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남구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열린 '2014인천아시아경기대회 수영 여자 200m 혼영 SM9'에서 태국 부아푼 선수가 물살을 가르고 있다. /황기선 기자 juanito@incheonilbo.com
▲ 대부분의 경기가 무료관람인 장애인 아시아경기대회 관중들의 불성실한 태도가 문제되고 있는 가운데 19일 경기가 열리고 있는 한 경기장에 관중들 상당수가 응원은 뒷전인 채 누워 있거나 휴대전화를 만지고 있다.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18일 개회식 후 본격 열전에 돌입한 2014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경기장마다 감동의 물결로 넘쳐나야겠지만 사정은 꼭 그렇지 않다. 관중들의 관전 매너에 따라 경기장 분위기는 '격려와 환호'에서 '민망함'까지 극명한 대조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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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띤 응원 감동과 환희

진심 어린 응원과 격려의 모습을 보여준 관중들은 2014 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참가 선수들에게 잊지 못할 감동의 순간을 선사했다.

19일 여자 100m 평영 SB5 결승전이 열렸던 문학박태환수영장.

다른 선수들은 이미 100m 완주를 끝낸 뒤 결승전까지 돌아온 상태였지만, 한 외국선수가 뒤늦게 50m 반환점을 돌고 있을 때였다.

"모든 선수들이 무사히 들어올 수 있도록 남은 선수들에게 응원을 해달라"는 방송이 장 내 울려퍼졌다.

이미 다음 경기가 시작됐어야 할 시간이었지만, 아직 경기를 마치지 못한 선수를 위한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의 배려였다. 이에 모든 사람들은 남은 외국선수에게 환호와 박수를 보내기 시작했고, 그 선수는 마침내 100m를 완주할 수 있었다.

다음 경기였던 여자 100m 평영 SB4 결승전에서는 굳이 방송을 하지 않아도 관중들은 스스로 남은 선수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메달을 따지 못했고 좋은 기록도 내지 못했지만 이번 대회에서 선수들은 한국인들의 값진 응원을 마음 속 깊이 새기게 됐다.

감동적인 응원 순간은 다른 경기에서도 볼 수 있었다. 같은 날 낮 12시에 진행됐던 한국과 아랍에미리트의 휠체어 농구경기에선, 아랍에미리트 선수가 실수로 넘어지자 관중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격려의 박수를 보내기 시작했다.

넘어진 선수는 응원에 힘입어 일어선 뒤 경기를 이어갔다. 오전 9시30분쯤 혼성 P4-50m 권총-SH1 예선전이 진행됐던 옥련사격경기장에서도 관중들의 매너 있는 경기 관람은 계속됐다.

집중도를 요하는 사격 경기장에 들어오자 관중들은 자원봉사자의 제재가 없어도 스스로 조용히 히는 모습이었다.
친구끼리 관람을 하러 온 한 시민은 떠드는 지인에게 "여기는 사격장이라 조용히 해야 한다"며 주의를 요했다.

/구자영 기자·김혜림 인턴기자 ku90@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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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학습 학생 무관심

2014 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이하 APG)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동원된 관중들의 꼴사나운 행태가 일반 관중의 관심을 떨어뜨림은 물론, 선수들의 열정까지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17일 한국과 일본과의 휠체어농구 조별리그 2차전이 열린 날. 경기 종료와 함께 기다렸다는 듯 뛰어나가는 학생들로 삼산월드체육관은 소란이 빚어졌다.

이날 경기는 한국이 일본에 59대 58로 진땀승을 거뒀다. 학생들에게 경기 결과를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한국이 이겼나? 졌을 거에요. 졌어요." 대답을 남긴 학생들은 PC방으로 뛰어가기 바빴다.

앞서 지난 16일 한국과 대만과의 휠체어농구 조별리그 1차전이 열린 날. 학생들은 경기에는 관심이 없었다.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않았고 심지어 누워서 잠을 청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이와 함께 경기 중 일어나 뛰어다니는 통에 일반 관중들은 눈살을 찌뿌렸다. 해당 학급 선생님은 "선생님 저기 앉아 있을테니까 경기 끝나고 앞으로 모여"하는 것이 전부 일뿐, 경기 종료까지 학생들을 제지하거나 주의를 주는 일은 없었다.

당초 계획은 좋았다. 장애인스포츠를 관람함으로써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허물고 학생들에게 선수들의 열정과 감동의 드라마를 느끼게 하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이미 학생들에게 APG는 봉사활동 점수를 따고, 친구들과 노는 날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19일 경기장을 찾은 장애인 A씨는 "너무 가슴아프다. 어느정도 무관심은 예상했지만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에 교육청 관계자는 "현장학습 메뉴얼에 현장학습 사전 교육을 진행하게 돼 있으니 모두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었을 것이다"며 "교육이 학교 자체적으로 이루어지다보니 그런 것 같다. 대책을 찾아보겠다"고 답했다.

/김근영 기자·김혜림 인턴기자 kky8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