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년전 기독교 수용목적
불가리아 방언 토대로 창제  
   
▲ 슬라브 민족의 자부심인 키릴문자를 만든 키릴과 메토디 형제의 동상.


발칸문화의 주도 세력은 불가리아를 중심으로 하는 슬라브 문화권이다.

이는 슬라브어를 쓰는 민족을 말하는데, 슬라브어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모국어 화자들을 갖고 있는 친족어로 알려져 있다.

슬라브어의 역사는 불가리아어에서 시작되었다.

서기 863년, 비잔틴제국시대의 사제인 키릴과 메토디가 불가리아의 방언을 토대로 슬라브어를 창제했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으로 인하여 불가리아 인들의 자긍심은 대단하다.

자신의 조상이 슬라브 문화의 기초를 쌓았고, 그 언어가 오늘날까지 슬라브 민족의 언어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슬라브 국가인 마케도니아도 키릴과 메토디의 고향이 자국내 오흐리드라는 점을 들어 불가리아와 키릴 문자의 주도권을 두고 지금까지 다툼을 벌이고 있다.

고대 불가리아 왕국은 다신교를 숭배하는 민족이었기에 종교나 문화적으로 비잔틴에 동화되는 것을 두려워하여 기독교의 수용을 거부하였다.

하지만 국가의 정치적 안정을 위해서는 왕권신수설을 주장하는 기독교의 수용이 필요하였다.

또한, 당시 유럽은 기독교 국가만을 동등한 국가로 인정하였기에 정치적 안정과 발전을 위한 지도자의 선택은 필연적인 것이었다.

기독교의 수용은 이제까지의 생활과 문화에 엄청난 파급을 가져왔다.

그중에 하나가 비잔틴 정교회에서 벗어난 불가리아 정교회의 건설이었다.

이를 이해서는 무엇보다도 교회의 의식 집전과 성경을 고대 불가리아어로 편찬하는 것이 필요했다.

슬라브인들은 그들만의 고유한 말을 가지고 있었다.

불가리아계 어머니로부터 구어를 배운 키릴 메토디 형제가 '글라골리짜(Glagolica)'라는 문자를 만들고, 그때까지 그리스어로 된 각종 서적을 번역하는데 활용하였다.

이때부터 슬라브어로 예배를 보고 포교를 할 수 있도록 하였다.

불가리아인들은 자국어를 무척 사랑하고 자랑스럽게 여긴다.

두 번의 축일과 축제를 통해 자긍심을 한층 고양시키는데, 키릴과 메토디 기념축일(5월11일)과 슬라브 문자와 문화의 날(5월24일)이 그것이다.

이날은 모든 국민이 민족의 자랑인 키릴과 메토디를 경외하는 노래를 부르는데 불가리아 초등 및 중학교의 교가로도 쓰인다.

걸어가라, 다시 태어난 민족이여
밝은 광명 천지로 걸어가라
새로 만들어진 힘, 새 문자를 가지고
운명을 새롭게 열 것이리니.

우리의 글자인 한글은 세계적으로 우수한 문자다.

쓰기 쉽고 배우기 쉬우며 인간이 발음하는 모든 것을 기록할 수 있는 최고의 언어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한글을 얼마나 사랑하고 자랑스럽게 여기는가.

한글을 창제한 의미는 물론 창제한 날조차도 잊어버리고 있지는 않은가.

문자가 없는 민족은 영원히 자존할 수 없다.

조상들은 이를 뼈 속 깊이 깨우치며 위대한 한글을 만들었는데 우리는 과연 조상들의 거룩한 뜻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

오히려 스스로 자존을 버리려고 애쓰고 있지는 않은가.

▲ 인천일보-인하대 실크로드탐사취재팀
/남창섭기자 csnam@itimes.co.kr
/허우범 인하대 홍보팀장 appolo2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