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뻔뻔한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 지난 4일 인천 송도 메인프레스센터(MPC)에서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폐막을 앞두고 열린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공식 기자회견 장면. /연합뉴스
알사바 회장, 문제점 등한시 "훌륭한 대회" 발언만

조직위 사무총장, 운영 관련 질문에 신경질적 반응

무리한 귀빈 의전 요구로 일반 관람석 줄어들기도

수익 극대화 위해 개·폐회식 입장권 고가 책정 입김


"큰 그림(좋은 면)만 봐야지…작은 부분(문제점이나 잘못된 면)에 초점을 맞추면 발전을 이뤄낼 수 없습니다."

지난 4일 인천 송도 메인프레스센터에서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폐막을 앞두고 열린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공식 기자회견에 나온 세이크 아흐마드 알파하드 알사바 OCA 회장이 한 말이다.

"공식보고서가 잘한 것 위주로만 채워지고 잘못한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아 냉정한 평가를 어렵게 하고, 이는 같은 실수나 오류를 반복하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그는 "(대회를 평가하면서) 긍정적인 시그널(신호)을 보내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이는 우리가 큰 그림을 보기 때문"이라며 "이를 통해 아시아가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고 부연했다.



▲어이없는 상황인식 자화자찬만 가득

결론은 어두운 면은 볼 필요도 없고, 보지도 않겠다는 말이다.

웨이지종 아시아올핌픽평의회 종신 명예부회장은 한술 더 떴다.

그는 "알사바 회장이 (일부 문제가 있음에도) 더 큰 발전을 위해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는 게 중요하다고 했는데, 이를 넘어 대회는 실제로 잘 치러졌다. 내 경험에 비춰 역대 다른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보다 더 훌륭했다"며 자화자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처럼 OCA는 문제점이나 잘못한 점을 스스로 작은 부분이라고 치부하고, 이를 평가 기준에서 제외하는 근거로 삼으면서 결론적으로 "잘했다. 훌륭했다"는 말만 반복했다.

대회를 준비하고 운영했던 2014인천아시아경기대회 조직위원회 역시 한 외신기자의 말을 빌어 이번 대회를 '10점 만점에 8점'이었다고 소개하며 OCA와 인식의 궤를 같이했다.

조직위원회는 5일 언론에 배포한 대회 결산 보도자료를 통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공식 대회 역사 기록가이자 지금까지 월드컵 결승 14회 취재, 올림픽 23회 취재, 아시안게임 6회 취재 등으로 올림픽 역사가로 불리는 데이비드 밀러(영국) 기자는 10점 만점에 8점을 줬다"며 "밀러는 런던올림픽을 9점, 브라질월드컵을 7점으로 평가해 인천아시안게임을 브라질월드컵보다 성공적인 대회로 평가했다"고 소개했다.

앞서 조직위원회 실무 총 책임자인 권경상 사무총장 역시 대회 중반 기자회견장에서 "온라인에는 아시안게임이 아니라 '아시안 운동회'라는 비아냥이 나온다. 이런 비난을 받는 근본 원인이 무엇이며, 어디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발끈하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그런 평가에 동의할 수 없다. 운동회라니 굉장한 모욕이다. OCA 회장도 '열일곱번의 아시안게임 중 가장 진행이 잘 되고 있는 대회'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의 진행 노하우를 배우려고 몇몇 나라들로부터 연락이 오고있다"며 반박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반면교사(다른 사람이나 사물의 부정적인 측면에서 가르침을 얻는다는 뜻)로 삼아야한다'는 지적이 아직까지 계속 되고 있을만큼 대회 운영에 문제가 많았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4일 국정감사장에서도 여야 모두 이번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운영 미숙에 대해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일부 의원들은 "인천아시아경기대회를 준비하고 운영했던 조직위나 대한체육회, 문화체육관광부가 대회를 엉망으로 치러 인천의 브랜드 가치가 상승하기는커녕 인천을 넘어 국가 이미지까지 깎였다"며 "2018년 평창올림픽이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고 비판했다.



▲무리한 의전 요구에 입장권 고가 책정 입김

이처럼 현실과 동떨어진 상황인식을 하고 있는 OCA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OCA패밀리 등 일부 VIP들의 무리한 의전 요구도 큰 문제였다. 조직위는 이들을 위해 관람석을 줄이고 VIP를 위한 자리를 늘리는 등 곤욕을 치렀다.

당시 조직위 관계자는 "OCA패밀리와 협회 관계자들이 계속 추가 자리를 요구하고 있다.

경기장 공간은 한정돼 있어 VIP자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관람석을 줄이는 방법 밖에 없다"고 난처해했다.

실제, 아시안게임 기간 동안 복싱경기장과 역도경기장은 관람석이 2104석에서 1800석으로, 1500석에서 840석으로 각각 줄어들었다.

더욱이 OCA는 인천아시아경기대회 개·폐회식 입장권 가격을 고가로 결정하도록 입김을 행사하기도 했다.

결정 당시 입장수입의 20%를 가져갈 수 있었던 OCA가 수익 극대화를 위해 개·폐회식 입장권 가격을 고가로 책정토록 유도한 것이다.

인천시와 조직위는 애초 지난 2012년 7월, 인천아시안게임 개·폐회식 입장권 가격을 최대 70만원, 최소 15만원으로 책정했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곧 번복됐다.

올해 1월 개·폐회식 입장권의 가격은 최대 100만원, 최소 10만원으로 조정됐다.

조직위가 지난해 인천대 산학협력단에 용역을 맡겨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가격으로 변경, 12월 OCA로부터 승인을 받았기 때문이다.

조직위 내부에서조차 개·폐회식의 입장권 가격이 비싸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지난 광저우 대회와 비교해 절반에 가까운 입장권 가격은 OCA 승인을 받을 수 없다는 이유로 무시된 것이다.

최근 적자를 우려한 조직위가 협상을 통해 입장 수익 전부를 가져오는 것으로 협의를 마쳤지만 가격은 변하지 않았다.

그 결과 개회식이나 폐회식 모두 판매가능좌석 중 일부만 팔렸고, 행사장을 채우기 위해 조직위는 무료 티켓 수만장을 배포하는 일을 반복했다.

결국 제 값을 주고 입장권을 산 시민들만 바보가 된 셈이다.

하지만 조직위원회나 OCA는 이에 대해 어떤 책임있는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팔리지 않은 빈 좌석을 공짜표를 뿌려 메우는 것에만 집중했을 뿐이다.

이같은 OCA의 행태에 대해 조직위원회 내부에서도 불만이 나오고 있다.

한 조직위 관계자는 "평가라는 게 잘못된 것과 잘된 것을 고루 살펴 좋은 것은 계승·발전시키고, 잘못된 것은 고쳐 바로잡기 위해 이뤄져야하는데 그저 잘됐다고만 하니 뭐가 달라지겠냐"며 "앞으로라도 진짜 국제 대회를 잘 치르려면 냉정하고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지도록 제도나 시스템이 갖춰져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