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600년 천년을 내다본다
   
▲ 과천시와 서울 사당동을 연결하는 남태령은 옛사람들이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넘었던 고개다. 서울 쪽 옛길은 모두 없어졌지만 과천 쪽 옛길은 남아있어 몇년 전 일부가 복원됐다. /사진제공=과천시


6.도내 31개 시·군 '문화 상징'
- ② 문화원형질 찾기


31개 시군, 매력적 유산 보유

현대적 재해석·콘텐츠화 해야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화성'하면 '살인의 추억'을 떠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화성은 정조의 효 정신이 깃든 융건릉이 있고, 원효가 정신을 개벽한 곳이다. 화성을 넘어서 경기도는 물론 우리나라를 관통하는, 세계 어느 테마에도 뒤지지 않을 문화원형질이건만…. 그것은 문화상징 전략이 없거나 실패했다는 방증일 것이다. 프랑스 파리 에펠탑과 풍피두센터,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등 세계적인 문화도시들은 그 도시를 대표하는 문화상징을 갖고 있다.


   
▲ 여유당 현판

경기도는 문화상징의 명품 백화점이라고 할 만하다. 구석구석 예사롭지 않은 이야기들이 숨어 있다. 경기지역은 선사시대부터 사람이 살아온 '사람의 땅'이면서 역사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이들 문화 아이콘과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재해석, 특별하고도 매력적인 콘텐츠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다음은 인천일보가 선정한 도내 시군별 문화원형질이다.
 

   
▲ 융릉봉분




1.가평, 잠곡 김육=조선 중기의 개혁정치가로 대동법 시행에 앞장 선 잠곡 김육(金堉, 1580~1658)이 1611년 청금록(靑襟錄) 삭제 사건으로 성균관에서 쫓겨나자 숯을 굽고 농사를 지으며 학업에 열중한 곳이다. 그의 호 잠곡(潛谷)은 은둔지 잠곡리에서 차용했다.

2.고양, 행주치마=임진왜란 때 결사항전으로 승리를 이끌어내는데 공헌한 행주대첩의 여인들. 만취당 권율(權慄, 1537~1599)이 행주산성에서 2800명의 병력으로 일본군 3만명을 격퇴할 때, 덕수 장씨 여인 등이 보자기 양쪽에 끈을 매달아 허리에 차고 돌을 담아다 날랐다. 그 보자기 이름을 '행주치마'라고 한다.

3. 과천, 남태령 옛길=남태령은 과천시와 서울 사당동을 잇는 고개다. 과천쪽 옛길 1㎞를 복원했으며, 경기도 옛길 삼남로의 출발점이다. 또 조선 중기의 효자 입지(立之) 최사립(崔斯立, 1505~?)이 '소학'을 행동 강령으로 삼고 부모를 섬겼다.

4. 광명, 민회빈 강씨=노블리스 오빌리제 정신을 온 몸으로 실천한 소현세자빈 민회빈 강씨(愍懷嬪姜氏, 1611~1646)는 병자호란 뒤인 1637년 세자와 함께 인질로 심양(瀋陽)에 잡혀갔다. 그곳에서 경영수완을 발휘해 국제무역과 농사로 많은 재산을 축적하고 끌려간 백성을 구제했다. 1645년 귀국한 소현세자가 급서한 뒤 사사(賜死)됐다가 1718년(숙종 44) 세자빈에 복위됐다.

5. 광주, 순암 안정복=조선 후기 실학자 순암 안정복(安鼎福,1712~1791)은 우리나라 역사를 중국사에 종속시켜 다루는 것을 반대하고 독자적인 영역으로 서술했다. 세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눈으로 '동사강목' 등 역사서를 서술함으로써 이익의 사론(史論)을 구체화시켰다.

6. 구리, 온달과 평강공주=온달(溫達, 미상∼590년)은 고구려 평원왕 때 장군으로 신라에게 빼앗긴 한강유역 탈환을 위해 참전했다가 아단성(阿旦城, 지금의 아차산성)전투에서 전사했다. 평강공주가 직접 시신을 수습했다는 이야기로 유명하다.

7. 군포, 동래정씨 종가집=동래군 정난종의 손자인 조선 중기 문신 정사룡(鄭士龍, 1491∼1570)이 지은 집. 안채와 사랑채, 작은 사랑채, 행랑채 등 4동이 남아있다. 특히 사랑채는 구성과 칸의 분할이 독특해 조선후기 살림집의 변화를 보여주는 중요자료로 평가된다.

8. 김포, 애기봉전망대=해발 154고지 애기봉전망대는 건너편 북한 개성 조강리가 눈앞에 보이고 이름에 얽힌 애틋한 사랑이야기가 전해 오고 있다.

9. 남양주, 다산 유적과 여유당=
조선 후기 실학을 집대성한 다산 정약용(丁若鏞, 1762~1836) 유적지는 조안면 능내리 일대에 있는 생가 여유당과 무덤, 기념관과 문화관, 박물관 등에서 실사구시와 위민정신 등 시대를 앞서간 선구자의 업적과 자취를 엿볼 수 있는 목민관의 성지다.

10. 동두천, 소요산과 자재암=높이 536m의 소요산은 산세가 수려하고 아름다워 경기의 소금강(小金剛)이라고 한다. 원효가 요석공주를 만난 이후 산자수명(山紫水明)한 이곳 자재암에서 초막을 짓고 용맹정진, 자재무애(自在無碍)의 경지에 이르렀다.

11. 부천, 판타스틱영화제와 만화박물관=매년 사랑, 환상, 모험을 주제로 호러·스릴러·미스터리·판타지 등의 판타스틱 장르영화를 소개하는 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열리고 있다. 또 국내 최초의 만화박물관에는 각종 만화 관련 희귀자료와 원로작가들의 원화 등 귀중한 만화사적 자료를 전시한다.

12. 성남, 은혜값은 두꺼비=분당동 건너편 두껍능선 아랫 마을에 산 마음씨 착한 처녀가 배고픈 두꺼비에게 밥을 건냈는데, 그 두꺼비가 시집간 그 새아씨를 헤치려는 천년 묵은 지네와 싸워서 은혜를 갚고 자신은 힘에 부쳐 죽는다는 '은혜갚은 두꺼비'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13. 수원, 팔달문=문은 집이나 도성의 가장 중요한 상징처다. 보물 제402호인 팔달문은 수원화성 정문이며, 사통팔달 전국의 사람·물산·문명이 소통하는 개방의 문이다. 대동세계를 염원하는 팔달문을 홍재전서는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八達門 山名八達門亦號八達 四通八達舟車之會也"〈弘齋全書 卷百七十七

14. 시흥, 관곡지=관곡지(官谷池)는 조선 전기의 명신이며 농학자인 강희맹(姜希孟)이 세조 9년(1463)에 중국 남경 전당지(錢塘池)에서 연꽃씨를 채취해 귀국한 후 재배한 최초 연꽃 도래지다.
한국 남종화의 선구자이며 최초로 서양화법을 도입한 '예원의 총수' 표암 강세황(姜世晃, 1712~1792)과 민중의 삶을 진솔하게 표현하고 조국애로 강산의 아름다움을 예술로 승화시킨 조선 최고의 화가 단원 김홍도(金弘道, 1745~?)는 안산에서 맺어진 사제지간이다.

15. 안산, 강세황과 김홍도=한국 남종화의 선구자이며 최초로 서양화법을 도입한 '예원의 총수' 표암 강세황(姜世晃, 1712~1792)과 민중의 삶을 진솔하게 표현하고 조국애로 강산의 아름다움을 예술로 승화시킨 조선 최고의 화가 단원 김홍도(金弘道, 1745~?)는 안산에서 맺어진 사제지간이다.

16. 안성, 미륵=안성은 석가모니불의 뒤를 이어 56억 7000만년 뒤 세상에 출현해 중생을 구제할 미래의 부처인 미륵이 많다. 그래서 사람들은 옛부터 안성을 미륵의 고장이라고도 불렀다. 삼죽면 국사암의 일명 '궁예미륵'인 석조여래입상이 유명하다.

17. 안양, 중초사지 당간지주=석수동에 있는 통일신라시대의 화강석제 당간지주로 보물 4호다. 안양예술공원 북쪽 옛 유유산업 부지에 보물 5호인 중초사지 3층 석탑과 나란히 있다.

18. 양주, 회암사지=1328년(충숙왕 15) 원나라를 거쳐 고려에 들어온 인도의 승려 지공이 창건한 266칸의 대규모 사찰이다. 1376년(우왕 2) 나옹이 중건하고 무학을 불러 수좌승으로 삼았고, 조선시대 재중창했으나 보우가 실각한 후 쇠퇴한 조선 최고의 불교성지다.

19. 양평, 은행나무=
천연기념물 30호로 정삼품송이다. 세계에서 제일 큰 수령 1100년의 은행나무로 용문사 경내에 있다. 용문사는 신라 신덕왕 2년(913)에 대경대사가 창건했으며, 신라의 마지막 왕 경순왕의 아들 마의태자가 궁을 떠나 개골산(금강산)으로 가던 중 용문사에 들렀을 때 심었다고 한다.

20. 여주, 여강=한강 상류 여강(驪江)은 경기도 동부의 중심부이며 여주팔경 중 하나다. 신륵사와 강월헌, 강한사를 비롯 여강가에는 국보 및 천연기념물 75점이 산재돼 있다.

21. 연천, 전곡리 선사유적지=
전기 구석기 유적으로 여기에서 아슐리안형의 주먹도끼가 발견됨으로써 동아시아는 유럽보다 낮은 단계의 석기를 사용했다는 기존의 뫼비우스 학설을 뒤집었다.

22. 오산, 독산성과 세마대=백제가 쌓았던 성으로 임진왜란 때인 1593년(선조 26) 권율이 물이 풍부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백마를 산위로 끌어올려 흰 쌀을 말에 끼얹어 목욕시키는 시늉을 하자 왜군이 오판하고 퇴각했다는 세마대(洗馬臺) 전설이 있는 천혜의 방어요새다.

23. 용인, 한택식물원=한국의 자생식물 2400여종과 외래식물6600여종 등 국내 최대의 식물자원을 보유한 식물원이다. 우리 자생식물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수집한 식물종 등을 식물의 특징과 구성에 맞게 35개 정원에 전시하고 있다.


24. 의왕, 청계사=신라 때 창건, 1284년(고려 충렬왕 10) 중창한 조선시대 선종의 본산이다. 한국 선불교의 중흥조 경허선사의 출가지로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과 동종 등 문화재도 있다.


25. 의정부, 의순공주=의순공주는 1650년(효종 1) 의정부 금오동에 살던 이개윤의 딸이었으나 효종의 수양딸로 급조돼 청나라 섭정왕 도르곤과 결혼했다. 도르곤이 반역죄로 몰리면서 결혼한지 7개월만에 세상을 떠나고, 의순공주도 7년 만에 조선으로 돌아왔지만 오랑캐에게 몸과 마음을 더럽힌 여인으로 내몰리다가 스물여덟살에 병으로 죽는다.

26. 이천, 이천쌀=풍수해가 적은 비옥한 토양에서 자란 이천쌀은 품질 좋은 쌀의 대명사로 경기미의 으뜸이다. 매년 이천쌀문화축제가 열린다.

27. 파주 율곡 이이와 신사임당=율곡 이이(李珥, 1536~ 1584)는 성리학의 대가이며, 어머니 신사임당(申師任堂, 1504~1551)은 현모양처의 사표다. 이들 모자는 자운서원에 묻혀 있다.

28. 평택, 정도전 유적=조선을 설계한 개국의 원훈(元勳)인 삼봉 정도전(1337~1398). 그의 저술을 모은 삼봉집의 목판은 정조 15년(1791)에 왕명에 의해 재간한 것으로 14권 7책의 분량이다. 목판 보관 기념관과 사당 문헌사가 있다.

29. 포천 동농 이해조=근대문학의 선구자 동농 이해조(李海朝, 1869~1927)는 매일신보·황성신문에 자유종과 같은 신소설을 발표했다. 작품을 통해 봉건제도의 비판, 여권신장, 미신 타파, 사회풍속 개량 등 우리 민족정신을 고취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30. 하남 도미부인=도미와 그의 부인 아랑이 역경과 시련에 굴하지 않고 서로의 사랑을 지켜낸다는 도미설화가 있다. 평범한 백성으로 살아가는 도미는 의리를 알고 그의 아내는 아름답고 행실이 곧았다. 백제의 개로왕이 아랑을 차지하기 위해 애쓰다가 끝내 실패했다는 이야기다.

31. 화성, 융건릉 소나무=융건릉(隆健陵)에는 웅창한 소나무와 참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융건릉의 나무는 조성 당시 계획식재했으나 일부 근락지를 제외하고는 일제 때 벌목돼 100여 년 전 다시 심었다. 정조가 소나무의 송충이를 씹어먹었다고 할 만큼 정조의 효 정신과 전설이 깃든 오랜 소나무는 화성은 물론 경기도를 관통하는 상징적 역사문화소스다.

/글 이동화·사진 김철빈기자 itimes21@i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