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자투고 ▧
   
 


얼마 전 20대 여성이 열 살 남짓 되는 여아의 손을 잡고 들어와 의아했다.

잠시 망설이던 그에게 자신은 아동보호소 교사이고 함께 온 아이는 엄마 가출 후 아버지에 의한 성폭행으로 보호조치됐다고 들었다. 입소 얼마 후부터 교사들 가방에서 돈을 훔쳐, 타일러도 보고 야단도 쳐보았음에도 고쳐지지 않아 마지막 방법으로 경찰서로 데려왔으니 좀 도와달라고 했다.

그래서 우선 절도로 처벌할 의사가 있는 지를 물어보았다. 그러나 그는 교사들과 함께 생활해야 하므로 대책이 필요할 뿐 처벌 의사는 없다고 말했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경찰서까지 데려왔을까라는 생각에 그대로 돌려보내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 같아 다음 주 월요일부터 5일간 1시간씩 경찰서로 데려오면 치유해 보겠다고 했다.

그리고 일단 그날은 아이와 잠시 낯을 익히면서 지금까지 절취한 건수와 금액을 발각된 것이든 아니든 기억나는 대로 빠짐 없이 적어 다음 번에 올 때 제출하도록 했다.

월요일 숙제를 통해 그 아이가 2년여에 걸쳐 수십 건의 절도행위를 했다는 것을 확인했다. 사건 처리 흐름도를 설명하고 다음 날은 훔친 돈을 어디에 사용했는지 적어오도록 했다. 대부분 문구류와 간식을 구입하는 등 또래 아이들이 부모에게 받고 있는 용돈을 받지 못한 결핍이 절도로 이어지게 됐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신만의 쌈짓돈이 절실하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됐으나 대수롭지 않은 듯 무심한 어조로 "돈이 필요하면 왜 훔칠 생각만 해. 합법적으로 벌어 정당하게 쓰면 되지"라고 말하자 눈이 휘둥그래진 아이는 "제가 어떻게 돈을 벌어요"라고 했다. "보호소에서 선생님 안마도 해드릴 수 있고 청소나 다른 일을 찾아보면 있지 않겠어"라고 힌트를 준 후 그날 숙제로 보호소에서 가능한 '알바' 항목을 교사와 상의해 적어오도록 했다.

다음날 아이는 한층 밝아진 얼굴로 환하게 웃으며 "생각해 보니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열 개 정도 있더라구요"라고 말했다.

우리는 그날 아이가 적어온 알바 항목 당 500원, 1000원씩 임의로 매겨가며 앞으로 '떼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은 벅찬 기쁨을 함께 공유했다.

마지막 날에는 앞으로 인내심을 갖고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하고 신용을 쌓아가야만 지속적으로 용돈을 벌 수 있다는 '직업 정신'을 심어주는 것을 끝으로 5일간 계속된 상담의 대장정은 막을 내렸다.

이후 그 아이가 스스로 용돈을 벌어가면서 잘 지내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상담 내용을 매일 교사에게도 알려주며 협력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원인 치료를 도외시한 채 경찰 본연의 업무인 "감옥에 넣겠다"고 윽박지르기만 했다면 이렇듯 좋은 결과는 없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 아이가 불행한 어린 시절을 극복하고 참하고 고운 숙녀로 성장해 나가기를 다시금 기원해 본다.

/이경애 고양署 여청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