흐름 앞에 누구나 어쩔 수 없이 노인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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