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국 논설실장
저널리즘이 위기인 이유를 한마디로 얘기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인터넷과 SNS가 주도하는 디지털뉴미디어 혁명, 매스미디어의 난립, 킬러콘텐츠의 부재, 경기 침체에 이르기까지 그 이유는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저널리즘 학자들은 그러나 '저널리즘 본연의 자세'를 견지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진단한다. 저널리즘 본연의 자세란 무슨 말일까. 빌 코바치와 톰 로젠스틸은 저널리즘의 첫째 의무는 '진실 추구'라고 말한 바 있다. 진실은 사실 뒤에 숨은 사실을 가리킨다. 말하자면 사실이 나무라면 진실은 나무 뒤에 무성하게 우거진 숲인 셈이다. 저널리즘 학자들의 진단은 결국, 현재 저널리즘 종사자들이 진실을 추구하지 못하거나, 안 하고 있다는 해석을 가능하게 만든다. 만약 그렇다면 왜 그럴까.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저널리즘의 위기는 신문의 탄생과 연관이 있다.

신문의 역사는 로마제국 시대의 '악타 세나투스'(Acta Senatus)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근대적 신문이 탄생한 때는 활판 인쇄술이 발명된 이후 부터다. 세계 최초의 신문인 독일의 '라이프찌거 짜이퉁'(Leipziger Zeitung)이 17세기 등장한 이래 서유럽에선 상인과 수공업자들이 '왜 정치를 왕과 귀족이 독점하는가?'란 문제의식으로 신문을 제작하기 시작한다. 시민계급은 '돈 앞에 누구나 평등하다'며 신문을 자신들의 권리 획득을 위한 정론지로 만들어 나갔다. 서유럽의 신문은 시민계급이 자신들의 정치적 권리를 표출하는 정파지 성격이 짙었다. 이 점이 우리나라의 신문과 다른 점이다.

1876년 강화도조약으로 교두보를 마련한 일본은 조선의 지식인들을 일본으로 초청한다. 이때 일본으로 건너간 지식인 가운데 박영효와 유길준은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의 집에 머물게 된다. 후쿠자와는 일본 1만 엔짜리 지폐의 주인공으로 당시 일본의 최고 계몽사상가였던 인물이다. 이때 후쿠자와는 "조선도 개화를 하려면 신문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들이 돌아와서 만든 신문이 한국 최초의 근대적 신문인 '한성순보'다. 서유럽에서는 시민계급에 의해 자생적으로 신문이 탄생했다면, 우리나라에선 일본의 영향에 의해 신문을 만들기 시작한 셈이다. 이후 한성주보, 독립신문 등이 발행됐으나 일본의 간섭 때문에 일본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논조를 견지했다.
일제 강점기를 거쳐 광복 뒤 전국적으로 많은 신문들이 발행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1945년 10월 7일 인천에서 발행한 최초의 민간신문은 바로 '대중일보'(大衆日報)다. 대중일보는 창간사에서 "사회정의의 옹호와 시민문화의 건설을 도모하여 결연히 인천을 기반으로 한 일간신문"이 될 것을 표방했다. 이후 '인천신보(仁川新報)' (구)'기호일보(畿湖日報)', '경기매일신문(京畿每日新聞)'으로 개제(改題)하며 줄기차게 명맥을 이어갔다. 그런 대중일보의 후신인 경기매일신문이 폐간된 것은 1973년 유신 치하에서였다. 1973년 8월31일, '경기매일신문' 사장이던 송수안은 유신정권의 강압에 못 이겨 통폐합에 서명했고, 인천시민들은 더 이상 내 고장의 신문을 볼 수 없었다. 당시 인천에서 수원에 본사를 둔 '경기신문' 불매운동까지 일어난 것은 신문을 빼앗겼다는 자조적인 지역의 움직임이었던 것이다.
'대중일보'의 가치는 일본 제국주의나 군사정권의 대변지가 아닌 인천 시민의 목소리를 내는 민간신문이었다는 데 있다. 그래서 강제 폐간돼 통폐합 당한 것이기도 하다. 지금 인천에서 대중일보가 회자되는 것은 저널리즘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 가운데 하나가 인천시민의 신문이었던 '대중일보의 정신 계승'에 있기 때문이다. 내년 '대중일보' 창간 70주년을 앞두고 인천에 본사를 둔 언론인들이 모여, 대중일보 창간일인 10월 7일 '대중일보 기념사업회' 발족식을 갖는 이유는 대중일보 철학과 정신을 계승해 진정한 인천시민들의 언론으로 거듭나기 위한 자주적 몸부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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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일보 기념사업회 발족 … 인천언론역사 바로잡기 시동 인천지역 언론인들이 오는 2015년 대중일보 창간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대중일보70주년기념사업회'를 발족, 인천언론역사를 바로잡기 위한 발걸음을 시작했다. 인천일보와 경인방송, 인천뉴스, 인천in, 시사인천 등 인천지역 언론관계자들은 지난 1945년10월7일 창간된 대중일보의 창간일을 맞아 기념사업회를 구성, 7일 신포동 구 대중일보 사옥 앞에서 발족식을 가졌다. 발족식에는 인천일보 박길상 대표와 조우성 주필, 백종환 편집국장, 김진국 논설실장, 이승희 시사인천 대표, 이희환 인천in 대표, 양순열 인천뉴스 편집국장, 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