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이민 1세대'당신의 파라다이스'세계문학상 우수상
   
 


"망국의 설움을 안고 인천을 떠나 하와이에 정착했던 이민의 산 역사가 110년만에 조명을 받게 돼 보람을 느낍니다. 그분들의 삶을 통해 오늘 우리의 삶의 돌아보게 됩니다."

지난 27일 세계일보가 주최하고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현문기획·라이브러리&리브로가 후원한 제9회 세계문학상에서 장편소설 '당신의 파라다이스'로 우수상을 받은 임재희(49·사진)씨.

임씨는 1964년 강원 철원에서 태어나 1985년 하와이로 이민을 떠난 미국 시민권자지만 모국어로 시를 써왔고 이번에는 장편소설을 완성하게 됐다.

수상작 '당신의 파라다이스'는 구한말 조선인들의 하와이 이민을 소재로 한다.

백인들의 노골적인 인종차별에 나라 잃은 설움까지 겪으며 어렵사리 삶의 터전을 일군 하와이 한인 1세대의 고뇌가 고스란히 묻어나 심사위원들로부터 한국 이민소설 장르의 새 장을 여는 이정표가 됐다는 호평을 받았다.

임씨는 "하와이는 한국과 미국의 중간에 위치한, 그래서 아시아와 미주를 연결하는 교통로이자 아시아인의 삶의 애환이 묻어 나는 곳"이라며 "하와이로 이민을 갔다는 것, 그리고 그 속에서 망국의 설움을 안고 조국을 떠나야 했던 선조들의 삶을 접하게 됐다는 것이 운명적으로 나를 소설로 이끌었다"고 밝혔다.

그가 하와이 이민 1세대의 삶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하와이주립대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면서 '소수민족 이민사' 강좌를 들으면서다.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하다가 격리수용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스물한 살 청년의 무덤, 그것도 우리가 하와이로 알고 있는 호놀룰루시가 아닌 하와이에서 가장 큰 섬 빅아일랜드 한국인 공동묘지에 새겨진 '한국에서 태어남(Born in Korea)'이란 글귀가 그를 '글감옥'으로 인도했다.

임씨는 "역사책에도 안 나오고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삶을 문학으로 애도하고 싶다는 욕구, 아니 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꼈다. 그때 소설을 제대로 배우기로 결심하고 2008년 한국의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석사과정에 입학했다"며 "이민사 자료를 찾아주고 많은 조언을 해주신 이덕희 여사 등 교포분들께 수상의 영광을 돌리고 싶다"고 밝혔다.

'당신의 파라다이스'는 구한말 오창석·최상학·이태호가 하와이로 향하는 배에서 의형제를 맺은 뒤 노예에 가까운 강제노동에 시달리고 사진신부를 만나는, 타국에서 조선인들의 사랑과 우정, 이벨을 섬세한 인물묘사와 긴장감 있는 플롯으로 그렸다.

소설에는 이승만 건국대통령을 비롯한 하와이 교포들의 독립운동과정도 자연스레 녹아 있다.

임씨는 "110년전 첫 인연을 맺은 인천과 하와이의 관계는 인하대학교라는 결과물을 낳았고 현재 많은 교류가 진행중"이라며 "당신의 파라다이스라는 작품이 양국 관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임씨는 지난 2012년 문창과 박사과정을 수료한 뒤 현재 학기 중에는 한국에 살면서 학생들한테 영미문학 번역과 영미희곡 등을 강의한다.

'당신의 파라다이스'는 5월쯤 책으로 발간될 예정이다.

/글·사진 김칭우기자 chingw@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