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화약고'인가 '평화의 가교'인가
   
 


인천일보가 인하대와 함께 야심차게 기획·추진해 온 '실크로드 대탐사'가 올해로 6회째를 맞았다. 중국 서안에서 시작된 실크로드 탐사는 중앙아시아와 이란, 중동지역을 거쳐 지난 해 지중해 지역과 실크로드 종착지인 로마를 탐사함으로써 3대 실크로드 중 '오아시스로'를 완주하였다.
 

   
▲ 마케도니아가 수도 스코페 중심가에 건립한 알렉산더 대왕 거대 동상. 알렉산더 대왕의 출신지를 놓고 인근 국가인 그리스와 마찰을 빚고 있다.


하지만, 이는 지중해를 거치는 일반적인 루트일 뿐, 로마로 가는 완벽한 육로라고 볼 수 없었다. 이에 탐사팀은 진정한 오아시스로를 완성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발칸반도를 거쳐 이탈리아 로마에 이르는 실크로드를 취재하였다.

유고슬라비아 연방의 해체에 따른 6개국의 독립과 기타 3개국이 모여 있는 발칸반도는 고대로부터 동서양을 넘나드는 요충지이기에 수많은 전쟁을 치른 곳이다. 또한, 서로 다른 민족과 종교로 인해 최근까지도 친구와 이웃을 상대로 뼈아픈 내전의 상처가 배어있는 곳이기도 하다. 취재진이 발칸반도를 찾았을 때는 평소 날씨답지 않게 선선하였다. 한낮의 기온이 섭씨 40도에 이르려할 때면 여지없이 소나기가 내려 열기를 식혀주었는데,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유럽의 화약고'를 서로가 조심스레 다독이고 있는 현실을 날씨조차도 알고 있는 듯 했다.

오늘부터 매주 목요일, 민족과 종교의 교착점인 발칸반도 현장을 독자들에게 상세히 보고한다. 아울러 '화약고'라는 긴장의 연속을 넘어 유로존 가입을 통한 '동서 평화의 가교'로 거듭나고자 노력하는 발칸의 움직임을 통하여, 실크로드는 기억의 저편에 있는 것이 아닌 인류의 공동운명체로서 오늘, 우리 모두의 관심이 집중 되어야할 곳임을 독자들과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문명은 인류의 삶이 축적되고 집약된 것이다. 인류가 육지와 바다를 오가는 수많은 교류과정에서 창조하고 발전한 것이 곧 문명이기 때문이다. 실크로드는 이러한 문명이 전파되고 발전한 길이다. 실크로드가 인류역사의 원동력인 것도 동서 문명이 소통되는 고속도로였기 때문이다.
 

   
▲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으로 꼽히는 펠레슈성.이 성 안에는 세상의 온갖 보물들이 보관돼 있다.


우리는 흔히 실크로드를 과거의 길로 생각한다. 사막 속의 오아시스, 줄지어선 낙타의 행렬, 폐허뿐인 도시의 유적들. 이러한 생각들은 실크로드를 낭만적인 동경의 대상으로 떠오르게 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유적이 되어 그저 '바라보고 감상하게' 만든다. 하지만 실크로드는 살아있는 길이다. 과거의 길이 아니라 미래를 향하여 현재도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길이다. 그것은 실크로드가 동서양 인류의 삶을 이어주는 교역로였기 때문이다.

인간의 생활은 어느 한 곳에 고정될 수 없다. 물처럼 쉼 없이 흐르고 확장한다. 이처럼 흐르고 확장하는 중심이 곧 실크로드다. 실크로드는 인류가 존재하는 한 발전과 확장을 반복하며 인류의 미래를 열어갈 것이다.

인천일보와 인하대는 21세기 실크로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널리 알리기 위하여 2006년부터 인류문명사의 젖줄인 실크로드를 탐사해왔다. 취재단은 1차 년도에 중앙아시아의 오아시스 나라들을 탐사했다. 2차 년도에는 서남아시아의 핵심이자, 고대 페르시아 제국의 영화가 깃든 이란을 탐사했고, 3차 년도에는 베이징올림픽으로 부산한 때, 중국 신장지역을 탐사하였다. 뒤이어 4차 년도에는 열사(熱沙)의 중근동지역을, 5차 년도에는 지중해지역과 실크로드 종착지인 로마를 탐사했다.
 

   
 


이러한 탐사를 통해 우리는 대한민국과 인천이 실크로드의 미래를 열어갈 동북아시아의 허브가 되어주기를 여러 차례 제시하기도 하였다.

올해는 발칸반도 지역을 탐사하였다. 우리가 육상실크로드인 오아시스로를 이야기할 때면 터키의 이스탄불까지 말할 뿐 발칸반도 지역은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스탄불에서 지중해의 그리스를 거쳐 로마로 향한다. 하지만 이는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로마가 섬이 아닌 이상 육상실크로드는 육로로 이어져야 한다. 터키에서 로마로 이어지는 육로가 바로 발칸반도다.
 

   
▲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남부에 위치한 모스타르.지난 92년 발생한 유고내전으로 폭격을 맞은 건물들이 지금까지 도시 곳곳에 그대로 남아 있다.


발칸반도는 선사시대부터 수많은 민족이 왕래했다. 고대 그리스인, 슬라브인, 터키인들이 발칸을 놓고 각축을 벌였다. 근대에도 오스트리아·러시아·영국·이탈리아 등의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발칸반도가 유럽에서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까닭도 이처럼 끊임없는 민족들의 침입과 외부세력의 지배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발칸반도가 국제적인 관심지역이 된 것은 양대 세계대전 후 사회주의 체제의 수호국인 구소련이 해체되면서부터다.

발칸은 흔히 '유럽의 화약고'라고 부른다. 일촉즉발의 위기가 감도는 지역이라는 말인데, 그 원인은 무엇인가. 바로 동서양의 민족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동서양의 민족이 모여 있으니 문화가 다르고 종교가 다르다. 문화와 종교가 다르니 서로가 논쟁하고 충돌하며, 급기야는 전쟁으로 번진다.
 

   
▲ 크로아티아 중부 아드리아해에 위치한 중세도시 두브로브니크(Dubrovnik)의 모습.


하지만 이는 인류문명을 발전시킨 실크로드가 만든 산물이다. 인류의 공존과 이를 통한 번영이 문명의 완성이라면 실크로드는 이러한 목적달성을 위해 인류가 함께 손잡고 가야하는 길이다. 함께 가는 길이 충돌과 전쟁으로 더디고 힘이 들더라도 공존공생을 위해 인류가 반드시 가야하는 '유일한' 길이 실크로드다. 그 때문에 발칸반도는 실크로드의 완성을 가늠하는 척도인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생각 속에서 최초로 발칸반도 9개국의 실크로드를 탐사하였다. 탐사 결과, 우리의 생각이 옳았음을 알았다. 실크로드의 과거가 오늘날까지도 오롯이 전해오고 있었고, 무엇보다도 인류공영을 위한 발칸 국가들의 노력에서 발칸의 밝은 미래를 보는 듯 했다.


▲ 인천일보-인하대 실크로드탐사취재팀
/남창섭기자 csnam@itimes.co.kr
/허우범 인하대 홍보팀장 appolo2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