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어때서?』

 정동준 계장은 몹시 심술이 난 사람처럼 퉁명스럽게 되물었다. 인구는 이럴 때는 어떻게 대답해야 좋을까 고민하다 결국은 심중에 감춰놓고 있던 말을 꺼냈다.

 『저는 그런 걸 영웅적인 대접이라고 생각하는데, 기영 씨가 제발 그런 원숭이 노릇은 이제 그만 하라면서 애원하니….』

 인구도 이제 한국 젊은이들처럼 인간의 순수한 자유가 어떤 것이며, 위선적 예우가 무엇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정동준 계장은 정부 관리의 근성을 버리지 못했다.

 『유명 호텔급 이하 예식장은 안 돼. 그리고 네 아파트 찾아 그곳에서 신방 꾸며 편하게 살아. 자본주의 사회의 가치는 제 집 지니고 사는 게 최고야. 초라하게 결혼해서 사는 모습 고정간첩들에 의해 북쪽에 전달되면 국가 망신이야.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어?』

 인구는 난감한 듯 잠시 혼자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물었다.

 『만약 기영 씨가 반대하면 어쩌지요?』

 『네 처지를 알아듣게 설득시켜.』

 인구는 도리 없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주무시기 전에 쌍안경이나 좀 내주고 주무세요.』

 『쌍안경은 왜?』

 『내일 기영 씨하고 강화 고려산에나 한번 다녀와야겠습니다. 바다 건너 아버지 오마니 한테 며느리감 소개도 시켜 드릴 겸해서요…』

 정동준 계장은 그때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나올 것 같아 고개를 외면한 채 대답했다.

 『알았어. 따라 와.』

  바로 그 때였다. 요란한 전화 벨 소리가 현관을 울렸다. 인구는 잠시 정동준 계장을 바라보다 전화기 곁으로 다가갔다. 정동준 계장은 버릇처럼 벽시계를 바라보았다. 밤 12시가 가까워 오는 시각이었다. 이런 야심한 밤에 누가 전화를 걸었을까? 정동준 계장은 혼자 말로 중얼거리며 전화를 받고 있는 인구를 바라봤다.

 『네엣! 기영 씨가 중태라고요? 어쩌다 그런 참변을 당했어요. 제가 곧장 그쪽으로 갈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메모라도 좀 하게요.』

 인구는 송수화기를 다탁 위에 올려놓은 채 메모지와 펜을 준비했다. 그의 얼굴은 이내 백랍같이 굳어져 있었다. 그는 덜덜덜 몸을 떨면서 다시 송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말씀하세요. 네. 한강성심병원 응급실. 영등포시장 뒤쪽에 있는 큰 병원 말씀이지요? 네. 지금 환자 보호자한테도 연락 해 달라고요? 그럼 병원에 기영 씨 가족들은 누가 있어요? 네에? 기영이도 다쳤다고요? 알았어요. 기영 씨 집에다 연락해 곧 거기로 달려 가겠습니다.』

 인구는 전화를 끊고 잠시 넋없이 서 있었다. 정동준 계장은 쌍안경을 꺼내다 말고 물었다.

 『무슨 일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