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순호 동무는 다시 당생활노트를 펼쳐들고 미리 작성해 온 호상비판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조선로동당의 영예로운 당원으로서, 또 당 조직의 무거운 소임을 맡고 있는 세포로서 저는 오늘 정남숙 동무의 해이된 모습을 두 눈 뜨고 볼 수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여러 당원 동지들께 호소합니다. 혁명조직을 귀중히 여기고 개인의 리익을 조직의 리익에 복종시키며 집단주의 정신을 높이 발휘하기 위해서도 정남숙 동지는 우리 안전부 아파트단지에서 그 가족들과 함께 추방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럼 다른 동무들도 나의 제안에 찬동하여 주기를 기대하면서 이만 호상비판을 마치겠습니다.』

 리순호 동무가 당생활노트에 적어온 호상비판 내용을 다 읽고 자리에 앉자 당 세포 비서는 두번째 비판자인 최완희 동무에게 발언권을 주었다. 최완희 동무는 자리에서 일어나 전체 세포들에게 공손히 절을 한 뒤 당생활노트를 펼쳐 들었다.

 『경애하는 수령, 김일성 동지께서는 다음과 같이 교시하시였습니다.

 「사람마다 나라의 주인으로서 자유를 마음껏 누리며 가슴을 쩍 벌리고 활개치며 다니는 나라, 누구나 다 유족하고 문명한 삶을 즐기며 행복의 웃음꽃을 활짝 피우고 있는 나라, 모든 사람이 혁명하는 인민으로서 긍지와 패기를 가지고 하늘땅을 쩡쩡 울리며 도도히 전진하는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이신작칙(솔선수범)의 혁명적 기풍을 높이 발휘하여 어렵고 힘든 일에서 언제나 앞장서야 되겠습니다.」

 방금 읽어 드린 교시는 김일성 교양선집 제○권 제2판 67페지에 기록된 경애하는 수령, 김일성 동지의 교시를 인용했다는 것을 먼저 여러 당원 동지들께 밝혀 드립니다.

 이처럼 경애하는 수령, 김일성 동지께서는 우리 조국의 앞날과 자식들의 사상교양사업을 위해 자상하게 방향을 제시해 주고 계시는데도 정남숙 동무는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았으며 혁명적 실천과정을 통하여 혁명화를 다그쳐 나가는 모습을 우리들에게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동지들! 오늘 우리는 바쁜 시간을 쪼개어 한 주일간의 생활을 총화하면서 없는 사실을 만들어 내어 정남숙 동무를 궁지에 몰아넣는다고 생각합네까? 또 남조선으로 넘어가지 않는 정남숙 동무의 맏아들을 거짓으로 꾸며서 배신자로 만들고 있습니까?

 곰곰이 생각하면 조금 전 정남숙 동무의 모습은 이신작칙(솔선수범)의 혁명적 기풍을 높이 발휘하여 어렵고 힘든 일에서 언제나 앞장서야 되겠다는 수령님의 교시를 망각하고 있는 자세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리순호 동지와 마찬가지로 정남숙 동무와 그 가족들은 우리 은혜읍에서 한 하늘을 이고 같이 살 수 없는 배신자의 가족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당원 동지들은 이 사람의 마음을 깊이 헤아려 주기 바라면서 이만 호상비판을 마치겠습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