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네요. 그건 정말 지도자 동지 개인의 입장을 떠나 공화국 인민들 전체적 입장에서 봐도 다행스러운 일이네요. 지도자 동지가 공화국 인민들이 잘 사는 방향으로만 정치를 한다면 말입니다….』

 인구는 모처럼 희소식을 들은 듯 정동준 계장의 다음 이야기에 귀를 모았다.

 『남쪽의 보수주의자들은 무슨 말을 하건 말건 나는 그 점을 이렇게 봐. 20년 이상 북한 권력기구 내부를 샅샅이 훑어보며 실태를 파악해 오고 있는 당중앙이 아버지의 권력을 물려받으면 자신을 보좌하는 테크노크라트들과 함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일사불란하게 통치해 나갈 수 있는 객관적 기대감을 안겨주는 부분이라고. 이건 남쪽의 10·26사태 이후와 비교할 바가 못 돼. 사회적 동요를 불러올 조짐이 전혀 안 보인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으니까. 그런데도 남쪽의 일부 보수주의자들은 북쪽의 최고통치자가 죽으면 금방 북한 사회 내부에 어떤 혼란이 야기되어 흡수통일의 계기가 형성될 것으로 내다보는데, 그건 떡 줄 놈은 생각지도 않고 있는데 김칫국부터 먼저 마시는 격이야. 인구 너도 명심해. 앞으로 우리 민족이 이루어야 할 통일은 절대로 그런 요행이나 우연에서부터 시작되지 않는다는 것을….』

 『형님은 그러면 흡수통일을 반대하신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래. 나는 분명하게 말하지만 반대한다.』

 『대다수 남쪽 사람들은 흡수통일이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민족을 재통합 할 수 있는 이상적인 통일방안이라고 하던데 형님은 왜 반대하십니까?』

 『왜 반대하느냐고? 북쪽에 존재하는 골수 빨갱이들 때문에 그래. 이해가 돼?』

 인구는 금시 표정이 굳어지면서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골수 빨갱이가 무슨 말입니까?』

 『인구 너한테는 고깝게 들릴지 모르지만 북한 전체 인구의 28%에 해당하는 핵심계층 때문이야. 너도 알다시피 그들은 최고통치자에게 충성을 맹세하며 40년 넘게 붉은 귀족으로 살아왔는데 그들이 흡수통일 되면 남쪽 국민들한테 1번 타자로 타도 대상이 되는데 그들이 "날 잡아 죽이시오" 하고 그냥 가만히 있겠어? 북한이 남쪽에 흡수통일이 될 가능성도 전혀 없지만, 만약에 말이야, 기적이 일어나 그들이 북쪽 최고통치자의 말 한 마디에 남쪽에 무저항으로 흡수된다 하더라도 남쪽 국민들은 무슨 수로 2000만 북녘 동포들을 아무런 준비도 없이 먹여 살리니? 아니할 말로 인구 네가 그토록 숭배한 위대한 수령님과 지도자 동지도 먹여 살리지 못해 손들어버린 2000만 명의 저 동포들 호구를 하루 이틀도 아니고 허구한 날 어떻게 다 감당하느냐고? 결국은 남북의 최고 통치자와 국민들이 모여 앉아 동족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할 수 있는 단계, 즉 교류와 협력의 시대부터 열어야 하는데, 남쪽은 지금 전쟁체험세대들의 선병질적인 김일성원쑤론 때문에 북쪽을 껴안을 수 있는 처지가 못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