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홍 인천대 교수
많은 찬반 논란 끝에 2013년 국립법인 대학이라는 새로운 대학운영 체제로 출범한 인천대학이 지속되는 재정문제를 비롯한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다.
먼저 법인화의 찬반 논쟁과정에서 수없이 지적되어 왔던 재정문제의 본질적인 원인은 인천대학의 법인화 이후 국가와 인천시 양쪽 모두 대학의 재정책임을 서로 미루고 회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국립대학의 법인화를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가 대학지원예산의 감축에 있었으니, 시립대학인 인천대에 대한 재정지원은 근본적으로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
또한 명색이 국립대학이라는 인천대학에 대하여 그렇지 않아도 열악한 인천시 재정에서 지원을 할 명분도 여력도 없는 것이다.

그 결과 대학은 법인화 전환 첫해부터 부족한 수백억 원의 교육예산을 대출받아야 하고 국가는 그에 대한 은행이자 9억원을 지원하는 것으로 생색내는 황당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최근에는 전문대와의 통합에 따른 부족한 대학건물의 공사가 인천시가 건설비용을 지원하지 않아 공사가 중단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벌어지고 급기야 학생들이 시청으로 항의방문을 가는 사태가 벌어졌다.
시립대 시절 도화동의 넓은 부지와 대학의 수익용 재산을 고스란히 가져가고도 부족한 교사의 건축 중단은 몰론 그동안 적립되어 온 대학의 발전기금마저 대학에 줄 수 없다는 인천시의 파렴치한 모습에는 아연할 따름이다.

비단 인천대뿐만 아니라 모든 국립대학이 불과 몇 십억의 특성화 자금을 받기위해 구조조정과 입학정원 감축에 내몰리며 학과 및 단과대학간의 강제적 통폐합 등으로 대학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또한 정권에 대해 비판적이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구성원들이 선출한 국립대학의 총장을 정부가 임명하지 않아 1년이 넘게 총장이 공석이 대학이 여러 곳에 이르는 것이 현재 대학의 현실이다
이러한 대학의 위기의 근본원인은 크게 두가지로 압축된다. 먼저, 교육도 산업으로 보는 신자유주의적 교육정책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다음으로는 교육과 연구 그리고 비판이라는 대학의 본질과 역할을 잊어버리고 권력과 자본에 종속된 대학자체의 문제이다.
서구의 많은 대학들이 국가가 지원하는 공립대학의 형태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고등교육의 80%를 사립대학이 담당하고 있다. 그에 따라 취업준비 기관으로 전락한 대학은 학벌과 일자리의 기회를 제공하는 대가로 높은 등록금을 요구하는 기업이 되어가고 있다.
이렇다보니 국가발전을 위한 창의적이고 균형 잡힌 사고를 가진 지식인의 교육과 연구, 사회에 대한 봉사와 비판이라는 공적인 역할이 사라지고 있다. 취업은 제대로 된 교육의 결과이지 목적이 아니며, 고용이 불안한 것은 대학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정책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독일이 프랑스에 패전 후 국가재건의 기본방향으로 교육개혁을 선택하였으며, 근대대학의 효시로 꼽히는 훔볼트대학을 설립하고, 국가가 재정을 지원하되 대학의 자율과 국가권력이 충돌하지 않으면서 대학을 통해 독일이 근대적인 문화국가로 발전하는 원동력이 된 사례를 기억해야 할 것이다. 대학을 통제하고 획일화하려는 국가는 결코 균형된 발전을 이룰 수 없으며, 대학구성원 또한 지역과 국가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보다 당당하고 적극적 참여해야 한다.
지원하되 지배하지는 않는다는 대학정책으로 사회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대학의 공적기능을 지켜내야 한다. 지역이 함께 만들어 낸 대학민주화의 역사인 인천대학을 이렇게 둘 수는 없다. 대학의 위기는 곧 사회의 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