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떠나야 할 가족은 어머니 손옥금(70세)과 안해 정남숙(47세), 그리고 자식 곽인숙(19세), 곽인영(17세), 곽인화(14세) 외 세대주 곽병룡(53세)을 포함해 총 6명이었다.

 『명일 두 시까지라….』

 곽병룡 상좌는 이주명령서에 적혀 있는 시간을 다시 한번 확인하며 벽시계를 쳐다봤다. 현재 시간이 밤 11시 5분 전이니까 가재도구를 챙겨 이삿짐을 쌀 수 있는 시간은 3시간5분뿐이었다. 이거야 정말 번갯불에 콩을 구워 먹는 격이었다. 그렇지만 곽병룡 상좌는 얼굴에 싫은 내색 한번 내보이지 않고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특수구루빠 소속 안전원들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밤늦은 시간에 동무들 고생이 많습네다. 아시는지 모르갔지만 낙원군 안전부장으로 복무했던 곽병룡이외다. 우선 시장할 테니까 모두들 집안으로 좀 들어오시라요. 크게 먹을 건 없지만 우선 시장기라도 면할 요깃거리라도 차려 드릴 테니까….』

 마지못해 손을 내밀고 악수를 하던 안전원 한 사람이 긴장을 풀지 않은 채 대꾸했다.

 『일없습네다. 바깥 나들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을 테니까 날래 살림보따리나 챙기시오.』

 현관으로 들어왔던 안전원 조장이 눈을 끔벅 하면서 먼저 아파트 밖으로 나갔다. 나머지 안전원들도 조장을 따라 밖으로 나갔다. 곽병룡 상좌는 그때서야 안해를 대동하고 어머니 손씨가 기거하는 건넌방으로 건너갔다.

 『오마니, 도 안전국 소속 안전원들이 당에서 보낸 이주명령서를 들고 왔습네다.』

 곽병룡 상좌는 손에 든 이주명령서 내용을 어머니 손씨한테 설명했다. 잠든 인화를 방 복판에 눕혀 놓고 인숙이와 함께 앉아 인영이를 기다리던 손씨는 명령서라는 말이 섬뜩하게 느껴져 다시 물었다.

 『이주명령서라니…그게 무슨 말이네?』

 『인구 일로 여러 가지 복잡한 일이 생겨 제가 얼마 전에 중앙당에 찾아가서 신풍서군으로 보내 달라고 요청한 일이 있는데 이제사 그 답이 온 것입네다.』

 『그럼 아범은 어떻게 되는 거니?』

 『오늘밤 안으로 이삿짐을 싸서 신풍서군으로 떠나야 합네다. 번거로우시갔지만 오마니도 이 사람과 같이 살림보따리를 좀 챙겨 주시라요. 늦어도 3시간 후에는 가족 모두가 바깥에 대기하고 있는 화물자동차에 올라타야 합네다.』

 손씨는 평양에 살 때 월남자 가족들이 야밤에 강제 추방되는 모습을 몇 번 본 일이 있어 체념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당에서 기러라면 따라야갔지만… 야밤에 이 많은 살림가지들을 어떻게 다 챙기는가?』

 『급작스럽게 이런 일이 있을 거라면서 얼마 전에 평양 갔을 때 큰아버지와 작은아버지가 미리 많은 돈을 주셨습네다. 신풍서군으로 옮겨가서 살림집이 정해지면 새 걸로 장만해 드릴 테니까니 금방 갈아입을 옷가지와 오마니가 평소 아끼시던 물품 몇 가지만 챙겨 넣으시라요. 물건에 욕심내면 사람만 골병들 뿐 덕 될 게 없습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