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송원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처장


18대 대통령선거는 '경제민주화 선거'라 할 만큼 재벌·대기업의 경제력 집중문제와 그들의 사회적 책임문제가 화두다. 특히 이들 문제로 인해 서민경제가 고통 받고 있다는 국민적 정서마저 팽배해 있어 대선에 임하는 후보들에겐 가벼이 넘길 수 없는 후보 간 격돌이 예상되는 국정현안이다.

골목상권, 재래시장을 피폐화시키는 유통대기업의 무분별한 진출, 중소업체 시장을 침탈하는 대기업의 계열사·협력업체 일감밀어주기(MRO, 대기업 소모성자재구매대행), 중소기업에게 고통을 안기는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 동반성장에 반하는 불공정한 경제행위가 지탄 받아왔다. 재벌의 편법증여, 자금횡령 등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도 국민의 법 감정을 자극했다. 이러한 결과를 낳은 데는 왜곡된 재벌·대기업의 지배구조라는 것이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왔다. 자연스레 재벌개혁의 방법을 두고 후보들은 어떤 견해를 갖는지가 유권자들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그동안 재벌·대기업의 지배구조 개선방안으로 공론화된 잣대가 출자총액제한제도와 순환출자 그리고 금산분리이다. 우선 한 기업이 순자산의 일정비율을 다른 기업에 출자할 수 없도록 제한해서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을 막으려는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에 대해 박근혜 후보는 반대 입장이다. 대기업의 투자동력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문재인 후보는 10대 대기업집단에 대해 순자산의 30%까지 출자총액제한을 둬야한다는 입장이다.

재벌·대기업이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려고 3개 이상의 계열사가 연쇄적으로 출자해서 자본금을 늘리는 순환출자에 대해 후보 모두 문제의식을 같이했다. 그러나 박근혜 후보는 기존순환출자는 인정하되 신규순환출자만 금지하자는데 반해 문재인 후보는 기존출자는 3년간 유예기간을 두고 신규출자는 전면금지하자는 입장이다. 온도차이가 있다.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소유를 제한하는 금산분리에 대해서는 후보들이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다만 보유지분과 의결권을 얼마나 축소하느냐에 따라 제한효과가 나타나기에 지켜봐야 할 사안이다.

그리고 재벌·대기업의 불법행위와 총수 사면권에 대해서는 박근혜, 문재인 후보 모두 강력한 처벌 및 제한 의지를 표명했다. 총수사면권의 경우 총수일가의 사익편취행위, 지배주주·경영자의 기업범죄 등 중대범죄 등에 대해 사면권 행사를 제한하는 등 엄격히 대처하겠다는 입장들이다. 공정거래법 및 하도급법 위반 등 부당거래가 발생할 시 처벌을 강화하는 한편 집단소송제의 대상 및 범위를 완화해서 적극 대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재벌·대기업집단의 솜방망이 처벌 논란에 쌓인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도 폐지하겠다는 의견들이다.

한편 서민경제와 직결되는 골목상권 등 경제적 약자에 대한 권익보호, 중소기업·중소상공인 적합업종제도 도입 등의 쟁점은 후보 모두 공통인식은 하고 있으나 박근혜 후보보다 문재인 후보가 보다 구체적으로 공약화했다.

공약을 통해 본 대선 후보들의 경제민주화 해법은 차이를 보인다. 박근혜 후보는 재벌·대기업집단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단호한 처벌강화에 비중을 둔 반면 문재인 후보는 지배구조 개선에 비중을 뒀다. 또한 박근혜 후보는 공약의 구체성이 떨어져 진정성을 따져볼 필요가 있고 문재인 후보는 추진전략 및 로드맵 등이 없어 실현가능성을 물어야 한다. 이번 대선처럼 유권자들이 후보들의 정책과 공약을 검증할 수 있는 기회가 박탈된 선거도 없을 것이다. 이미지 정치와 선거로 가는 한 유권자들이 바라는 경제민주화는 실현되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