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래 오시라요.』

 작업복으로 갈아입기 위해 탈의실로 들어가는데 먼저 출근한 두부생산소조의 김옥남 동무가 방끗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고뿔은 좀 어때?』

 며칠째 감기에 걸려 고생하던 김옥남 동무의 건강을 염려하며 성복순은 옷을 갈아입었다. 김옥남 동무가 비닐 앞치마를 겉옷 위에 걸치며 물었다.

 『우리 오마니가 어데서 돌배를 구해와 푹 달여 주는 것을 먹었더니 오늘은 기침이 좀 멎는 것 같습네다. 근데 탁아소에 들르지 않구 바로 이쪽으로 오시는 것 같던데…?』

 영인이를 업고 오지 않은 것이 이상한지 김옥남 동무가 머릿수건을 덮어쓰며 물었다. 성복순은 신고 있던 털신을 장화로 바꿔 신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음, 눈이 많이 내려 외할머니한테 맡겨놓고 왔어.』

 『기래도 하루 종일 잘 놉네까?』

 『낮에 암죽이나 배부르게 먹여주면 그 아이는 외할머니하고 잘 놀아.』

 『아이가 퍽 순한가 봅네다?』

 성복순은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김옥남 동무와 함께 탈의실을 나왔다. 그때 부조장 장두옥 동무가 아이를 업고 탁아소 쪽으로 급히 걸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성복순은 김옥남 동무와 함께 손을 들어 부조장을 반겨주며 두부생산소조 작업장으로 들어갔다.

 비릿하게 물비린내가 풍겨오는 입구 콩 세척장 옆에, 콩을 깨끗하게 씻어 물에 담가 불리는 대형 플라스틱 함지박 여섯 개가 나란히 놓여 있는 모습이 보였다. 성복순은 어제 오전에 담가 놓은 콩이 얼마나 불었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함지박 속의 콩을 한 알 건져 올려 깨물어 보았다. 겨울에는 물이 차서 하루종일 콩을 물에 불려야 맷돌질하기가 좋은데 어제 오전에 담가놓은 콩은 바로 맷돌소조로 넘겨도 좋을 만큼 물컹하게 불어 있었다.

 『이 함지박 콩은 바로 갈아도 되겠다?』

 곁에 서 있던 김옥남 동무가 고개를 끄덕였다. 성복순은 그녀와 함께 맷돌실로 들어갔다. 전기 모터에다 벨트를 연결해 전기의 힘으로 맷돌질을 하는 분쇄실에는 벌써 성원들이 나와서 작업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성복순은 어제 오후에 갈아놓은 콩을 점검한 뒤 비등실로 넘어갔다.

 거기서는 분쇄실에서 갈아온 되직한 생콩가루 죽에다 물을 더 쳐서 묽수그레하게 만든 뒤, 큰 솥가마에다 넣고 콩죽을 끓이듯이 불을 때어 가열했다. 그러다 가열이 끝나면 무명주머니에다 콩물(豆汁)을 퍼담아 꾹꾹 눌러가며 여과작업을 했다. 여러 차례 걸러 비지를 다 빼낸 두유는 다시 큰 솥가마에다 붓고 불을 때어 익혔다. 그리고는 간수를 쳐 길다란 나무주걱으로 천천히 저어주면 두유 속에 들어 있는 콩의 단백질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이 응고된 순두부를 바가지로 퍼내어 헝겊을 깐 나무상자에다 일정량씩 붓고 뚜껑을 덮은 뒤 돌로 눌러놓으면 순두부가 품고 있는 물기마저 헝겊 밖으로 빠져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