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협의회, 세계유산 등재 앞두고 부실복원 주장
사업단 "성분분석 등 거쳐 보수 문제점 해소할 것"
▲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남한산성이 관리와 복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성곽 일부가 붕괴돼 있다.
다음달 세계유산 등재를 앞둔 남한산성이 보수·복원 과정에서 원형을 훼손하는 등 등재에 필요한 진정성과 완전성을 상실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광주시 산성리 마을 주민들이 지난 3월 유네스코와 이코모스에 보낸 세계유산 등재 반대 의견서에서 이같은 내용이 드러났다. <인천일보 3월17일자 1면>

28일 본보가 입수한 남한산성 주민협의회의 '남한산성 세계문화유산 지정에 대한 의견서'에 따르면 맞배지붕이던 숭렬전 강당이 2000년도 중반 보수되면서 팔자 지붕으로 둔갑했고, 성곽의 경우 회(灰)로 마무리해야 하는 구조를 시멘트로 날림 덧칠해 부식으로 원래 성곽까지 유실되고 있다는 것.

또 1970년대 복원한 여장(女墻·몸을 숨겨 적을 공격할 수 있도록 성 위에 낮게 덧쌓은 담)의 경우도 공사편의를 위해 낮게 공사를 마무리해 성곽의 기능을 상실케하고 원래상태로 복원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지휘소였던 수어장대 2층 창문은 1800년대 말에는 창호문이었으나 현재는 태극문양으로 변형됐으며, 병자호란 때 순절한 삼학사를 모신 현절사 대문은 사당임에도 일반편철이 아닌 문형편철을 사용했으며, 행궁의 사직단을 설치한 우실 터는 2003년 배수지 공사로 유적의 60~70%가 훼손됐다는 덧붙였다.

주민들은 "부실복원된 벌봉과 무너진 채 방치된 제1남옹성 등은 실사단에게 보여주지도 않았다"며 "복원 과정에서 고증없이 원형과 달리 개축하는 등 심각한 문제가 있음에도 이코모스는 이런 점을 고려함이 없이 현지실사를 마쳤다"고 주장했다.

산성리 마을 이종부(48) 상인회장은 "부실한 복원으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됨에 필요한 진정성 및 완전성을 상실했다"면서 "주민을 배제함으로써 산성도시로서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반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남한산성 문화관광 사업단 관계자는 "숭렬전 강당은 앞으로 보수가 필요할 때 고증 등 적절한 절차를 거칠 계획"이라며 "수호장대 창것과 현절사 대문은 이미 바로잡았으며, 여장 보수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은 국립문화재연구소에 성분분석을 거쳐 해소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아직 복원이 안된 제1남옹성은 올해 보수 예산을 확보했으며, 실사단도 현장을 확인하고 갔다"고 말했다.

한편 남한산성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여부는 6월15~25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는 제38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이동화 기자 itimes2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