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기 인천항만공사 갑문정비팀 차장
관제탑서 선박통제 … 선진기술 익히며 자긍심 가져
"신항 등에 밀려 소외 … 3년전부터 설비 업그레이드"
   
 


36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18m높이인 인천항 갑문 관제탑으로 출근하는 이가 있다.

인천 앞바다와 내항을 배경으로 입출항 선박들을 통제해 온 인천항만공사 갑문정비팀 김한기(58)차장 이야기다.

지난 1977년 9월1일 인천항 갑문으로 야심찬 첫 출근한 이후 줄곧, 무전기를 들고 선박 통제 업무를 수행해오고 있는 것이다.

"인천이 고향이지만 선박을 가까이에서 본 것은 갑문 근무를 시작하면서 부터죠. 옛날에만 해도 1~2만t 급 상선이 입항이라도 할라치면 얼마나 큰 빌딩처럼 보이던지. 대형선박이 흔한 요즘에는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죠. 선박을 가까이에서 보는 것 자체가 저에게는 무척이나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그는 갑문에서 근무하는 동안 내내 자긍심을 느낄 수 있었다.

"과거 갑문은 우리나라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최첨단 장비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모든 장비와 기술이 독일제로 갑문 직원들이 독일 기술을 습득하는데만 수년이 걸렸지요. 하루 오전과 오후 두차례씩 갑문을 운영하는 독일 장비와 기술을 배우는 시간이 별도로 마련돼 있었죠. 일하며 선진기술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 즐거웠습니다."

오랫동안 갑문을 지켜온 김 차장은 인천항 부흥기에도 현장을 지켰다.

"90년대 중반 만해도 인천 내항은 밀려드는 선박들로 정신 차릴 틈이 없었죠. 하루 평균 50대 선박이 입출항을 하는데다가 일주일 동안 입항을 대기하는 선박들로 정신이 없었습니다. 화장실이라도 다녀올라치면 무전기에 전화기까지 손에 들고 나가야 할 정도였습니다. 단 1초라도 자리를 비우기가 어려웠죠. 게다가 태풍이라도 올라오면 피항하려는 선박들이 갑문에서 장사진을 이뤄 내리는 비를 맞으며 현장에서 통제를 하는 일이 빈번했습니다."

하지만 요즘 인천항은 사실 예전같지 않다고 그는 전했다.

"북항, 남항에 이어 신항까지. 부두가 내항에서 외곽으로 멀어지면서 내항에 들어오는 선박도 많이 줄었습니다. 정부의 대대적인 관심을 받으며 갑문이 들어서게 됐지만 이런 갑문이 이제는 번거로운 시설로 전락해 버린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또 우리나라 산업 활성화에 큰 역할을 했던 내항이 친수공간 조성에 밀려 소외 받고 있는 것 같아 마음도 아픕니다."

김 차장에 따르면 갑문 역시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갑문 관제탑 건물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습니다. 하지만 내부 설비는 버튼식으로 갑문을 여닫던 과거와 달리 디지털로 모두 전환되면서 컴퓨터로 모든 것을 제어하고 있으니까요. 컴퓨터 하나로 모든 것이 통제됩니다."

그에게 있어 갑문은 어떤 의미일까.

"처음 입사 때만 해도 5년만 일하자고 마음먹었죠. 그러나 어느새 36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네요. 이제 갑문은 저의 또 다른 집이 됐습니다. 인천 그리고 인천항 상징인 갑문에서 일할 수 있었던 시간은 너무나 보람됐습니다. 현재 갑문은 3년 전부터 진행돼 온 설비 업그레이드 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갑문에서 마지막이 될 이번 사업을 현장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이 너무 행복합니다."

/이은경기자 lotto@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