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준 계장은 인구의 그런 모습이 애처로워 심중에 묻어놓고 있던 말을 한마디했다.

 『그건 임마, 네 혼자만의 견해일 뿐이야. 나는 남북관계를 절대로 그렇게 비관적으로는 보지 않아….』

 『형님이야 공화국 사회를 보는 눈이 저하고 늘 다르니까 희망적일 수도 있겠지요. 희망을 걸고 쳐다보다 무위로 끝나도 손해날 건 없으니까 말입니다.』

 인구는 정동준 계장의 이야기는 다 들어보지 않아도 끝이 훤히 보인다면서 맥빠진 표정으로 웃었다. 정동준 계장은 인구의 그런 시각을 꾸짖었다.

 『이 녀석아, 민족의 미래가 걸린 통일 문제를 왜 그렇게 개인의 손익을 따지면서 감정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나?』

 『제 혈육의 생존 문제가 걸려 있는데 그렇게 보지 않을 수가 있나요. 형님도 제 입장이 되면 별 수 없을 겁니다.』

 『그래, 네 심정을 이해는 하지만 너무 그렇게 비관적으로는 보지 마. 남과 북의 동포들이 통일이 절실하다는 것만 인식하고 있으면 최소한 남북교류와 협력의 시대는 우리가 예상하고 있는 시기보다 더 빨리 올 가능성도 있어. 그러니까 네 혼자 감정에 취해 너무 절망하지 말란 말야. 네 몸만 축나니까.』

 『그게 인력대로 되면 제가 이렇게 괴로워 하겠습니까? 근데 형님은 무슨 근거로 남북교류와 협력의 시대가 우리가 예상하고 있는 시기보다 더 빨리 올 수 있다는 것입니까? 진짜 무슨 근거라도 있는 것입니까?』

 인구는 정동준 계장을 바라보며 따지듯이 물었다. 정동준 계장은 인구의 그런 모습이 우스운 듯, 『이 녀석아, 내가 언제 너한테 거짓말 하대? 왜 사람 말을 진중하게 듣고 깊이 새길 줄은 모르고 그렇게 의심부터 먼저 하니?』

 하면서 헛소리가 아니라는 것을 내비쳤다.

 『그건 왜 그런고 하니, 2000만 북녘 동포들이 하루 세 끼 먹거리나 축내는 식충이나 짐승들이 아니고 조성된 정세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사고력을 지닌 인간이기 때문에 갈라진 민족이 하나로 통합되는 전단계, 즉 남북교류와 협력의 시대는 예상외로 빨리 올 수 있다는 말이야. 내 말 이해가 돼?』

 정동준 계장은 짚고 넘어가듯 되물었으나 인구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얼버무렸다.

 『2000만 북녘 동포들이 식충이나 짐승들이 아니고 사고력을 지닌 인간이기 때문에 남북교류와 협력의 시대는 예상외로 빨리 올 수 있다…전 아무리 거듭 생각해 봐도 형님 말씀은 너무 추상적이어서 료해가 안 됩니다.』

 인구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잠시 정동준 계장을 바라봤다. 정동준 계장은 다소 추상적인 면은 있지, 하면서 다시 말을 이었다.

 『왜 그런가 하면 말이야, 인간의 본질적인 속성은 간사스럽기 그지없어서 한번 자본주의 물질문명에 빠지면 원시공산사회로 되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한 거야. 이 말은 이해가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