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승관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 대표


살기 좋은 나라, 행복지수, 국가 청렴도가 높은 나라들은 공통된 특징이 있다. 경제력이나 국방력, 인구수가 아니다. 남과 다른 나름의 독특한 문화이다.

문화라고 해서 그 나라에서 태어난 유명한 예술인이나, 화려한 예술품의 수준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오랜 민주주의 역사를 통해 구성원 스스로 만든 성숙한 시민의식과 높은 자존감이 만들어낸 분위기다.

성숙한 시민의식은 내가 이 사회의 주인으로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고, 그 것이 공정하고 평등하게 소통되며, 타자와의 소통 속에서 공감과 호혜로 합의되는 과정과 그러한 경험을 통해서 만들어 진다. 이러한 문화가 일상생활 속에서 보장되고 권장되는 사회 안에서 느끼는 시민들의 자부심은 자존감일 것이다.

우리도 일상생활 속에서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공적 토론에 참여하여 민주적 합의를 이루어 내는 경험이 이루어지는 공간이 있다. 바로 자생적이고 자발적인 생활예술 동아리 활동 공간이다.

생활예술은 함께 살고 있는 삶의 일상 속에서 스스로 조직하고, 스스로 결정하며, 스스로 표현의 기회를 만드는 역량을 키우게 한다. 즉 예술을 매개로 생활정치, 생활경제, 생활행정을 몸으로 경험하게 되고 이 과정을 통해 사회의 주인으로 높은 자존감과 시민의식이 자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예술정책은 이렇게 일상생활 속에서 시민의 삶의 질을 변화시키지 못했다. 이유는 문화정책을 지배하는 예술관이다.

예술의 목적을 그 자체에 두어 신성시화 하는 예술지상주의관과, 예술을 국가경제나 산업의 경쟁력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예술의 기능만을 강조한 도구주의관점으로 예술정책을 펼쳐왔기 때문이다. 즉 전문예술의 수월성과 접근성에 국한되어 예술의 다른 한 축인 생활예술에 대한 입장이 없었던 것이다.

지금 많은 국민들은 배타적이고 치열한 경쟁문화 속에서 개인으로 파편화되어 일상생활에서까지 박탈감과 소외감으로 고통스러워 하고 있다. 새로운 예술관인 생활예술에 대한 문화정책이 절실한 이유이다.

지금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예술관은 예술이 사회 공동체 구성원 생활 속에서 유용하게 작동하여, 자본에 지나치게 경도되어 나타나는 많은 사회문제를 시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소통의 매개체로써 예술을 바라보는 태도이다.

현재 당선 가능성이 높은 두 후보의 캠프에서는 시민의 문화권을 제시하는 '문화기본법'과, 정부예산 대비 문화예산을 2%까지 올리는 약속을 함께 하고 있다. 다행이다. 하지만 자발적 풀뿌리 민주주의를 만들어가는 생활예술에 대한 철학적인 입장에 따라 다르게 실현 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시민 합의를 이루면 뭐든지 해주겠다는 공약이 다수다. 시민 스스로의 능력으로 소통과 합의를 통해 문화선진국을 만들어가는 민주적인 구조와 정치에 대한 공약은 찾아보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