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병룡 상좌가 아파트 나들문 밖에 모여 있는 안전원들을 현관 안으로 불러들였다. 안전원들은 힐끔힐끔 조장의 눈치를 살피며 주저하다 마지못해 들어왔다. 곽병룡 상좌는 과일 통조림을 따서 상 중앙에 놓인 대접에 쏟아 부운 뒤 술병을 땄다.

 『이거이 지난 4·15 명절 때 우리 낙원군 안전부가 전국에서 당 사업을 최고로 잘했다고 해서 수령 동지로부터 선물 받은 하사줍네다. 별로 차린 것 없지만 내 정성이라고 생각하고 이 술이라도 한 잔씩 나눠 마십시다. 갑작스럽게 신풍서군으로 옮겨가게 돼 동무들에게 본의 아니게 수고를 끼치게 되어 미안하오….』

 곽병룡 상좌는 도 안전국 특수구루빠 소속 안전원들에게 술을 한 잔씩 부어주며 격려했다.

 『하이구 이거, 감사합네다. 수령 동지께서 주신 술을 우리들에게까지 다 주시고….』

 특수구루빠 소속 안전원들은 전직 낙원군 안전부장이 수령 동지의 하사주를 아낌없이 내어놓으며 손수 술을 한 잔씩 부어주는 모습에 감동한 듯 이내 경계심을 풀며 상 주위로 다가앉아 어쩔 줄을 몰라하며 술잔을 들었다.

 『자, 우리 다같이 수령 동지의 만수무강과 지도자 동지의 앞날을 기원하며 건배합시다.』

 곽병룡 상좌는 먼저 술잔을 들고 조장의 술잔에다 잔을 부딪쳤다. 안전원들은 덩달아 술잔을 부딪치며 잔을 비웠다. 저녁 먹은 지가 오래 되어서 그런지 술맛은 기가 막혔다. 곽병룡 상좌는 상위에 놓인 강냉이빵과 복숭아통조림을 안주로 권한 뒤 또다시 안전원들에게 술을 권했다.

 『나 이번에 긴급 조동명령을 받고 신풍서군으로 들어가디만 머지 않아 동무들과는 또 만날지도 모르오. 만났다가는 헤어지고, 헤어졌다가는 또 만나는 것이 인생살이니까 말이오. 기러니 우리 서로 얼굴이나 잊지 말고 삽시다. 오늘 저녁 우리 집에 와서 고생해 준 동무들은 잊지 않을 거니까….』

 특수구루빠 조장은 벌써 귀때기가 불그스름하게 불거지면서 술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는 곽병룡 상좌가 부어주는 두 번째 술잔을 받으며 물었다.

 『도 안전국에서는 이번에 부장 동지께서 신풍서군으로 들어가시는 것은 자청한 일이라던데…기거이 사실입네까?』

 『그렇소. 중앙당은 작년에 신풍서군 일대를 국가주요산업기지로 책정하고, 본격적인 경지정리공사를 시작하기 전에 선발대로 들어가 그 지역의 치안을 확보할 간부를 찾고 있었소. 그 소식을 듣고 내가 자발로 지원했소. 이 낙원군을 개발할 때처럼 당과 국가를 위해 또 한 번 분발해보고 싶어서 말이오. 동무들도 낯선 곳으로 가서 새롭게 인생을 설계해보고 싶으면 지원하시오. 기러면 나랑 같이 얼굴을 마주보며 복무할지도 모르잖소?』

 곽병룡 상좌가 심중에 감춰놓은 야심을 드러내 보이자 특수구루빠 조장은 아하, 그런 일이 있었구나 하면서 고개를 끄덕여 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