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600년, 천년을 내다본다
   
▲ 남북공동경비구역인 판문점은 분단의 아픔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주는 대립의 현장인 동시에 통일로 향해가는 화해의 창구이다.





"경기도는 분단의 현장 한가운데서, 분단으로 인한 피해를 한 몸에 안고 분단의 역사를 헤쳐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1970년대 들어 남북관계가 대립에서 대화 국면으로 전환되면서부터 경기도는 남북교류의 통로가 되었고 통일의 길목 역할을 하고 있다."<강진갑, 경기지역의 역사와 지역문화>

3년 1개월 동안 600만명의 사상자를 낸 한국전쟁은 우리 민족 모두에게 커다란 상처를 안겨주었다.
기자는 지난 7월 마지막 토요일 자유로를 달렸다. 오두산통일전망대를 거쳐 파주 임진각에서 통일의 관문인 통일대교를 지나 도라전망대와 제3땅굴, 도라산역, 통일촌 등 서부전선 일대의 다크투어리즘(Dark Tourism, 잔혹한 참상이 벌어졌던 역사적 장소나 재난·재해 현장을 찾아보는 여행), DMZ 관광에 나선 것이다.

현재 진행형의 '살아있는 냉전사 현장'이건만 이들 전쟁 유적들은 고속화도로 '자유로'나 '통일로'를 타고 서울에서 자동차로 1시간 남짓한 곳에 있었다. 철조망의 장벽과 함께 마음의 장벽도 넘어서는 그날을 기원했다.




 

   
 


좁게 열린 소통의 장 '판문점'


세계 역사상 가장 긴 휴전관리 장소

체육·군사 등 다양한 남북회담 열려



간절한 꿈의 조형물 '도라산역'


서울-신의주 잇는 경의선 최북단 위치

유라시아 횡단 '철의 실크로드' 출발역



▲냉전과 화해가 공존하는 '판문점'
"판문점은 겨울들판과 같다. 불이 붙으면 쉽게 불이 뻗어나간다.", "형이고 뭐고 다 필요없어! 결국 우린 적이야!"

판문점을 배경으로 한 2000년 개봉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나오는 대사다. 남한과 북한 사이에 흐르는 첨예한 대치 현실을 드러낸 표현이다. 그러면서도 남북한 초병들이 군사분계선을 넘나들며 우정을 키웠다.

영화에서처럼 한국 분단의 역사를 상징하는 판문점은 1953년 7월27일 한국전쟁의 정전협정이 체결된 곳이다. 유엔군과 공산군의 장성급 장교로 구성된 군사정전위원회의 본부구역으로 세계 역사상 가장 긴 휴전을 관리하는 장소다.

그 해 8월 8만여 명의 남북한 포로 교환이 이루어졌으며, 이후 숱한 사람이 판문점을 통해 남북을 오고갔다.
서울에서 60㎞ 정도 떨어진 군사분계선에 있는 판문점은 지름 800m의 남북공동경비구역(JSA, Joint Security Area)이다. 이곳에는 우리측의 자유의 집과 평화의 집, 북측의 판문각과 통일각 등이 있다. 적십자회담과 체육회담, 국회회담 실무접촉, 군사실무회담 등 다양한 분야의 남북회담이 열리는 남북한 소통의 장소다.

▲오두산 통일전망대
자유로를 타고 임진각 방향으로 가다가 임진강이 한강과 만나는 곳, 강을 마주보고 남한과 북한이 대치하는 곳에 오두산(해발 118m) 전망대가 있다. 15분이면 강을 건널 수 있을 만큼 북한땅이 손에 잡힐 듯한 서부전선 최북단이다.

이곳에서 동북방향 24㎞ 지점에 판문점이 있고, 왼쪽에는 김포시, 강 건너는 북한의 황해북도 개풍군이 자리잡고 있다. 북한 주민들이 농사짓는 모습을 볼 수 있고, 개성시 송악산(489m)이 보인다.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그 강은 남북한 군사분계선 표지판이 따로 없는 중립지역, 공동관리구역이다. 남과 북 그 어느쪽도 아니다. 이곳에서 한강과 합류한 임진강은 14㎞ 떨어진 서해바다로 흘러간다.

▲임진각과 제3땅굴
임진각은 파주시 문산읍 마정리에 있는 국민관광지다. 임진각 전망대에 오르면 임진강과 DMZ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주변에는 전쟁포로들의 '자유로의 귀환' 길이었던 경의선 철교 '자유의 다리', 실향민들이 합동 차례를 올리는 망배단, 평화의 종, 통일연못, 장단역에서 옮겨온 녹슨 경의선 기관차, 임진강지구 전적비, 미국군 참전비 등 분단의 유적들이 흩어져 있다.

군사적 충돌과 무장간첩사건 못지 않게 남한사람에게 위협적으로 느껴지게 하는 것은 군사분계선 지하에 뚫린 땅굴이다. 1978년 10월 제3땅굴이 파주시 군내면 원당리에서 발견됐다. 판문점에서 4㎞, 군사분계선 남방 435m 지점이다. 당시 시간당 무장병력 3만명이 통과할 수 있다고 발표해 많은 사람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
경의선은 서울-신의주 사이를 오가는 열차로 1906년에 운행을 시작해 1945년 중단되기까지 한반도와 대륙을 연결하는 대동맥이었다.

6·15 남북정상회담 이후 2000년 9월 서울-신의주간 철도연결사업을 합의하면서 복원공사를 시작해 2002년 4월11일 중단 52년 만에 임진강을 건너가는 특별 망배열차가 도라산역까지 운행됐다. 이때 동해선(함경남도 안변-강원도 양양)도 함께 단계별로 복원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총 연장 223.7㎞의 경원선(서울 용산-북한 원산)이 현재 국토의 분단으로 용산역에서 연천군 신서면 신탄리역까지 88.8㎞만 운행하고 있다.

도라산역은 서울과 신의주를 잇는 경의선 최북단 역이다. 파주시 장단면 노상리 민통선북방 남한한계 철책에서 30m, 서울기점 55.8㎞에 있다.

앞으로 개성과 평양, 신의주를 거쳐 유라시아를 횡단하는 철의 실크로드의 출발역이 된다. 특히 2002년 2월20일 고 김대중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기공식에 맞춰 도라산역을 방문했다. 부시 대통령이 철도 침목에 'May This Railroad Unite Korean Families'라고 서명, 세계평화의 상징적인 장소로 알려졌다.
2007년 12월~2008년 11월까지 개성공단의 화물을 실어나르기 위해 남쪽 문산역-북쪽 개성 봉동역 간 정기 화물열차가 운행됐다.

지금은 문산역에서 출발한 통근열차만 오고가며 일반인들에게 관광코스로 개방됐다.
"향후 경의선 철도가 완전히 개통되고, 시베리아 횡단철도, 중국종단철도, 중국횡단철도, 만주횡단철도, 몽골횡단철도와 연계된다면 한반도는 동북아의 새로운 물류축으로 부상할 것이다. 그리고 경기도는 동아시아에서 유럽까지 연결되는 거대한 수송망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경기도, dmz 비무장지대(http://dmz.gg.go.kr)>
 

   
▲ 경의선 도라산역은 북으로 가는 열차의 출발 신호만 기다리고 있다. /사진제공=파주시


▲분단이 가져온 사건·사고
경기 북부지역에서는 군사적 충돌과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1968년 1월에는 김신조를 포함한 북한 124부대의 청와대 공격조가 파주를 거쳐 서울로 들아오는 사건이 발생했다.

1976년 8월에는 판문점 미루나무 도끼사건이 일어났다. 판문점 안에 있는 미루나무가 관측소 시야를 가려 나무를 베려고 하자 북한군이 접근, 미군과 시비끝에 도끼로 미군 대위와 중위를 현장에서 숨지게 했다. 이에 주한미군 사령부는 데프콘2(전쟁돌입상태)까지 발령하고, 문제의 미루나무 절단작업을 단행했다.

이외에도 2002년 6월 미군 장갑차에 숨진 여중생 미선·효순 사건 등 주민피해도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DMZ 일원은 살아있는 냉전의 현장이면서 남북한과 소통하고 있는 통일의 길목이다.
임진각을 빠져나와 되돌아오는 길에 기자는 DMZ 일원이 '과거 냉전사의 현장'으로 바뀌기를 희망했다.


/글 이동화·사진 김철빈기자 itimes21@itimes.co.kr



인터뷰 / 박은진 경기개발연구원 환경연구위원

"지역주민·국민 자율적 참여""토지공유 운동 활성화 해야"


-DMZ 일원의 생태 및 경관적 특징은.
"DMZ와 이에 인접한 민통선지역의 산림과 하천 및 습지는 모두 군사지역으로서 인간의 간섭과 출입이 제한되어 다양한 동식물의 피난처가 되고 있다.
특히, DMZ는 군사적 특수상황으로 2차 천이가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독특한 지역이다.
민통선지역은 자연적인 숲이 많고 농경지와 자연적인 수로, 둠벙, 관목림 등이 잘 어우러진 전통적인 농촌경관을 가진 곳으로 DMZ와 생태적 연결성을 가지고 있다.
평탄지형에 개활지와 농경지, 습지, 하천이 많은 서부지역은 철새와 양서파충류들이 서식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고, 동부 산림지역의 경우 잘 보전된 극상림이 존재한다."

-DMZ의 보전과 활용의 주체는.
"DMZ의 자원가치와 상징성을 높이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이로부터 지역주민들이 실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구체화하는 것이다. 지역주민들이 DMZ 자원의 보전과 활용의 직접 이해 당사자이고 주도적 주체로서 참여할 때 DMZ의 자원가치와 상징성을 활용한 지역발전이 가능하다. 이것은 자원의 보전과 지역발전의 동시추구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주민들은 자신들이 거주하는 곳이 규제 낙후지역이라는 인식과 함께 다른 한편으로 평화생태가치를 활용할 수 있는 곳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이는 지역주민들이 DMZ의 보전과 활용의 주체로서 중요한 역할을 주도적으로 해야 함을 의미한다."

-민통선 지역의 생태계 훼손 정도는.
"최근 숲과 습지를 농경지로 전환하고 자연 농로와 농수로 포장이 확대되면서 생태계 훼손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 지난 20년 동안 경기도 민통선 지역 산림면적 감소율은 약 20%로 경기도 전체 산림면적 감소율 7.5%에 비해 2.7배 높았다. 같은 기간 경기도 전체 농경지 면적이 약 15% 감소한 반면, 파주와 연천의 민통선지역 농경지 면적은 25% 증가했다.
특히 민통선 지역 내 인삼재배지가 급증하면서 생물종의 서식환경뿐만 아니라 경관도 해치고 있다."

-지속가능 생태계 보존 방안은.
"DMZ와 민통선지역의 생태계, 주민 생산 활동이 공존하기 위해서는 보전가치가 높은 서식처에 대한 조사와 지도 작성이 필요하다. 생물다양성 관리계약 제도를 통해 지역주민들의 농약사용량 감소, 무경운, 볏짚존치, 둠벙 및 습지 조성 등 친환경 농업 참여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지역주민과 전 국민이 보전가치가 높은 서식처와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토지공유화 운동인 DMZ 트러스트의 활성화가 요구된다."


/이동화기자 itimes21@itimes.co.kr