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자투고 ▧
   
 


술에 취한 채로 관공서에서 거친 말과 행동으로 주정하거나 시끄럽게 한 사람은 6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 형으로 처벌한다는 내용을 담은 경범죄처벌법이 지난 3월 신설됐다.

주취자가 관공서에서 행패를 부려도 제지하는 경찰에게 "니가 뭔데 이래라 저래라냐"며 불쾌함을 이유로 시비를 걸고 민원을 제기하면 절차상 제지하는 경찰은 감찰조사를 받기 때문에 최대한 숙이고 들어갈 수밖에 없는 게 대한민국 경찰의 현실이었다.

관공서에서 주취소란자를 실효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이 없었던 경찰에게는 국민들의 입장에서 볼 때에도 다른 어떤 법보다 최우선적으로 신설해야 할 법이었고, 한편으로는 빨리 시행했어야 할 법이었다고 한탄하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국민들까지 경범죄 신설을 환영하는 이유는 그만큼 경찰의 공권력이 무너져 있고 그 피해는 선량한 국민인 자신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인지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국민들의 법질서 준수 수준이 높아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국민 수준에 맞춰 경찰도 기초질서를 바로 잡기 위해 앞장서서 경미범죄를 계도하고 단속하며 보완해야 한다.

한국 사람은 정에 약하다고들 한다, 단속하는 입장에서도 난처한 상황이 많지만 위와 같은 이유로 손을 놓고 못 본 척 한다면 기초질서 체계가 잡히지 않고 무질서가 계속돼 더 큰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

'깨진 유리창 이론'을 한 번 보자.

1994년 줄리아니 뉴욕 시장과 뉴욕 경찰국장인 '브래튼'은 깨진 유리창 이론을 바탕으로 사소한 무질서나 경범죄에도 강력하게 대응하는 무관용(Zero Tolerance) 정책을 시행했다. 실제로 이 정책은 뉴욕시민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고 2년만에 우범지대(虞犯地帶)였던 '할렘지역'의 범죄 발생률을 40% 정도 떨어뜨렸다.
경찰관서에서의 소란과 난동 행위는 공권력 실추의 대표적인 사례임에도 그간 소극적 대처로 인해 '무기력한 공권력'이라는 비난을 받아 왔다. 관공서 주취소란은 없어져야 할 행위임에 틀림 없다.

한 국가의 기초질서 준수 수준은 그 나라의 경제발전과 국민 후생 증진의 기초를 제공한다. 기초질서를 지키는 것은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국가를 창조하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습관화한 무질서를 제지하지 않는다면 '선진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은 멀어지게 된다. 기초질서를 지키는 데 앞장서는 국민만이 자신들을 지켜주는 공권력을 제고한다.

기초질서를 잘 지켜 우리가 대한민국의 주인임을 깨닫는 사회가 오길 바란다.

/오진재 시흥署 군자파출소경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