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창 인천 서구의회 부의장
"삼천 가지 죄가 있다. 그 중에 불효의 죄가 가장 크다" 공자의 말씀이다. 우리 한민족도 유학이 전래되기 전부터 '효'를 '충'과 나란히 하여, 이를 어길 시 가장 큰 벌을 내렸었다. 나아가 '장유유서' 등 노인 공경이라는 품격 있는 문화를 동시에 향유했었다.
오늘날 우리는, 전후 산업화 시기에 어르신들의 희생이 계셨기에 오늘의 풍요로움이 있다고 배우고 있다. 학교 수업에서, 또는 가정에서 우리는 어르신들께 늘 감사하는 마음과 공경심을 갖도록 교육받아왔다. 실제로 매 10월을 '노인의 달'로 지정하기까지에 이른다. 곳곳에서 많은 주민들과 공직자들이 다함께 팔을 걷어붙이며, 노인 경로잔치를 벌이는 흐믓한 공동체 문화를 꾸려가고 있다.
그런데 많은 행사가 이웃동네와 한날한시에 열렸다. 어르신들께서 이 행사장 저 행사장으로 몰려 다니신다는 이유로, 1년에 몇 번 안 되는 자리도 약속이나 한 듯 하루에 몰아서 한 것이다. 이웃 기관 단체들과 사전협의로 날짜 간격을 두거나 최소한 시간대를 달리하였다면, 어르신들께서 이런 뜻깊은 자리를 좀더 여러 번 갖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들었다. 어르신들이 분산되니 비용 적게 들어 좋고 단지 일정의 하나로서 빨리 끝내자는 생각으로 한 것은, 현장에서 같이 움직이면서 보았을 땐 결코 아니었다고 단언한다. 다만 화룡정점이라 했듯이 많은 준비 및 노력의 결과에 비해, 마지막 세심한 배려라는 정점을 찍는 것까진 가지 못했다는 아쉬움의 문제였다.
또 하나, 경로 행사부터 각종 봉사 현장에서 느끼는 것이 있다. 어르신들께선 적은 노인 연금에도, 또는 몇 번 안 되는 식사 자리에도 무척 크게 감사를 표하신다는 것이다. 소득에 비해 혜택이 많다 하시거나, 이렇게 따뜻한 밥을 차려주니 고맙기만 하다고 하신다. 작은 위로에 큰 고마움을 표하시니 가슴이 먹먹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노인분들을 위한 각종 행사나 자리라는 외형적인 부분은 점점 그 형태를 갖춰 나가는 중이다. 따라서 지금부터는 무언가 했다는 형식적인 일정 수행이라는 색채를 좀더 덜어내고, 진정으로 어르신들께 다가가는 자세를 그려 볼 때다. 따듯한 점심 한 끼도 중요하지만, 공동체의 중요 구성원으로서 여전히 주민들과 더불어 살고 있다는 것을 어르신들께서 확신하시는 원년으로 만들 때라 생각한다.
그 실행을 위해, 어르신들을 위한 노인 건강과 경로 위안에 대한 체계적인 프로그램 제공을 생각할 수 있다. 즉 '일방적 복지'에서 '참여하는 복지'로 유도하는 것이다.
외국에서 발표된 논문을 보면, 의료지원비에 3달러 투자 할 것과 건강을 위한 체력 관리지원비로 1달러를 투자하는 것의 가치는 같다고 한다. 엄청난 경제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그 예로, 선진국처럼 1주일에 몇 시간 운동(공원산책과 노인 운동시설 이용)을 하시게 하고, 참여하시는 분들께 경로수당을 지급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정서적 측면으로 교양시간을 대폭 늘려 소규모 동아리방 운영 등 경로당중심의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어르신 스스로의 삶에 대한 여유로움과 쾌적한 노후생활을 향유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실질적인 참여 측면으로 어르신들이 갖고 계시는 지혜와 지식을 아이들에게 전수하는 훈장제도는 어떠할까? 저녁이면 비워있는 경로당을 공부방으로 바꿔보는 것이다. 생동감 있는 역사 이야기와 예절교육, 한자, 붓글씨, 충효사상 등 기존의 교육제도가 감당할 수 없었던 인성교육의 장으로 만드는 것이다. 인간이 태어나고 살아가며 얻는 반세기 이상의 역사는, 감히 인문학의 가치에 버금간다고 생각한다. 이 과정에서 세대 간의 연결고리는 결코 단절되지 않을 것이다.
외형은 더욱 풍성히 하면서도 내면에선 깊은 배려와 관심을 담아, 어르신들을 향한 우리의 진심어린 공경심을 앞으로의 조례제정에 충분히 반영토록 조사와 연구에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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