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훈 자원봉사자

근로자 처우문제 등 날카로운 지적
"남은 기간 동안이라도 개선됐으면"


인천아시안게임 기간 동안 구월 아시아드 선수촌 물류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정경훈(29·사진)씨는 "나쁘게 보려고만 한 게 아닌데도, 자꾸 문제점들이 곳곳에서 보인다"고 말한다.

대회 기간 동안 일하는 이들의 처우 문제다.

하루 꼬박 12시간 넘게 일하는 자신의 물류 관련 업무에서부터, 각종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는 자원봉사자 등의 상황은 아시안게임을 돌이켜 봤을 때 아쉬움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지난 8월 인하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그는 한때 노동 법률을 전문으로 하는 법조인을 꿈꿨을 정도로 근로자 처우 문제에 관심이 많다.

정경훈씨의 생각은 일반 근로자들의 '볼멘소리' 수준보다 어느정도 전문성에서 비롯한다.

정씨는 "이런 말하기가 싫지만"이라 운을 떼면서 "선수 입출국 때 오는 짐을 내려놓는 단순한 업무를 수행하는 데도 준비된 메뉴얼이 현장 사정과 달라 즉흥적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고, 그러다 보니 하루 12시간 일하면서 식사 챙기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야간 근무자 사정은 더욱 열악한데, 오후 9시부터 오전 9시까지 일하는 새벽 근무자들의 일급은 식대 포함 9만원 정도로 노동계에서 정한 야간 수당이 1.5배인 것을 보면 임금 수준도 만족스러운 것은 못 된다"며 "대회 운영이 바쁘다 보니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근로계약서 지급 규정도 지켜지지 않을 정도로 작업 환경이 급박하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나 버스, 택시 기사들이 이용하는 화장실이나 휴식 시설도 아쉬운 부분이고, 특히 자원봉사자들의 경우 일당 2만원도 안 되는 돈으로 식비, 교통비까지 해결하는 상황이다.

적자를 감수하고 일한다는 말이 자원봉사자들 사이에서 나오는 이유다.

대회가 자원봉사자들에게 의지하는 부분이 큰 만큼, 봉사를 하는 사람에게도 그에 맞는 대우를 해줘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정경훈씨는 "인천 출생은 아니지만,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지낸 이 곳은 나의 '제2의 고향'이나 마찬가지여서 이번 대회에 대해 갖는 애정은 남들과도 뒤지지 않는다"며 "한시적인 대회가 갖고 있는 속성 때문이라고 해도 남은 기간 동안만이라도 일하는 사람들의 근무 상황이 개선되길 기대한다"말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