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국 논설실장
지인들에게 물어보았다. "인천아시안게임 어떻게 될 것 같아요?" 대부분의 사람이 이렇게 대답했다. "관심 없어요…." 기업인들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 "표 사 달라고 할까봐 죽겠어요" 현장을 뛰는 기자들은 더 냉혹했다. "잘 되면 이상한 거 아녜요?"
인천AG 개최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AG가 끝나면 곧바로 장애인AG로 이어진다. 지금쯤 인천은 '들썩들썩'해야 하는 것이 정상일 것이다. 그런데 조용해도 너무 조용하기만 하다. 7년 전 쿠웨이트에서 인천이 인도 뉴델리를 제치고 2014아시안게임 개최지로 결정됐을 때만 해도 인천은 금방 세계적 도시로 발돋움할 것처럼 흥분했었다. 그로부터 7년이 지나고 대회 개최를 코 앞에 둔 지금. 인천 여기저기서 걱정스런 소리가 튀어나온다. 인천AG조직위와 인천시는 그동안 뭘 한 것일까. 성공적 개최는커녕 정상적 개최조차 우려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된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 중 인천AG조직위와 인천시의 불협화음은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인천AG조직위는 인천시를 들러리쯤으로 여겼고, 시는 이에 반발해 대회 준비에 소극적 태도로 일관했다.

홍보활동도 미흡했다. 언론홍보는 둘째 치고 플래카드나 차광고와 같은 거리홍보도 찾아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아시안게임 유치가 위정자들의 정치적 야심 때문이었다는 지적이 나올 법도 하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인천사람들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다. 이미 초대장은 뿌려졌고, 손님들은 찾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초대를 받고 온 사람들은 잔칫상과 분위기를 볼 뿐이지 남의 집안사정까지 알려고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천은 어떻게든 잔치를 잘 치러내야만 한다. 문제는 일단 덮어두고 나중에 평가보고회를 하든지, 백서를 발간해서 그 때 따지면 된다.
잘 치르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시민과 AG조직위, 인천시가 각자의 위치에서 '따로 또 같이' 최선을 다 하는 것이다. 인천시와 AG조직위 간 더이상 헤게모니 싸움이나 반목은 안 된다. AG조직위는 특히 인천시와 적극 협의에 나서 서로 간의 불신을 털어내고 대승적 차원에서 성공 개최를 위해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야 한다. 얼마 전 시정부도 여당으로 바뀌었으므로 전임 시장보다는 얘기가 잘 될 것이라고 본다. 이와 함께 신문, 방송, SNS를 통한 적극적인 홍보와 거리홍보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 현재 미디어를 통한 홍보가 이뤄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까진 매우 미미해 보인다. '사회인식이론'을 제시한 캐나다의 사회심리학자 반두라(2002)도 사람들이 미디어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학습효과를 갖는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한 바 있다.
북한선수단과 응원단 초청과 같은 빅이벤트의 성사여부도 대회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시정부와 AG조직위는 반드시 이를 성사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학교와 종교단체의 협조를 구할 필요도 있다. 2003 대구유니버시아드대회와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역시 종교단체 협조로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른 바 있다. 이들 대회에 참가한 종교단체는 정부로부터 훈포장과 대통령표창을 받을 정도로 큰 공헌을 했다.

지금으로선 비관적인 전망이 많지만 인천AG를 잘 치러내면 인천은 눈부시게 도약할 수도 있다. 아시안게임 자체가 엄청난 기회이기 때문이다. 바라건데, 시민과 기업들은 '미워도 다시 한번'이라는 심정으로 대회에 참여하고, 정부는 실무적인 일에 집중했으면 좋겠다. 지난 9일 뉴델리에서 채화한 성화의 열기가 인천AG와 장애인AG가 끝나는 시간까지 아시아 전역에서 들불처럼 타오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