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경기도 양주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일가족 3명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이들은 모두 베란다에서 구조를 애타게 기다리다가 강렬한 화염을 이기지 못하고 아래로 뛰어 내렸지만 끝내 모두 숨지고 말았다.

그 아파트 베란다에도 이웃세대와 통하는 비상구가 설치되어 있었다.

비상구가 설치된 것을 알았거나 누군가가 알려만 주었어도 일가족 모두 생명을 건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고 당시 그 많은 인파 중에 베란다에 이웃으로 통하는 비상구가 설치된 것을 단 한명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비상구는 생명통로'라는 말과 같이, 화재를 비롯한 사고 시에 비상구는 우리의 소중한 생명을 지켜주는 필수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비상구를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게 방치해 두는 행위는 우리의 안전을 직접적으로 위험에 노출시키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지금부터라도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 비상구가 있는지 없는지, 비상구가 있다면 그 정확한 위치는 어디인지, 비상구 주변에 장애물은 없는지, 비상구가 없다면 혹시 다른 탈출 방법은 있는지, 항상 꼼꼼히 확인해야 하겠다.

또 비상구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주변 공간을 확보하고, 물건 등을 쌓아놓지 않도록 해야 한다.

관계 당국도 비상구를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형광페인트 칠이나 비상구 안내표지 등을 부착하게 하는 등 적극적인 제도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황인봉 과천소방서 과천119안전센터 지방소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