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대답이 없어?』

 정동준 계장은 인구의 대답이 듣고 싶어 다시 물었다. 인구는 농업분야는 자세히 아는 것이 없어 대답을 못하겠다고 했다. 정동준 계장은 농업 선진국의 기술이전과 농작물의 신풍종 개발, 그리고 농업정책과 농장운용체계의 혁명적 변화가 뒤따르지 않으면 단기간 내 식량의 자급자족은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형님이 말씀하시는 그 「단기간」이라는 말이 어느 정도의 기간을 의미하는지는 모르겠지만 5∼6년 정도의 기간이라면 저도 형님의 말씀에 동의합니다.』

 정동준 계장은 10년 미만의 기간을 단기간이라고 표현했다면서 인구를 바라보았다.

 『여기서 인구 네가 주시하여야 할 점은 주변국의 정치상황과 과거 사회주의계획경제체제를 유지하던 동유럽 국가들의 체제 변화 움직임이야. 대다수 사회주의계획경제체제 국가들이 자본주의시장경제체제로 돌아서면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나라와 멀어지고 있는데 오늘의 이 시점에서 북한은 어떻게 해야 되겠어? 그들도 사회를 개방해 유럽 공산권 국가들과 보조를 맞추든지, 아니면 더 높게 장벽을 치면서 자력갱생의 길을 걷든지, 양자 선택을 해야 할 시점에 와 있는데 그 선택의 시기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북녘 동포들만 기아선상에서 헤매게 된단 말이야. 그런데 주변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구태를 벗고 서방 자본주의시장경제체제를 도입해 그들 형편에 맞게 사회를 변혁시켜 나가기 때문에 이들 국가들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북한의 접경지대는 북한 핵심지배세력들의 의지와는 딴판으로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단 말이야.

 이런 변화의 물결 때문에 북한의 최고통치자와 그 밑에서 두 사람을 떠받치고 있는 핵심지배세력들은 지금 솔직히 말해서 자신들의 신변안전과 정권유지가 더 급하지 2000만 북한 동포들의 식량문제는 2차적인 문제로 미뤄놓고 있는 실정이야. 이 바람에 북한의 일반 고위간부계층은 말로는 사회주의 혁명을 부르짖고 있지만 실생활 면으로는 자본주의 물질문명에 빠져 있고, 그런 자본주의 물질문명에 빠져 편의와 풍요를 누리며 살아가는 고위간부층일수록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못할 짓을 서슴없이 자행하면서 권력의 최정상을 향해 낮에는 아부하기에 바쁘고 밤에는 자본주의 물질문명을 받아들이기 위해 뒷방치기사업하기에 눈이 멀어 있어… 어때, 인구도 내가 한 말 중 여기까지 인정할 수 있어?』

 정동준 계장은 다짐을 받듯 인구의 견해를 물었다. 인구는 거기까지는 인정해 줄 수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정동준 계장은 다시 이야기를 계속했다.

 『권좌의 최정상에 앉아 있는 최고통치자 이하 그 수하 핵심지배세력들은 오늘날의 북한사회가 최전성기였던 1960년대의 모습을 간직한 채 계속 순수성을 간직해 주기를 고대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