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생각엔 ▧
지난 60년대 군대생활을 한 우리들의 뇌리에서 맴도는 것은 이유 없는 기합과 구타이다. 아직도 그런 병폐가 잔존한다니 군대 보낼 자손을 둔 우리네 마음을 서글프게 한다.

요즘 군인들은 고학력자들이다. 그런데 윤 일병의 집단 폭행 사망 사건, 총기난사 사건. 병사의 자살 사건 등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도 전에 세상을 떠나게 한 끔직한 사건 앞에 할 말을 잃는다. 남아대장부라면 신성한 국방의무를 다해야 함에도 이런 살벌한 군대를 가지 않으려는 풍조를 자초하고 있는 국방 당국의 지휘 라인을 책하지 않을 수 없다. 가혹행위와 막말의 파문은 대개 사병들이 가족처럼 생활하는 내무반에서 흔히 있는 일이다. 형제같이 지내야 할 처지에 이런 악행을 자행하는 병사는 파렴치범과 다를 바 없다. 특히 장교들은 누구보다 사병을 사랑하는 마음이 진실해야 한다.

군대폭력의 최종 총책임은 참모총장에게 있다지만 실은 내무반장이나 선임병사의 정신 상태가 문제이다. 지금이 어느 때라고 밥그릇을 따지며 인격을 모독할 수 있는가. 따뜻한 말, 위로의 말은 군대에서도 지켜야 하는 인간의 도리이다. 이게 선진국의 군대문화이다. 여기서 우리는 동병상련의 정이 감도는 전우애가 아쉽다. 군복무를 성실하게 마치자고 다짐하며 제대 후의 앞날을 서로 염려해 주는 우정이 절실하다. 그게 인격자의 모습이다. 왜 관심병사가 그리 많은가 모진 수모를 견디며 살다보니 아마 불안한 병영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일 것 같다. 군대는 국가와 국민들의 안전을 위한 일이 주 임무인데 이유 없이 놀려대고 구타나 하자는 곳은 결코 아니다.

요즘 병사들의 잇단 사고를 보며 박 대통령은 이래서야 어찌 부모님들이 안심하고 군대에 보낼 수 있겠나 싶다. 군의 사기가 진작 되겠나 라며 가해자와 책임자는 일벌백계하라고 엄명했다. 맞다. 이러니 신성한 국방의무를 지키려 군대 가고 싶은 이가 어디 있겠나. 이런 상황에서 부국강병 튼튼한 안보를 기대하기 어렵다. 군대 갔다 온 분들은 군내에 여러 가지 치사한 사정을 잘 안다 다만 굳이 말을 안 할 뿐이다. 때는 이때이다.

군 기강 확립은 강병을 육성하지만 가혹 행위는 기강 확립이 아니다. 오히려 군기문란만 초래한다. 차제에 가해자 방조자 책임 관계자들에게는 엄중 문책하면서 사병들에게는 정신교육 인성교육으로 따뜻한 언어문화 사랑이 감도는 내무반, 서로 위로와 격려가 있는 병영문화, 안정된 군대생활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이게 곧 안보요 평화통일로 가는 지름길이다.

/오범세 전 인천청천초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