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대회부터 10연패 … 9·10위 결정전서 라오스 격파
한국 여자럭비가 10전11기 끝에 '기적의 1승'을 거두는 감격을 누렸다.

한국 여자 럭비 대표팀은 2일 인천 남동아시아드 럭비경기장에서 열린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여자 럭비 9~10위 결정전에서 라오스를 34-0으로 꺾었다.

짧은 한국 여자 럭비 역사에 1승이 쓰이는 순간이었다.

시상대 꼭대기에 선 것도 아니었고, 10개 참가국 가운데 겨우 9위를 차지한 것뿐이었지만 선수들에게는 우승에 버금가는 찬란한 1승이었다.

남자 럭비 대표팀이 아시아에서 일본, 홍콩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강호로 군림한 것에 비해 여자 럭비 대표팀은 만년 꼴찌였다.

여자 럭비 대표팀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 게임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여자 럭비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면서 구성됐다.

신체 건강한 대한민국 여성은 누구나 지원할 수 있었고, 그렇게 럭비공 한 번 만져본 적 없는 24명이 모였다.

연습 3개월 만에 광저우 아시안 게임에 출전했고, 6전 전패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한국 여자 럭비 대표팀의 목표는 여전히 1승이었다.

사실 럭비 불모지나 다름없는 한국의 척박한 현실을 고려하면 1승도 기적이었다.

한국에는 고등학교와 실업에 단 한 개의 여자 럭비팀도 없다.

대학팀으로는 지난 3월 창단한 수원여대 여자 럭비팀이 유일하다.

동호인 클럽도 2개만 있을 뿐이다.

열악한 환경에서 대표팀도 겨우 꾸렸다.

지난 3월에야 선발전을 통해 대학생과 예비 사회인으로 12명의 선수를 모았고 4월부터 6개월간 훈련에 매진했다.

힘든 훈련을 치렀지만, 목표했던 1승은 쉽게 닿지 않았다.

한국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싱가포르와 첫 경기에서 0-19로 완패했고, 이어 열린 일본과 중국과의 경기에서도 0-50, 0-64로 대패했다.

3경기를 치르는 동안 1승은커녕 1점도 얻지 못했다.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는 선제점을 냈지만 7-10으로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다.

그러나 한국 여자 럭비 대표팀은 포기하지 않았다.

한국은 라오스와의 마지막 순위결정전에서 34-0으로 승리하고 그토록 바라던 첫 승리를 거머쥐었다.

'전패는 면하자'라는 이번 대회 목표를 이룬 여자 대표팀의 다음 목표는 이제 디비전1으로 승격해 더 많은 국제 대회에 참가하는 것이다.

/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