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는 식식거리는 표정으로 정동준 계장의 말을 듣고 있다 고개를 숙였다. 정동준 계장은 인구가 뉘우침의 표정을 보이자 다시 알아들을 수 있게 이야기를 계속했다.

 『신구 열강들이 5대양 6대주를 놓고 서로 쟁탈전을 벌이던 100년 전, 우리 선조들이 세상 돌아가는 형편을 정신 차려 살피며 살길을 찾지 않고 서로 제 잘났다고 싸움질이나 일삼다 만들어 놓은 업보인 걸…국가의 경영을 책임지는 정치지도자들과 사회적 주역들이 서로 합심해 국론을 통일하고, 먼 앞날을 내다보며 국민을 이끌지 못한 결과 때문에 우리 민족은 결과적으로 일본한테 조국을 강제 점령당해야 했고, 그로 인해 36년 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식민통치를 당하다 조국 광복 후에는 국토마저 남북으로 분단되어 남쪽은 남쪽대로, 북쪽은 북쪽대로 서로 등 돌리며 살아야 했던 쓰라린 과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그러니 인구도 이제는 제발 대학을 졸업한 우리 사회 지식층의 일원으로서 좀 성숙한 시각으로 역사와 사회를 바라보며 자기 일생을 설계해보도록 해. 아마 이번 겨울방학이 끝나기 전에 네 직장은 결정될 것 같다.』

 인구는 자신의 직장이 곧 결정될 것 같다는 정동준 계장의 말에 정신을 차리며 관심을 보였다.

 『어느 쪽으로요?』

 『네가 기계공학을 전공했으니까 자동차나 국가방위산업을 책임지고 있는 회사 쪽으로 알선이 될 것 같다. 이제는 귀순자니, 신원특이자니 하는 레테르를 떼어내고 오경택 선생님처럼 네 스스로의 힘으로 이 사회에 뿌리를 내린다는 마음가짐으로 회사생활에 적응해 나가도록 해라.』

 『저의 직장문제까지만 형님이 좀 신경 써 주십시오. 그러면 형님 말씀대로 열심히 한번 살아보겠습니다….』

 『그리고 기영 씨를 잃은 마음의 상처가 어느 정도 치유되면 참한 처녀를 아내로 맞이해 자식도 낳고 네 뜻대로 활개를 한 번 펼쳐 봐. 네가 우리 집으로 들어와 한 식구가 되어 사는 동안 내가 본의 아니게 너한테 싫은 소리도 많이 했다만 그건 모두 네가 잘 되라고 한 말이지, 네가 정말로 인간적으로 미워서 한 말은 아니다. 오늘 이 시각부터는 모두 훌훌 털어 버리고, 정말 새로운 각오로 네 인생과 앞날을 설계해 보아라. 먼 훗날, 조국이 통일되면 북쪽에 계시는 네 부모님을 남쪽으로 모셔 편안히 모신다는 마음가짐으로 말이다. 그리고 인구 너한테는 좀 어려운 말이 될지 모르겠지만, 자본주의시장경제체제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운명은 말이다, 어느 분야든 마찬가지겠지만, 남보다 먼저 뛰어들어 그 분야의 정황을 소상히 살피며 열심히 땀을 흘리며 자기 인생 길을 닦은 자가 자신이 땀 흘린 만큼 보람을 느끼며 최종 승리자가 될 수 있다. 인구 네가 북쪽에 있을 때처럼 최고통치자를 향해 충성만 맹세한다고 해서 네 인생 길이 저절로 열리는 법은 아니다. 그러니 꼭 명심하도록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