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정체성 찾기 ③ 소금
▲ 한 세기 전의 천일염전과 주안 염부들.
소금은 모든 맛의 근원이다. 소금이 빠지면, 음식에 제 맛이 들지 않는다. 심지어 달콤한 과자류를 만들 때에도 어김없이 넣는다. 김치 역시 배추를 소금물에 절이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반면에 단맛, 신맛, 매운맛 등은 화려한 조연이다. 맛 자체는 강렬하지만, 쉬 실증이 난다.

소금과 같은 맛의 풍부한 깊이가 없다.

언제, 어디서나 잘 어울리지만, 누구도 따라하지 못하는 그 맛의 비밀은 무엇일까? 실마리는 금세 찾을 수 있다. 소금은 바닷물이 햇빛의 세례를 받아 다시 태어난 아름다운 결정이요, 바닷물은 모든 물을 다 받아들인 포용체이다. 순혈적 편견을 넘어 이루어낸 바닷물에 온갖 맛들이 잦아 있을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그러기에 소금은 우리에게 온갖 맛을 다시 풀어내 줄 수가 있다. 더불어 놀라운 것은 세상을 썩지 않게 하는 천연의 방부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너희가 세상의 소금이 되라'는 말씀은 곧 세상을 썩지 않게 하는 양심이 되라는 가르침이니 허수히 들을 수 없는데, 바로 그 소금을 '근대화'한 곳 또한 인천이었다. 우리 고장은 1907년 국내 최초로 천일염전을 만든 혁신적 소금 도시였다.

주안에 1정보 가량의 천일염전을 시험적으로 축조해 대성공을 거뒀고, 이어 남동, 소래, 군자까지 염전을 넓혀 나갔다. 그 후 '소금' 하면, '인천'과 '짠물'을 떠올렸던 것이 지난 시절의 풍정이었는데, 이를 부정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소금'과 '짠물'이야말로 인천의 지역적 본성과 정서를 가장 잘 나타낸 상징어라 믿기 때문이다. '짠물'은 곧 '바닷물'이니, 조선 8도 사람들을 다 받아들인 포용성을 빗대어 이른 것이요, '소금'은 세상을 살맛하게 하는 풍미와 썩지 않게 하는 정의로움을 나타낸 것이니, 이를 모두 인천의 긍지로 알고 깊이깊이 새겨야겠다. /조우성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