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웨이지종 아시아올림픽평의회 명예 종신부회장
경기장 활용 "짧은 시간내 수익 기대는 과욕 … 복지차원 관리를"

남북 교류 "한국관중, 北 선수 응원 … 우정 나누면 변화 있을 것"

대회 유산 "경제관점으로만 봐선 안돼 … 국제적 시각 확산 성과"



무려 10번의 올림픽과 11차례의 아시안게임. 지난 반세기 동안 체육인으로 살아온 웨이지종(사진) OCA(아시아올림픽평의회) 명예 종신부회장은 아시아 스포츠계의 대표적 원로로 꼽힌다.

한국과의 인연도 깊다. 중국올림픽위원회 사무총장직에 오른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에서는 선수단 파견 업무를 도맡았다. 인천이 10여년 전 아시안게임 유치에 도전하며 처음 도움의 손길을 구한 이도 웨이지종 부회장이었다.

지난 2007년 인도 뉴델리를 누르고 개최에 성공하기까지 그는 인천의 든든한 조력자이자 동반자였다. 지난 28일 오후 인천 중구 차이나타운 한 식당에서 만난 웨이지종은 반환점을 돈 인천아시안게임에 대한 생각을 털어놓았다. 반세기 역사의 눈으로 바라본 그의 평가는 박하지 않았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다. 이번 대회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어느 대회든 초반에는 말썽이 있기 마련이다. 국제대회를 개최한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외국에서 보면 한국은 서울, 부산 등 2번의 아시안게임을 치렀고, 평창동계올림픽도 앞두고 있어서 더 잘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잘못된 관점이다. 지난 경험은 당시 대회를 치른 사람들이 쌓은 노하우일 뿐이다. 서울아시안게임을 겪은 사람들이 지금 인천아시안게임을 꾸려가는 것도 아니다. 동일 선상에서 논하면 안 된다."


▲조직위원회가 잘하고 있다는 건가.
-"단순히 조직위를 비난해서 될 일이 아니다. 경험은 전해지기 어렵다. 많은 책과 매뉴얼이 있어도 스스로 겪고 성장하는 수밖에 없다. 대회 초반 미숙함이 드러나는 건 당연하다. 언론에서 비판하는 걸 알지만, 지난 경험으로 볼 때 조직위가 무난하게 대처한다는 생각이다. 이제 수송, 음식 등 대부분의 문제는 풀렸다. 지금까지 드러난 문제들을 해결한 경험이 있어서 또 새로운 문제가 불거져도 풀어내는 능력이 생겼다고 본다. 처음에는 당황했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모자라는 부분을 인천시와 조직위, 시민 모두 이해하면서 나아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


▲각국 선수단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나.
-"처음 선수단장 회의에서 불평이 없진 않았지만,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줄어들었다. 이만큼 큰 대회를 여는 건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다. 완벽하길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 있다. 그리고 간과하는 부분이 있다. 이번 대회는 안전으로 따지면 최고 수준이다. 런던올림픽보다도 낫다. 인천이 안전한 도시라는 뜻이다."


▲인천은 대회를 준비하며 재정에 어려움을 겪었다. 베트남에서는 경제난을 이유로 개최권을 반납하기도 했다. 아시안게임 개최지마다 과도한 재정 투자로 인한 우려가 적지 않다.
-"국제대회가 경제에 부담이 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아시안게임은 장기적 투자나 마찬가지다. 시간이 흐르면 투자한 효과가 서서히 나온다. 경제 외에도 사회적 성취도 계산에 넣어야 한다. 많은 시민이 경기장에 가고, 우물 안 개구리였던 눈이 국제적 시각을 갖는 것도 중요한 성과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국제 사회의 일원이 되기 때문이다. 바로 그게 아시안게임이 메달 경쟁을 떠나 아시아인에게 주는 교훈이다. 경제에만 매달리면 이런 사실을 놓친다. 서울은 1988년 올림픽을 거쳐 좋건 싫건 국제화 물결에 합류했다."


▲이번 대회가 인천에 남길 유산은.
-"서울처럼 인천이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할 거라고 믿는다. 물론 경제가 중요하지만, 국제화 흐름에 합류하지 않으면 결국 낙오할 수밖에 없다. '돈이 많이 든다', '엉망이다'라는 말이 나오지만,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 100명 중 20명만이라도 이 말을 이해해주면 좋겠다. 인천에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다. OCA의 목표도 사회적 성취, 국제적 시각을 퍼뜨리는 것이 돼야 하고, 이런 정신을 이해하고 계승하는 것이 아시안게임의 유산이라고 본다. 유산은 당장 내년에 성취되지 않는다. 10년, 나아가 100년까지 이어진다. 빚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얘기를 하고 싶다. 모든 나라, 도시, 개인이 부채를 안고 산다. 시에 부담을 준다는 시각으로만 바라보지 않았으면 한다."


▲인천에서는 경기장 사후 활용 방안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유정복 인천시장도 고민이 많겠지만, 이미 만들어진 시설인 만큼 사회복지 차원에서 중앙·지방정부에서 관리하는 수밖에 없다. 경기장은 외국인이 인천에 왔을 때, 도시를 소개하는 명함·랜드마크로서의 의미도 있다. 짧은 시간 안에 수익을 내려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예를 들면 주경기장에서 1년에 5~6번 행사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야 한다."


▲대회의 첫인상이라고 할 수 있는 개회식에 대한 평가도 엇갈렸다.
-"한국, 그리고 한류를 이해하고 있는 동아시아에서는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특히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걸 봤다. 하지만 서아시아 등 다른 지역 사람들은 문화적 맥락이 달라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전체적으로 아름다웠지만, 결국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면 개회식을 보고서도 기억에 남지 않는다. 사람들은 자기가 본 걸 이해해야 기억할 수 있어서다."


▲남은 대회 기간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까.
-"한국 사람들이 친절하다는 이미지를 보여줘야 한다. 각국 선수, 임원들에게 '한국 사람은 친절하다'는 인상을 남기는 것도 아시안게임의 유산이다. 많은 가정 주부들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모습을 봤다. 경기장 밖에서 궂은 일을 도맡으며 곳곳에서 필요한 도움을 주고 있었다. 이들이 자원봉사에 나서는 것 자체가 국제사회에 마음이 열려 있다는 의미다. 특별한 감사를 드리고 싶다."


▲좀 다른 얘길 하겠다. 이번 대회 슬로건 중 하나가 '평화의 숨결'이다. 특히 인천은 북한과의 접경 지역인 서해 5도를 끼고 있기도 하다. 이번 대회가 남북에 남길 메시지는 무엇이라고 보는지.
-"우선 정치와 스포츠는 별개라고 말하고 싶다. 한국 선수건, 북한 선수건 똑같은 사람이다. 정치인들은 다른 생각이 있을 수 있지만, 같은 사람이고 모두 조화롭게 지내야 한다. 정치인들이 어떻게 할 수 없는 건 가슴으로 느끼는 사람의 감정이다. 만약 이번 대회에서 남북 선수들이 마음의 문을 열고 우정을 나눈다면 그전과는 분명 달라질 것이다. 한국 관중이 북한 선수를 열렬하게 응원하는 모습도 내눈으로 똑똑히 봤다."


▲아시안게임이 나아갈 길을 제시한다면.
-"대회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그러면 선수들이 피해를 본다. 스포츠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모든 걸 선수 입장에서 바라봐야 한다. 카바디, 세팍타크로, 볼링 등 비올림픽 종목을 아시안게임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올림픽 종목으로만 대회를 치르면 아시아 스포츠가 빛을 볼 기회가 없고, 선수를 위한 장도 마련되지 않는다. 시작과 끝은 언제나 선수여야 한다."

/글=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

/사진=황기선 기자 juanito@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