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영 인천항만물류협회 회장
'공유'는 세계적 트렌드다. 상생의 전략이다. 제레미 리프킨의 최근 저서 '한계비용 0의 사회'에서 잘 드러난다. 개별 영업하는 자가용 서비스인 '우버'나, 자기 빈집을 놀리느니 돈받고 빌려주는 '에어 비엔비'와 같은 것이다. 추가로 하드웨어에 돈을 들이지 않기에 한계비용이 0이다. 공유를 통해 서로 돈을 아끼고 돈을 번다.
그런데, 이 '공유'라는 단어를 쓴 제목에 비극이 웬말인가? '공유지의 비극'은 개럿 하딩이라는 생물학자가 채택한 사례다. 여러 경제, 사회현상의 분석에 유용하다. 같이 쓰는 목초지에 너나 할 것 없이 그냥 소를 몰아넣기만 하니 결국 그 곳은 폐허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공공의 통제가 필요하다는 결론으로 이끈다.
공유는 결국 공공의 통제와 맞닥뜨린다. 에어비엔비의 경우도, 수십채의 개인집을 가진 업자가 기존 숙박업을 위협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공공이 나서야 한다. 공유지인 목장의 경우, 소의 수를 정하고 소를 넣는 주인들에게 목초를 키우는데 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이 공공의 역할이다. 이런 과정이 무력화되면 이 시스템 안에 있는 구성원 전체가 위태로워진다. 소가 다 죽고, 세금을 꼬박 내는 숙박업자들은 망한다.
인천도 공유시스템이다. 인천시 울타리 안에 있는 자산의 주인은 시민이다. 많은 예산을 써 가용예산이 줄었다면 시민이 덜 쓸 수 밖에 없다. 시는 내년 '각부서 자체사업예산 70% 삭감' 등 긴축을 예고했다. 시민들의 고통도 늘어날 우려가 크다. 아시안게임 때 문학경기장을 쓰고 주경기장을 안 지었다면, 실패한 대형 부동산 사업들을 하지 않았다면 하는 목소리들이 메아리친다. 많은 과다 예산사업이 사실 일부 주민들의 결사적 주장에 밀려 진행됐다. 인천 재정자립도가 70%가 넘어 튼실하고, 결국 중앙정부의 지원을 끌어올 수 있다는 자만의 결과다. 인천이라는 공유시스템 안의 시민 전체가 위기다.
'정치'의 가장 유명한 정의는 '가치들의 권위적 배분'이다. 그 중요한 결단은 정치지도자가 한다. 그러나, 그의 투철한 소신도 유권자 앞에서는 흔들린다. 그래서 "Quis custodiet ipsos custodes? (누가 감시자를 감시할 것인가?)" 라는 말이 이미 고대로부터 나온 것 같다. 필요한 것은 '결정의 공유'다. 거수기 노릇하는 투자위원회나, 지방재정법에 있지만 시늉만 하는 주민참여예산제는 아니다. 예를 들어 아시안게임 주경기장을 신축하는 것 같은 '조'단위 사업이라면, 남구, 계양구 등 모든 인천과 각층을 대표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든 정보를 공유하고 결정한다. 조사할 수 있는 권한도, 계산할 수 있는 기관도 공유한다. 섣부른 결정을 안 할 가능성이 높고 그 결과도 함께 감내해 낼 것이다.
사문화된 주민투표를 살려도 좋다. 주민자치가 확립된 스위스는 지난 5월 전투기 22대를 구입하는 사업을 주민투표를 통해 부결시켰다. 안정적 재정을 위해 어느 정도의 안보 공백도 주민 스스로 감수하는 것이다.
'공유지의 비극'의 저자는 '무진장한 해양 자원'을 공언한 해양국가들 때문에 다양한 물고기와 고래종이 멸종위기에 몰렸다고 지적했다. 하물며 바다도 그렇다. 내년 인천의 세입예상은 4조6000억원인데 세출은 5조4000억원이라고 한다. 인천의 자원은 유한하다. '공유지의 비극'을 되새김질 해 볼 때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