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600년 천년을 내다본다
   
▲ 조선시대 5군영 중 하나인 수어청의 근거지였던 남한산성은 해발 500m가 넘는 험준한 자연지형을 따라 둘레 8㎞가 넘는 성벽을 구축해 많은 병력으로도 쉽게 공략할 수 없는 지리적 여건을 구비하고 있다. 남한산성 내에는 200여개의 문화재가 있어 자연생태환경과 더불어 산성 내 구석구석 역사와 설화가 살아있다. 성남팔경의 하나인 남문. /사진제공=성남시


2. 경기경관 이야기(2)



산·바다 아우른 산세 아름다운 경치 많아

역사·문화 중심 이뤄 … 선조 삶의 향기 '솔솔'


불교에서 극락정토의 세계를 뜻하는 '안양(安養)'의 팔경은 △관악산 망해암 일몰 △삼막사 남녀근석 △중앙공원 △삼막천 만안교 △수리산 최경환 성지 △안양예술공원 △병목안 산림욕장 석탑 △안양1번가이다.

삼성산(三聖山)과 삼막사(三幕寺)의 유래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어머니는 같지만 아버지가 다른 원효와 의상, 윤필의 세 고승이 각각 암자에서 막(幕)을 지어놓고 수도한 곳이 삼막사이고, 이들 세 고승을 정화시켜 삼성산이라고 한다.


▲삼남(三南)에서 서울로 들어가는 길목이자, 관악산과 청계산 사이에 있는 과천의 팔경은 △관악산 연주대(관악연주) △청계산의 봉우리(청계수봉) △온온사 백송(온온백송) △막계동의 호수(막계청담) △갈현마을의 밤나무 숲(갈현율림) △남태령 망루에서 본 과천(남령망루) △자하동의 맑은 물(자하청류) △광창벌을 내닫는 말(광창주마)이다.

효성 지극한 정조가 수원에 있는 선친 사도세자 능을 참배하러 가다가 남태령에서 쉬면서 과천현 이방에게 '이 고개가 무엇이냐'고 묻자 "본디 여우고개이나 임금께 여우고개 같은 상스러운 말을 여쭐 수 없어 서울에서 남쪽으로 맨 처음 큰 고개이기에 남태령이라고 했습니다"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수리산 자락에 안긴 군포의 팔경은 △수리산 태을봉(태을일출) △수리사(수리사지) △반월호수 저녁노을(반월낙조) △덕고개 당숲(덕현단풍) △군포벚꽃길(춘신설비) △철쭉동산(두견제혈) △밤바위(율석조우) △산본중심상가야경(중심야경)이다.

군포의 제1경인 수리산은 해발 474.8m로, 일명 견불산(見佛山)이라고도 한다. 태을봉을 중심으로 슬기봉, 관모봉과 같은 영봉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서해 앞바다와 인천·수원의 시가지까지 볼 수 있다.

 

   
▲ 파주 포토10경 반구정


▲정조의 효와 채제공의 충이 남아있는 '화성(華城)'의 팔경은 △융건백설 △용주범종 △제부모세 △궁평낙조 △남양황라 △입파홍암 △제암만세 △남양성지이다.

제1경이자 효의 상징인 융건릉은 사도세자와 혜경궁 홍씨의 합장릉인 융릉과 정조와 효의왕후의 합장릉인 건릉을 말한다.

정조대왕은 뒤주 속에 갇혀 죽은 사도세자의 묘를 양주 배봉산 영우원에서 현재의 화산으로 옮겼는데, 능 주변 소나무에 번식한 송충이를 잡아 깨물면서 "아무리 미물일망정 네 어찌 내가 부친을 그리워하며 정성껏 가꾼 소나무를 갉아 먹느냐"고 꾸짖자 천둥번개와 함께 장대비가 쏟아져 송충이가 사라졌다는 일화가 있다.


▲남한강의 여강을 중심으로 펼쳐진 여주팔경은 동국여지승람에서 '여강, 청심루, 나룻배, 연촌, 벽절, 마암, 영릉, 팔대수'를 꼽았고, 오늘날 이를 중심으로 △신륵모종 △마암어등△학동모연 △연탄귀범 △양도낙안 △팔수장림 △이릉두견 △파사과우를 여주팔경이라 한다.


▲바다와 산에 의지해 살기좋은 안산은 지난달 △대부해솔길 △구봉도 낙조 △탄도바닷길 △갈대습지공원 △노적봉폭포 △다문화거리 △시화호조력발전소 △동주염전 △풍도를 '안산구경'으로 선정했다.

다문화거리는 중국, 인도네시아, 몽골, 베트남 등 60여개국 외국인의 생활공간으로, 아시아권의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동주염전은 1953년부터 지금까지 재래방식으로 천일염을 생산, 품질이 우수하다. 정조는 '지세가 만송이 연꽃처럼 서려 있는 안산은 살기에 가장 좋다'고 노래했다.


▲청빈과 충의가 깃든 광명의 팔경은 △도덕산 정상 도덕정 △KTX 광명역의 밤과 낮 △안터 생태공원 △관감당과 종택 △가학광산 △광명전통시장 △구름산 산림욕장 △광명한내(안양천)의 사계이다.

청백리 오리 이원익이 50여년간의 관직에서 물러나 살았던 관감당(觀感堂)은 두칸짜리 초가집이었으나 인조가 새 집을 하사하며 내린 이름으로 '만백성이 보고 감동 받을 집'이라는 뜻이 담긴 당호이다. 오리의 좌우명은 '뜻과 행동은 나보다 나은 사람과 비교하고 분수와 복은 나보다 못한 사람과 비교하라'이다.


▲경기도 북동부에 위치하고 있는 가평의 팔경은 △청평호반 △호명호수 △용추구곡 △명지단풍 △적목용소 △운악망경 △축령백림 △유명농계이다.

제1경 청평호반의 청평호수는 1944년 청평댐이 준공됨으로써 이루어진 곳으로 호수면적은 만수 시에 580만평에 달하는 인공호수로, 우리나라 수상레저의 발상지이기도하다. 서울에서 차로 50분이면 닿는 가평은 서울과 춘천을 잇는 중간에 자리한 교통의 중심지다.


▲백제의 옛도읍이며, 남한산성과 함께 역사의 고장이 된 광주의 팔경은 △남한산성 △분원도요지와 팔당호 △앵자봉과 천진암 △광주조선관요박물관 △경안습지생태공원 △무갑산 △경안천변 △태화산이다. 남한산성은 병자호란 때 인조가 들어가 항전하다 청나라에 굴욕적인 항복을 한 역사의 자리다. 하지만 남한산 계곡은 4계절마다 서로 다른 특색을 지닌 멋진 얼굴을 내보인다.
또 천주교가 우리나라에서 꽃핀 곳으로 광암 이벽과 정약전·정약용 형제 등이 공부한 천진암이 있다. 해방 전후의 대표적인 정치인 해공 신익희를 키웠으며, 여류 시인 허난설헌이 잠들어 있다.


▲선녀가 놀았으니, 선비도 놀았던 포천의 영평팔경은 △화적연 △금수정 △창옥병 △와룡암 △낙귀정 △백로주 △청학동 △선유담이다. 제1경인 화적연은 수면위로 높이 13m에 달하는 바위가 솟아있는데 그 모양이 연못 한가운데 볏 짚단을 쌓아 올린 듯한 형상이어서 '화적(禾積)'이라 불리고 있다. 진경산수화의 대가인 겸재 정선이 화적연을 화폭에 담은 '해악전신첩'이 현재 간송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또 한탄강 팔경은 △한탄강 대교천 현무암협곡 △샘소 △화적연 △멍우리 주상절리대 △교동가마소 △비둘기낭 △구라이골 △아우라지 베개용암이다.


▲남북로의 중심지 파주의 임진팔경은 △화석정 △장암의 낚시 △송암의 맑은 구름 △장포의 가랑비 △동파의 달구경 △적벽의 뱃놀이 △동원의 적설 △진두사의 새벽종이다. 사진 찍기에 좋은 파주 포토10경은 △심학산 전망대 △감악산 △임진각 평화누리 △율곡수목원 전망대 △황희선생유적지(반구정) △화석정 △비학산 △용미리 마애이불상 △덕진산성 △자운서원이다.


▲삼남으로 나가고, 역사의 현장인 남한산성으로 들어가는 길목인 성남의 팔경은 △남한산성 남문 △모란장 △성남시청사 △성남아트센터 △수어장대 △율동공원 △중앙공원 △탄천이다. 다산 정약용은 "청나라 군대는 모두가 정예병들/서북의 찬바람이 편성에 부딪쳤네"라고 남한산성의 아픔을 노래했다. 용인에서 발원해 남한산성의 남쪽을 가로 질러 서울 송파, 강남을 거쳐 한강으로 흘러들어가는 탄천에는 삼천갑자 동박삭의 전설이 있다.


▲정조가 '삼도 중 제일로 친다'고 노래한 수원의 팔경은 정조시대의 수원화성 춘·추팔경과 김홍도의 화봉팔관도에 이어 현재 수원팔경은 △광교적설 △팔달청람 △남제장류 △화산두견 △북지상련 △서호낙조 △화홍관창 △용지대월이다. 그러나 최근 수원시는 관광명소 위주의 새로운 수원팔경 선정 작업에 들어가 다음달 중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평야와 산과 바다가 두루 있고, 삼기하(三岐河, 한강·임진강·조강)라는 세개의 물길로 둘러싸여 있는 김포의 팔경은 △가현산낙조 △봉능사효종 △홍도평낙안 △걸포송림 △감암귀범 △독도노화 △영사정망월 △운양포추심이다.

이렇듯 산과 강, 바다를 아우르는 경기도의 산하는 가히 절경이다. 선조들이 가꾸고 지켜낸 이러한 경기 경관 곳곳에는 시와 학문, 정치를 논했던 그들의 삶의 향기가 배어있다.


/글 이동화·사진 김철빈기자 itimes21@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