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순호 동무는 숨이 가쁜 듯 잠시 말을 끊었다 다시 당생활노트를 읽어 내려갔다.

 『이미 사회안전부 아파트단지에 거주하고 있는 우리 인민들이 다 알고 있고, 오늘 낮에는 새별고등중학교 강당에서 학생들이 사상투쟁까지 벌여 어린 학생들까지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인데도 정남숙 동무는 자기 자식의 조국 배신행위와 어머니로서의 교육적 책임을 우리 당원 동지들 앞에 뻔뻔스럽게 감추고 있었던 것입니다.

 전직 안전부장의 부인이면 우리 당원 동지들 앞에 이런 중대한 사실을 감추면서 당원의 소임을 망각해도 된다는 말씀입니까? 저는 오늘 당원동지들과 한 주일간의 생활을 총화하는 이 시각, 조선노동당의 세포로서 굴욕감과 모멸감을 함께 느낍니다. 정남숙 동무는 도대체 무엇을 믿고 우리 당 세포와 비서 동지를 그렇게 농락해도 된다는 말입니까?

 이는 한 마디로 말해 평소 정남숙 동무의 머리 속에 당과 로동계급과 인민의 리익을 첫 자리에 놓고 그것을 위하여 모든 것을 다 바쳐 투쟁하는 당성, 로동계급성, 인민성이 무장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입네다. 뿐만 아니라 정남숙 동무는 세대주의 권력과 시댁 어른들로부터 물려받은 사상적 토대를 믿고, 로쇠와 침체, 안일과 해이를 반대하면서 언제나 긴장된 모습으로 일하며 생활하라고 사상교양사업 방향을 자상하게 제시해 주신 경애하는 수령, 김일성 동지의 교시에 정면으로 도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증표이기도 합니다.』

 정남숙은 리순호 동무의 호상비판 내용을 귀담아 듣고 있다 사람이 하루아침에 저렇게까지 변할 수가 있을까 하고 자신도 모르게 탄식했다. 아이가 아파 다 죽어간다고 애걸복걸하며 매달릴 때가 불과 며칠 전인데 갑자기 사람이 저렇게 달라지다니… 정남숙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는 듯 성난 얼굴로 자리에서 불쑥 일어났다.

 『아니, 리순호 동무! 내가 언제 수령 동지의 교시에 정면으로 도전하였다고 그런 말을 함부로 막 합네까?』

 『그렇다면 정남숙 동무는 수령님의 교시대로 생활했다는 말입니까?』

 리순호 동무도 물러설 수 없다는 자세로 대들었다. 호상비판은 순식간에 감정싸움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였다. 당 세포 비서는 더 이상 보고 있을 수만은 없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보라요, 정남숙 동무! 왜 당원 동지들의 비판을 허심탄회하게 접수하지 않습네까? 이거야말로 우리 당과 경애하는 수령님의 교시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행위나 마찬가집네다. 평소의 정리를 생각해서 내레 여러 말 하고 싶지 않으니까니 자리에 않아 리순호 동지의 비판이 끝날 때까지 일단은 잠잠히 들으시오. 그리고 할 말이 있으면 나중 변명할 수 있는 발언권을 요청해 반박하시오….』

 세포 비서는 당권으로 정남숙을 자리에 앉혔다. 그리고 리순호 동무에게 다시 발언권을 주며 호상비판을 계속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