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복순은 운전수가 보고 있는데 눈치도 없이 왜 자꾸 고집을 부리느냐며 눈을 흘기다 불현듯 궁금증이 밀려와 김유동 부비서를 바라봤다.

 『언니는 또 어디가 편찮아서 오빠가 병원까지 다녀오는가요?』

 『옛날 평양고사포부대에 복무할 때 다친 데가 다시 도져 금년을 못 넘길 것 같단다. 복순아, 오빠 어카면 좋으네?』

 답답한 가슴을 토로하듯 김유동 부비서는 차에 오를 생각도 잊은 채 담배를 한 대 빼 물며 불을 붙였다. 호호 손끝을 불며 바라보니까 부비서는 어젯밤 내내 리민영 여맹위원장 병상 옆에 앉아 꼴딱 밤을 새고 나왔는지 얼굴이 몹시 꺼벙해 보였다. 성복순은 몹시 안타까운 표정으로 지쳐 있는 부비서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후두둑 몸을 떨었다.

 그래, 맞아. 려맹위원장 언니한테 죄를 짓고 있다는 심정 때문에 지금껏 유동 오빠만 보면 길케 가슴이 떨리고 오빠까지 부담스럽게 느껴졌는지도 모를 일이야.

 성복순은 담배를 피우며 눈밭에 서 있는 김유동 부비서의 얼굴을 바라보며 자신의 의사를 분명하게 다시 말했다.

 『오빠, 저 정말 오늘은 혼자서 걸어가고 싶어요. 기러니까니 빨리 차 타고 먼저 가보시라요.』

 『알았다. 네 뜻이 정 길타면 기러라우. 긴데 말이다, 어젯밤 네 언니가 몇 차례나 복순이 너를 한번 만나보고 싶다면서 안부를 묻던데 퇴근길에 시간이 나면 병문안이라도 한번 가줄 수 있간? 수령님 접견자라고 병원에서 오만가지 고가 약을 구해와 찔러주니까니 네 언니가 길케라도 명줄을 붙이고 있디, 길티 않으면 금방 죽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와요? 언니가 어케 되었는데요?』

 『자세한 것은 나도 모르갔다. 길치만 밤새도록 할 소리 안 할 소리 죄다 늘어놓는 걸 보면 유언을 하는 것처럼 사람이 안쓰럽기도 하구….』

 김유동 부비서는 자신도 모르게 치솟는 고뇌의 눈물을 감추기 위해 피우고 있던 담배꽁초를 내뱉으며 불만스럽게 구둣발로 짓뭉갰다.

 『언니한테 병 문안 가는 거야 어렵지 않지만 나같은 려자가 무슨 염치로 언니 얼굴을 대합네까?』

 『쓸데없는 소리! 네 언니가 복순이를 붙잡고 새암이나 낼 려자는 아니야. 명줄이 얼마 남지 않았디만 기래도 위대한 수령님과 손을 맞잡은 접견자야. 병석에 누워 외롭게 투병하는 사람 괜하게서리 나쁜 려자로 만들지 말고 복순이 너라도 나 대신해서 한번 찾아가 보라우. 오늘밤에는 노동교양소 안에 바쁜 일이 있어 아무래도 못 나올 것 같다.』

 『알았시요. 사정이 길타면 병원에는 내가 퇴근하고 가볼 테니까니 그만 가보시라요.』

 성복순은 김유동 부비서를 먼저 떠나보내고 타박타박 눈길을 걸으면서 리민영 여맹위원장의 얼굴을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