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은 고생이 되겠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중앙당으로부터 신임을 받을 수 있는 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특수구루빠 조장은 다분히 구미가 당긴다는 듯 자기 앞에 놓인 술잔을 비운 뒤 곽병룡 상좌에게 다시 술을 한 잔 권했다.

 『이거이, 남의 술 개디구 생색내는 격이 되었디만 부장 동지도 술 한 잔 받으시라요.』

 『나는 신장이 좋지 않아 술만 먹으면 자주 위생실을 들락거려야 되는 사람인데…고마, 마신 걸로 하고 사양하겠소.』

 곽병룡 상좌가 상체를 흔들며 사양하자 특수구루빠 조장은 제 흥에 겨워 더 언성을 높였다.

 『아, 소변 마려우면 위생실에 다녀오면 되지 않습네까? 아무 걱정 마시고 날래 술잔이나 받으시라요.』

 곽병룡 상좌는 못 이기는 척하며 술잔을 받아 마셨다. 중국산 명주처럼 술은 넘어가기가 바쁘게 목구멍이 화끈화끈했다. 곽병룡 상좌는 특수구루빠 조장 옆에 앉은 안전원들에게도 골고루 술을 한 잔씩 더 부어주고는 위생실을 좀 갔다오겠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도 특수구루빠 소속 안전원들은 날래 갔다 오라며 음식상 위에 놓인 강냉이빵 봉지를 뜯어 출출한 배를 채우고 있었다.

 곽병룡 상좌는 집안에서 신는 끌신(슬리퍼)을 꿰어 신으며 밖으로 나왔다. 그래도 도 안전국에서 나온 안전원들은 아무도 뒤따라 나오지 않았다. 곽병룡 상좌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아래층 백창도 과장이 기거하는 아파트로 내려갔다. 마침 백창도 과장 집은 불이 켜져 있었다. 곽병룡 상좌는 평소 무슨 긴급한 일이 있어 찾아왔을 때처럼 나들문 앞에서 문을 두들겼다.

 『누구십네까?』

 안에서 백창도 과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곽병룡 상좌는 평소처럼 『백동무 날쎄. 긴한 일이 생겨서 기러니까니 날래 문 좀 열어 보라우.』 하면서 신분을 밝혔다.

 『아니, 부장 동지! 밤이 깊었는데 웬 일이십네까?』

 백창도 과장이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다 말고 놀라는 표정으로 물었다.

 『하마터면 백동무 얼굴도 보지 못하구 떠날 뻔했네그려.』

 곽병룡 상좌는 덥석 백과장의 손을 잡으며 바쁜 표정을 지었다. 백창도 과장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

 『무슨 일입네까, 부장 동지?』

 『나, 지금 이삿짐 싸다 위생실에 갔다 오겠다 하면서 잠시 내려 왔는데 동무가 나 좀 도와 주어야 할 일이 생겼어….』

 곽병룡 상좌는 급박하게 돌아가는 자신의 신상변화에 관한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인영이 이야기를 꺼냈다. 잠시 긴장한 표정으로 듣고 있던 백창도 과장은 『기거 참! 느닷없이 자꾸 자식들과 생이별수가 생기다니…대체 이 일을 어케야 좋습네까?』 하면서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곽병룡 상좌는 여러 말 할 시간이 없다면서 심중에 있는 말을 꺼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