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할머니 태권도 시범단
병환 딛고 제2 삶 … 자신감·긍정에너지'철철'

   
 



"옆지르기, 정권지르기! 하나 둘 셋!" 부평구 부평1동 한 태권도장에서 울리는 우렁찬 기합소리다.

이렇게 열정과 즐거움으로 하루를 보내는 주인공은 '인천 할머니 태권도 시범단'.

다부진 표정에 흔들리지 않는 태도, 절도있는 동작 등은 마치 '아이돌'을 떠올리게 한다.

"잘하려고 하지 말고 즐거운 마음으로 하는 게 중요합니다." 씨익 웃으며 외치는 윤여호(69) 단장 말에 단원들은 까르르 웃는다.

세계 유일의 '할머니 태권도 시범단'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이들이 태권도를 사랑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그들에게 있어 태권도는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삶의 일부이자 인생에 큰 선물이기 때문이다.

지복연(81) 할머니는 올해로 태권도를 만난 지 17년 됐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직장암 3기 판정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태권도를 시작했다는 할머니는 "태권도를 하고 나서 몰라보게 건강해졌다"며 "내성적인 성격마저 180도 바꿔 준 태권도는 내 인생 최고의 만병통치약"이라고 말했다.

이제는 시범단 회장으로서 야무지게 검은띠를 묶는 그의 표정에는 병환의 그림자는커녕 단단한 자랑스러움이 묻어난다.


1년 전 위암 판정을 받은 김순미(62)씨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태권도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어서인지 상태가 호전되고 있다"며 "기합을 지를 때면 답답한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다"고 했다. 이들에게 태권도는 아픔을 극복하게 해준 '보약' 그 이상이다.

시범단에서 막내라는 김애자(58)씨는 "우리 나이에 이렇게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어 정말 행복하다"며 "이제는 단도 따고 9살 손자와 서로 배운 태권도 이야기를 할 때면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다"고 말했다.

태권도로 큰 선물을 받은 그들은 이제 그 선물을 타인들에게 나눠주려고 한다.

이미 '할머니 태권도 시범단'은 국내는 물론 중국·태국·필리핀·베트남에서 공연했고, 스타킹·아침마당 등 유명 TV프로와 CF까지 출연했다.

"필리핀의 한 고등학교 방문 때 학생들이 모두 나와 태극기를 들고 우리를 맞이했던 경험은 잊을 수가 없을 정도로 감동스러웠습니다."

12년차 이정숙(74) 할머니는 "아침마다 태권도 하러 갈 생각에 하루가 즐겁다"며 "이 긍정의 에너지를 전해주고 싶다"고 했다.

윤 단장은 "10월 전국체전과 내년 아시안게임을 목표로 연습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즐거운 마음으로 인천과 한국을 넘어서는 새로운 발걸음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노기태인턴기자 gitae74@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