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출신 메달리스트 릴레이 인터뷰(끝) - '국민유격수' 박진만(야구)
▲ 지난 13일 문학구장에서 인천일보와 만난 박진만이 그라운드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진만은 그동안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에서 모두 금메달 2개, 동메달 2개를 목에 건 명실상부 국내 최고 유격수다.
▲ 박진만의 유격수 수비 장면. 박진만은 탄탄한 수비력을 바탕으로 각종 국제대회에서 한국의 내야진을 이끌며 한국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데 공을 세웠다. /사진제공=SK 와이번스
2002년 부산AG·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주역

"태극마크 부담감 잘 이겨내야 제 기량 발휘" 조언

"김광현·이재원 최고 실력 보여줄 것" 기대감 피력

"고향 인천을 위해 꾸준히 야구했다 평가 받고파"



'국민 유격수·화려하기보다는 조용히 자신의 플레이를 하는 선수·시드니, 베이징 올림픽에서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잡아 팀의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선수.'

모두 SK 와이번스의 박진만을 대변하는 말이다.

박진만은 "베이징 올림픽 때는 정말 마지막으로 공이 오지 말라고 빌었다"며 "막상 공이 오니 몸이 움직이고 있더라"며 웃었다.

생각과는 달리 공이 오면 몸이 먼저 아웃을 잡아내는 선수. 야구를 하는 것이 아직도 많이 행복하다는 남자. 박진만을 지난 13일 문학경기장에서 만났다.



▲고향에서 열릴 대회 … 대만 넘어야 우승 보인다

"고향에서 열리는 수준 높은 축제에 인천 사람으로서 자랑스럽습니다. 최상의 결과를 얻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앞선 두 번의 아시아경기대회 경험과 올림픽, WBC 등 굵직한 대회에 모두 참여한 박진만의 모습은 누구보다 당차 보였다.

다부진 몸과 넓은 어깨에서 나오는 일류 야구선수의 모습과 함께 순수한 미소는 인자한 모습이었다.

박진만은 "야구는 최악의 성적이더라도 항상 메달 권에 들었던 종목"이라며 "국민적 사랑을 받는 종목이라서 그런지 선수들도 항상 큰 힘을 내고 최상의 결과를 뽑아내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비인기 종목 선수들도 역시 피땀 흘려 이 자리까지 온 만큼 최고의 성과를 올릴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실 선수촌에서도 비인기 종목 선수들을 볼 때마다 가슴 아프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미안하기도 했다"며 "아시아경기대회, 올림픽 등이 끝나더라도 해당 종목에 대한 관심은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야구에서 숙적은 대만으로 뽑았다.

아마추어를 내보내는 일본보다는 대만이 금메달을 향한 여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박진만의 설명이다.

그는 "사실상 아시아경기대회에서 한국 야구는 최고의 기량을 자랑한다"며 "실력만으로 놓고 본다면 이미 금메달은 따 놓은 당상이다"며 웃었다.



▲부담감이 가장 큰 적, 김광현과 이재원 모두 잘할 것

베테랑 박진만은 '부담감'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다.

그는 "프로에서 뛰는 것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지만 국가대표로 출전하게 되면 심적 부담이 프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상당하다"며 "이런 부담감은 선수가 실력을 펼치는 데 좋지 않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담감을 슬기롭게 풀어나가는 선수가 제 기량을 발휘할 것"이라 덧붙였다.

팀 동료, 김광현과 이재원에게 전하는 응원의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박진만은 "김광현은 대표팀 생활을 워낙 오래해서 스스로 잘 해낼 것이라 믿는다"며 웃었다.

이재원에 대해서는 "태극마크를 처음 단 만큼 앞서 말한 부담감이 적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원래 뛰어난 실력을 지닌 선수라서 부담감만 떨치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인천 토박이인 만큼 인천에서 열리는 경기에 최고의 실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시리즈의 사나이, 이번 시즌 부상때문에 힘들었어

박진만은 어느새 데뷔 19년차에 올라선 베테랑이다.

19년간의 선수 생활 동안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6번 들어올린, 또 한국시리즈 최다 출장 기록을 갖고 있는 '한국시리즈의 사나이'다.

지난 2011년에 삼성에서 SK로 돌아온 배경에 대해서는 "야구를 시작한 고향, 인천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 짓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13일 열린 NC전까지 박진만은 총 1907번의 프로경기에 출장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은 지난 4월12일 대구 삼성전에서 오른쪽 십자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입어 프로 데뷔 후 가장 적은 경기를 소화하고 있다.

박진만은 "주장을 맡으면서 팀에서 감독과 선수 사이의 징검다리 역할 등 했어야 하는 일이 많은데 하지 못한 것 같아 미안했다"며 한숨 쉬었다.

그 영향인지 팀도 초반 부진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하지만 현재 4위와 1.5게임 차이밖에 나지 않을 만큼 많이 따라잡았다.

박진만은 "SK는 본래 가을에 강한 팀이다. 지금 분위기도 그렇게 흘러가는 것 같다"며 "4강에만 간다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박진만은 데뷔 후 등번호 7번을 고수하고 있다.

스승 김재박 전 감독과의 인연이었다.

골든글러브 유격수 부문 수상도 5번으로 김 전 감독과 타이기록을 갖고 있다.

박진만은 "사실 이미 꿈을 이룬 것과 같다"면서도 "골든글러브는 여전히 놓칠 수 없는 꿈이다. 몸 관리를 철저히 해서 더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가겠다"고 다짐했다.



▲인천을 위한 야구했다는 평가 받고 싶어, 프로 초반 고비 잘 넘어야

"이 박진만이가 인천 토박이로서 인천을 위해 꾸준히 야구했다는 평가를 받고 싶습니다."

박진만의 최종 목표는 '무슨 상을 꼭 받고 싶다', '어떤 기록을 세우고 싶다' 등 거창하지 않았다.

고향에서의 마무리. 고향 사람들의 긍정적인 평가. 두 가지면 충분하다.

지난 2000년 박진만이 뛰었던 현대 유니콘스는 인천을 떠났다.

그는 "당시 수원으로 가면서 한편으론 상당히 아쉬웠다"며 "인천에서 경기하면 편안했는데 고향을 떠나 선수 생활을 하며 안정감이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원으로 옮기면서 팬도 좀 줄어든 것 같다"며 웃었다.

선수 생활에서는 누구나 몇 차례 고비를 맞기 마련이다.

박진만도 예외는 아니었다.

1할 타율을 기록하며 혹독한 2년차 징크스를 치르는 등 어려운 시절도 보냈다.

박진만은 "초반의 고비를 잘 넘긴 것이 지금의 나를 있게 만든 것 같다. 모든 선수들은 그 고비를 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요즘 선수들은 체계적인 훈련이 가능하다. 19년간 내가 해온 일보다 더 대단한 선수가 많이 나올 것이다"고 단언했다.

/글 이순민·김근영 사진 황기선 기자 kky8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