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200만명 …'작지만 눈부신'세계적 관광국
'유고연방 수장'티토·김일성 반한 대표 휴양지

 

   
▲ 블레드 호수를 끼고 서있는 바위섬 위에 지어진 블레드 성의 모습.


11 슬로베니아 블레드 <끝>

이탈리아 동부와 발칸반도 연안을 감싸 도는 아드리아 해는 많은 섬과 굴곡진 만(灣)들로 인하여 해안선의 변화가 심하다. 내륙의 디나르알프스 산맥이 해안에까지 다다라 해안의 평야가 빈약한 데다 토지의 대부분이 카르스트 지형을 이루어 산업이나 교역의 발달도 부진하다. 오로지 자연풍광만 아름다울 뿐이다.

하지만 아드리아 해는 고대로부터 북부 유럽과 남부 유럽을 잇는 유럽의 동부 루트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아드리아 해를 장악한 것은 북안에 위치한 도시국가 베네치아였다. 베네치아가 아드리아 해의 중심지로 번성할 무렵, 아드리아 해를 넘보는 강력한 상대가 나타났다. 바로 사라센 해적이다. '무역보국'이 통치이념인 베네치아는 바다를 지배하여야만 번영을 꾀할 수 있었고, 사라센 해적 역시 무역선의 약탈을 위해서는 바다를 장악해야만 했다. 둘의 관계는 숙명적인 대결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싸움은 승리자도 피해를 입는 법. 게다가 해안선이 복잡하고 해적들이 은신처가 될 만한 곳에 요새를 설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엄청난 비용이 드는 문제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해적들을 물리치며 무역하는 것은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동방무역의 최단루트를 포기할 수는 더더욱 없었다. 그래서 베네치아는 새로운 전략을 구상했다.

아드리아 해는 풍향이 자주 바뀌는 지형이다. 그러므로 며칠씩 지속적으로 항해하기에 불편한 곳이다. 이 점을 깨달은 베네치아는 아드리아 해 연안을 따라가며 풍향을 기다리고 물품도 보급 받는 운항정책을 마련한다.
 

   
▲ 아름다운 블레드 호수를 평온하게 가로지르는 배들의 모습.


이 정책은 아드리아 해의 여러 항구에 자주 기항하며 운항기간 동안 소비할 각종 식품과 노잡이에 필요한 인원을 해적들로부터 조달함으로서 해적들의 생활을 보장하는 정책이었다. 이 정책은 해적들에게 환영을 받아 적대감 없이 무역활동을 할 수 있었다. 베네치아인들은 아드리아 해를 나갈 때까지 이러한 방법으로 항해에 필요한 것들을 갖춤으로써 아드리아 해의 사라센 해적들과 공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슬로베니아는 아드리아 해를 사이로 베네치아와 마주보고 있는 나라로 영토는 우리의 1/5정도, 인구는 200만명 조금 넘는 작지만 아름다운 전원국가다.

 

   
▲ 인어로 불리우는 세계적 희귀종인 물고기.


알프스 산맥의 동단에 위치한 슬로베니아는 국토의 대부분이 알프스산지이다. 하지만 슬로베니아는 세계적인 관광국가다. 그만큼 관광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인데, 아드리아 해안은 물론 내륙의 호수도 유명하다.

그중에서도 블레드 호수는 단연 으뜸이다. 인구 6000명의 휴양도시 블레드는 빙하로 인해 생긴 호수가 있는데, 스위스의 한 의사가 이곳의 물과 공기, 온천수와 태양을 이용해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점차 유명해지고 160여년이 지난 오늘날은 유럽을 대표하는 휴양지가 되었다. 호수를 끼고 선 바위산에는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이자 가톨릭교회의 유일한 성인인 하인리히 2세가 이탈리아 알부인 대주교에게 선물로 준 블레드 성이 있는데 호수와 함께 어울려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호수 안에 있는 블레드 섬은 플레타나(pletana)라고 부르는 나룻배를 타고 갈 수 있다. 섬에는 성모 마리아 승천 성당이 있는데 이곳에 소원의 종이 있다. 이 호수에 온 전 세계 관광객들은 이 종을 울리기 위해 다시 배를 갈아타니 관광대국다운 마케팅이 돋보인다. 세계 유명 휴양지답게 이 호수는 많은 인사들이 거쳐 갔다.

 

 

 

   
▲ 블레드 성 안에 전시 돼 있는 작품. 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마리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조각상이다.


그 중에서도 유고슬라비아를 이끌었던 티토대통령의 사랑은 더욱 컸다. 그는 이 섬에 하얀색의 아름다운 별장을 짓고 말년을 보냈다. 티토의 초대를 받은 북한의 김일성도 이곳에 왔었는데 호수의 아름다움에 반해 며칠을 더 머물렀다고 한다. 사냥과 낚시광이었던 티토는 말년을 이곳에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지나온 인생을 반추하며 자신했으리라. 자신이 이룩한 강대국 유고슬라비아가 만대로 이어지고 자신은 더욱 칭송받게 될 것이라고.

하지만 역사는 그의 바람처럼 이뤄지지 않았다. 티토 사후 유고슬라비아 연방은 집단지도체제로 이행되며 와해되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한 세대가 지나가기도 전에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마케도니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6개국으로 분리되었다.

 

   
▲ 포스토이나 동굴 내부의 모습.


유고 연방이 붕괴되자 6개의 공화국들은 저마다 민족주의를 내세우며 티토 격하운동을 벌였다. 그 결과 수많은 티토의 동상이 철거되고, 그의 이름을 딴 지역이나 거리명이 개칭되었다.

1945년부터 1980년까지 동구권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였던 유고슬라비아 연방은 티토의 죽음과 함께 단명하여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인간이 '위대한' 이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역사는 그대로 따라주지 않는다. 인간이 만든 역사도 자연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 블레드 호수를 방문한 많은 휴양객들이 자연 경관을 즐기며 유유자적 휴가를 보내고 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동굴 '포스토이나'
희귀생물 '인어' 사는 '천혜의 보고'

인구 1만명인 포스토이나도 이 지역에 있는 동굴관광 수입으로 재미를 보는 도시다. 세계에서 두 번째 로 긴 이 동굴은 20㎞가 넘는데, 5.2㎞만 개방하고 있다.

이 동굴은 300만년 전, 150만년 전, 그리고 최근의 빙하시대인 2만년 전에 형성된 충적토이다. 동굴을 둘러보기 위해서는 열차로 약 2㎞를 이동해야 한다.

열차로 이동한 동굴내부는 그야말로 커다란 지하도시다. 각종 기암괴석의 행렬이 계속되는데 1㎞ 정도를 걸으며 관람할 수 있다. 다양한 크기와 모양, 그리고 색깔의 종유석과 석순, 석주가 각각의 이야기를 가지고 관광객의 사랑을 받는다. 연간 약 100만명이 이 동굴을 찾는다고 하니 그야말로 최고의 관광지가 아닐 수 없다.

이 동굴 안에는 많은 생물들이 서식하는데, 세계적으로 희귀한 인어가 살고 있다.

네 개의 손과 발이 달린 이 독특한 물고기는 동굴 속에서 사는 까닭에 눈은 퇴화되어 없고 외부 아가미로 호흡한다. 수명은 장수 인간과 맞먹는 100세까지 산다고 한다.

세계적인 희귀종인 까닭에 유리로 수족관을 만들어 관찰할 수 있게 하였는데, 어종을 보호하기 위하여 2개월에 한 번씩 교체하여 동굴내부의 자연세계로 돌려보낸다.

 

   
▲ 티토 대통령이 말년을 보낸 아름다운 별장.


<에필로그> 6년간의 '실크로드 대장정' 마치며
인류 '희로애락' 품은 발자취 … 위대함은 계속 된다

인류의 유구한 역사인 '실크로드'도 마찬가지다. 위대한 자연의 품 안에서 인간이 살아온 행적이 곧 실크로드인 것이다.

실크로드 위에서 벌어진 인간의 희로애락은 오늘도 계속된다. '스스로 그러한' 모습의 자연이듯이 실크로드 또한 '스스로 그렇게'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나간다. 이는 자연 속에 인류가 존재하는 한 계속될 것이다.
인천일보와 인하대가 공동 기획한 '실크로드를 가다'가 장장 6년 만에 마무리됐다. 유구한 실크로드의 역사에 비하면 이제 첫 목적지에 도착한 셈이다. 탐사과정 중 어려움도 많았지만 독자들의 관심과 응원으로 이겨낼 수 있었다.

한결같은 사랑으로 지켜봐주신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아울러, 독자들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탐사단은 또 다른 길을 찾아 나설 것이다.

그 길이 어렵고 힘들어도 자연의 성정으로 서리서리 담아내어 그리운 날, 사랑하는 독자들 앞에서 구비구비 펼칠 것임을 약속드린다.

▲ 인천일보-인하대 실크로드탐사취재팀
/남창섭기자 csnam@itimes.co.kr
/허우범 인하대 홍보팀장 appolo2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