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자의 시 ▧
힘껏 살다
슬며시 사라지고
어영부영 살다
말없이 없어지고
면면처처(面面處處)
인간의 역사는 이루어지고
찬란했던 사람도
희미했던 사람도
어느새 한줌의 흙
사는 데까진
정성들여 살다가
미련 없이 고스란히 넘기면
연년세세(年年世世)
그대로 무심한 세월이 되고
모두들 그렇게 오고 가는데
혼자서 유독 슬퍼하지 말고
아우성도 치지 말고
조용히 그러나 고스란히
다음 세대로 이어질 뿐
절망도 하지 말고
억울함도 없이
조상님들이 그랬듯이
담담히 자연으로 돌아가면
세상은 또다시
새로운 세대로 이어지고
내 핏줄 내 영혼
함께 그들 몸에서
세상을 만들지니
아무런 일도 아닌 듯이
묵묵히 살다가
이웃을 사랑하다가
웃다가 울기도 하고
머리를 싸매기도 하고
그렇게 그렇게
한 세상 보내는 세상 사람들.
/윤행원 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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