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일보 연중기획] 삼삼오오 빗자루 들고 깨끗한 내고장 만들던 그때 그시절
[인천일보 연중기획] 삼삼오오 빗자루 들고 깨끗한 내고장 만들던 그때 그시절
  • 유동현
  • 승인 2014.0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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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현의 '사진, 시간을 깨우다'-5.새벽 확성기 울린 대청소 강조 기간
1950년대 시 정책 중 하나 '시민 대청소 강조기간' 시행

공무원 등 담당구역 정화 … 현수막 게시 주민동참 유도



2014인천아시아경기대회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인천시는 손님맞이를 위해 오늘부터 이번 주말까지를 'Clean-Up 주간'으로 정했다.

옛날식 표현으로 하면 '대청소 강조기간'이다.


1시민 대청소 기간은 전쟁의 상흔이 채 아물지 않은 1950년대에도 실시할 만큼 오래된 시 정책의 하나이다.
인천시에서 발행한 주간소식지 '인천공보' 1955년 3월 14일 자에는 '춘계대청소에 시민 궐기(蹶起)하자'라는 선동적 제목이 붙은 기사가 실렸다.

'지난 11일부터 25일까지 설정된 춘계대청소 강조기간에 인천시에서는 경찰 당국과 긴밀히 협조하여 명랑하고 깨끗한 고장을 이룩하려는 적극적인 청소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인천시 보건과에서는 공동변소, 쓰레기 적재장, 하수구 등 불결한 곳의 소독을 실시하는 한편 도 당국으로부터의 예방약품이 도착하는 대로 예방주사 실시도 계획 중에 있다는 바 일반 시민은 이 행사에 적극적인 호응 협조하여 변절기에 고개 드는 각종 질병을 미연 방지하여 깨끗한 고장 명랑한 가정을 꾸미는데 힘써 줄 것이라 간망되고 있다.'

1970년대 들어서자 대청소는 새마을 운동과 맞물리면서 중요한 일상이 된다.

범시민 대청소는 도시 새마을 운동의 핵심이었다.

정부는 1972년 4월부터 각 시도 단위별로 매월 하루를 '새마을의 날'로 제정해 운영토록 했다.

농촌이야 초가집도 없애고 마을길도 넓히는 뚜렷한 '액션'이 있었지만 도시에서는 보여줄 뭔가가 없었다.
대부분의 도시는 매월 1일을 '새마을 청소의 날'로 정했고 한달에 한번 공무원과 학생들은 오전 7시부터 한 시간 동안 거리를 쓸고 다녔다.

인천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진은 1972년 동인천역 광장에서 대청소를 하는 시청 공무원들의 모습이다.

이들 뿐만 아니라 요식업협회, 미용협회 등 직능단체와 각 학교별, 그리고 각 공장 근로자들도 동원돼 구역을 나눠 청소를 했다.

주로 역 주변과 싸리재, 답동사거리 등 눈에 띄는 장소에서 현수막을 내걸고 매스게임 하듯 빗질을 했다.

각 동은 주민들의 동참을 유도했다.

동사무소 옥상에 매달린 확성기는 매월 1일 오전 6시30분이 되면 어김없이 '새벽종'이 울렸다.

70년대에는 새마을 노래가, 80년대 초에는 정수라의 '아! 대한민국'이 울려 퍼졌다.

반경 3㎞ 안에 있는 주민들에게는 머리 맡 자명종이 울리는 것 같은 굉음이었다.

그야말로 '조기(早起) 대청소'를 무섭게 독려했다.

서울은 당시 유명 연예인을 동원해 선전 효과를 노리기까지 했다.

엄앵란, 최남현 등 영화배우들이 빗자루를 들고 자신이 사는 동네에 나타난 모습이 보도되기도 했다.

내무부는 전국청소경진대회를 열어 청소우수 기관과 공무원에게 표창을 하며 지역간 경쟁을 부추겼다.

이 때문에 대청소 강조기간 중에는 환경미화원들이 새벽 청소를 못하게 하는 일도 있었다.

동원된 사람들이 치울 쓰레기를 남겨 둬야 했기 때문이다.

수원시는 1977년 '명예로운 시민 카아드'제를 시행했다.

이 카드에는 반상회 출석, 새마을청소 참여 등의 항목이 적혀 있다.

반상회와 새마을 청소 때 이 카드를 꼭 갖고 다녔고 반장이 확인 도장을 찍어주었다.

관계관의 제시 요구가 있으면 보여줘야 했고 동사무소에서 민원서류 뗄 때 반드시 지참해야했다.

6공화국이 들어서면서 새마을 대청소는 유명무실해졌다.

새마을 운동에 대한 거부감과 반감이 커지면서 청소 현장에 공무원과 일부 새마을 지도자만 참석했다.

결국 정부는 1989년 4월1일 '새마을 청소의 날'을 17년 만에 폐지했다.

/유동현 굿모닝인천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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