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생산직 여성근로자 한 푼' 더 벌려고 야근 … 멀어지는 가정
중기 생산직 여성근로자 한 푼' 더 벌려고 야근 … 멀어지는 가정
  • 김원진
  • 승인 2014.0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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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임금에 잔업 일쑤
정규시간만 근무 쥐꼬리 월급
남성보다 2010년 39% 덜 받아
"질좋은 일자리·구조개선 시급"
# 지난 달 인천 남동구의 한 중소기업에 취직한 여성 근로자 박모(45)씨는 월급통장에 찍힌 첫 월급 액수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전자·전기 관련 납품 업체의 생산직 사원으로 일하는 박씨가 한 달 동안 일해 받은 돈은 100만원이 채 되지 않았다. 집에 혼자 있어야 하는 초등학생 자녀가 마음에 걸린다. 박씨는 "정규 시간만 근무한 월급이다"라며 "동료들에게 월급얘기에 돌아오는 대답은 '중소기업에서 돈 벌려면, 가정은 거의 포기해야 한다'였다"고 씁쓸해 했다.

# 인천 부평구의 한 제조업체에서 10년 넘게 근무해 온 김모(54)씨는 "중소기업에서 여성들이 할 수 있는 일자리는 단순 사무직이나 생산직에 국한돼 있는데, 이는 업계 임금 수준 중에서 최하위에 위치해 있는 직종"이라며 "야근 등으로 수당을 받지 않으면 생활이 어려울 정도의 저임금 체계가 지난 몇 십년 동안 바뀌고 있지 않고, 이제는 굳어지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중소기업체마다 여성 근로자가 늘고 있으나 '임금 최하층' 여성 근로자들이 임금을 더 받기 위해 늦게까지 일하느라 가정에서 멀어지고 있다.

직장과 가정 생활을 병행해야 하는 주부 근로자들은 월급이 적어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말 그대로 야근과 휴일 근무를 밥 먹듯이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만큼 가정에 할애하는 시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25일 한국산업단지공단 인천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남동국가산단의 전체 근로자 가운데 여성 근로자 비율은 22.2%, 주안산단과 부평산단은 각각 27.4% 가량으로 나타났다.

3곳 산단(남동 1만9783명, 주안 3410명, 부평 5156명)의 여성 근로자만 합해도 모두 2만8349명이다. 주변 영세 업체에서 일하는 여성까지 합하면 숫자는 더 늘어난다. 대체로 단순 생산직 사원이라는 게 업계의 말이다.

중소기업의 인력난 해소에 여성 근로자들이 한 몫을 하지만, 열악한 임금 체계 때문에 일을 더 해야하는 고질적 문제는 고쳐지지 않고 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무시된 남성 근로자들과의 임금 격차는 물론이고, 정규 시간 외 근무를 당연시하는 업계 근무환경에서 묵묵히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실제로 김준 국회입법조사처 사회문화조사실 환경노동팀장이 최근 발표한 '임금 격차의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OECD통계를 근거로 남녀 전일제 근로자 임금 중위값의 격차를 조사한 결과, 201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여성근로자의 임금은 남성보다 39%나 적다. 두 번째로 임금 격차가 큰 일본의 28.7%와 비교해도 10%p 이상 크다. 여성은 같은 일을 하고도 합당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산업계에 여성을 위한 일자리가 단순 업무에 한정돼 있다는 점은 여성 근로자들이 낮은 임금을 받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인천지역 한 중소기업 지원기관 관계자는 "자녀 부양에 들어가는 돈은 증가하고, 계속된 경기 불황과 치솟는 물가 때문에 남편 수입에만 의존하는 한 벌이 가정이 줄어드는 현재 상황에선 주부나 여성을 위한 질 좋은 일자리가 시급하다"며 "하지만, 산업 구조상 관련 일자리가 생산직 정도에만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의 열악한 근무환경 문제에서 야기되는 가정에 소홀할 수밖에 없는 여성 근로자들의 애환은 사회적 문제로 논의가 가능할 정도지만, 중소기업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이에 대한 마땅한 해결책은 없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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