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14년 4월 16일 아침
진도앞 맹골바다
선주원죄 실은
노쇠한 세월호에
수학 여행길 오른
꿈과 끼 넘친 씨앗들
그 절박한 순간에
거친 호흡 몰아쉬면서
엄마 아빠 보고 싶다는
외마디소리 남긴 채
돌아오지 못할
길 없는 길을 떠났지
무책임 무능한 뱃사람들
해경마저 어설픈 초동대응
미증유의 떼죽음 치욕
그래서 인재다
어찌 잊으랴
어찌하여 죽였느냐
이 땅에서

이미 실종된 인본주의
우리는 지금
불안시대를 걷고 있다

<2>
아비규환의 현장에서
그 누구 하나도
그들의 손잡아 주지 못한 채
304인 생매장시킨 참극
세월호의 트라우마는
공동체로 스며든다
하루아침에 떨어진
곱디고운 꽃망울들
한없이 그리워지고
죽도록 보고 싶다
너희들이 없는 빈자리
그 무엇으로 채울까
미안하다 용서해라
이 말밖에 할 말이 없다
172인 생존자도
죄책감에 갇힌 채
악몽에 시달린다
희생자 유족의 그림자
그 누가 걷어 줄 건가
땅이 흔들리고
하늘이 휘청인다
늘 시린 맥박들은
세월호처럼 침몰하고 있다

<3>
새떼처럼 지저긴 고운목소리
꽃처럼 밝고 환한 미소
이제 들을 수 없고
볼 수 없는 불사조
서울광장 잔디밭엔
노란 종이배 띄워
무사귀환을 기원하고
나뭇가지에 매달린
소망 새긴 리본이
애절하게 나부낀다
너희들은 떠났지만
우리는 보내지 않았다
몸부림친 산자의 고통
안산 합동추모분향소
조문행렬 손끝마다
위로와 애도 담긴
하얀 국화꽃 송이송이
하지만
구천을 떠도는 영혼에
온기가 될 수 있을까
오늘도
빈 잔을 채운 절망
나를 취하게 한다

/박정필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